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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Destiny제30화. 원본 계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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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0

제30화. 원본 계약서

Code Destiny · 5,773자

제30화. 원본 계약서

하층 원본 등기소 안은 조용했다.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방금 전까지 뒤쪽에서는 계약서들이 문을 긁고 있었다.

쾅.

쾅.

쾅.

비상 계단을 따라 청토끼의 추적 계약서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그런데 원본 등기소 안쪽만은 소리가 낮게 눌려 있었다.

마치 오래된 종이들이 숨을 죽이고 있는 것처럼.

연이는 주변을 둘러봤다.

끝없이 늘어선 나무 서랍.

낡은 이름표.

흐릿한 등불.

바닥에 쌓인 먼지.

위쪽 경매장의 금빛 화려함과는 정반대였다.

이곳은 비싸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오히려 더 무거웠다.

연이는 낮게 말했다.

"여기가 진짜구나."

치즈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위쪽은 전부 보여주기 위한 계약서예요. 원본은 여기에 있어요."

모카가 귀를 세웠다.

"소리가 달라요."

"어떻게?"

"위쪽 계약서는 찰칵, 철컥, 쾅. 되게 크게 자기주장했는데...... 여기는 사락, 사락이에요."

모카는 조심스럽게 서랍 쪽으로 다가갔다.

"종이가 오래 버틴 소리 같아요."

네오는 문 앞에 섰다.

뒤쪽 철문에 계약서들이 부딪혔다.

쾅!

[추적 계약 재개]
[탈출 비용 산정]
[비상로 무단 이용]

철문 틈으로 황금빛 종이 끝이 비집고 들어오려 했다.

네오가 조용히 앞발을 들었다.

금빛 발톱이 문틈을 스쳤다.

쨍!

비집고 들어오던 계약서들이 잘려 나갔다.

하지만 바깥에서 바로 새 계약서가 달라붙었다.

[계약서 절단 손해]

네오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시간 없다."

연이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치즈, 네 계약서 어디 있어?"

치즈는 등기소 안쪽을 바라봤다.

끝없는 서랍들.

각 서랍에는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치즈]
[크림]
[채무자 구역 17번가]
[제과 교육 지원]
[보증인 계약]
[연체 재산정]

치즈는 잠시 망설였다.

"아마...... 제 이름 서랍이 아니라 크림 이름 서랍에 있을 거예요."

연이는 눈을 깜빡였다.

"왜?"

"계약자는 크림이고, 저는 보증인이니까요."

모카가 말했다.

"근데 목걸이는 치즈님한테 있잖아요."

치즈는 씁쓸하게 웃었다.

"보증인은 그런 거예요. 원본은 다른 사람 이름에 있고, 책임은 제 목에 걸려요."

연이는 그 말을 듣고 잠깐 멈췄다.

재성의 섬.

돈.

소유.

책임.

보증.

계약서에 적힌 이름과 실제로 무게를 지는 존재가 다를 수 있는 곳.

연이는 낮게 중얼거렸다.

"진짜 현실적이라 더 싫네."

그때 네오가 말했다.

"찾아라. 감상은 나중에."

"알았어."

연이는 명리 노트를 펼쳤다.

[壬午]가 조용히 빛났다.

검푸른 물 위에 한낮의 빛이 비쳤다.

"본뜻."

물빛이 서랍들 사이로 퍼졌다.

수많은 이름표가 흔들렸다.

하지만 너무 많았다.

[크림]
[크림 관련 교육비]
[크림 꿈 지원 대출]
[크림 담보 평가]
[크림 미사용 미래]
[크림 보증인 치즈]
[크림 연체 재산정]

글자가 줄줄이 떠올랐다.

연이의 눈앞이 어지러워졌다.

"아, 또 많아."

인성의 섬에서 배웠다.

많은 것을 한꺼번에 보려 하면 무너진다.

본뜻부터.

덧말은 옆으로.

연이는 숨을 가다듬었다.

"모카."

"네!"

"첫 울림."

모카는 바로 눈을 감았다.

귀가 조용히 움직였다.

등기소 안의 소리들이 하나씩 분리되었다.

오래된 종이 소리.

서랍 틈에 끼인 먼지 소리.

잘못 꽂힌 계약서가 내는 불편한 마찰음.

그리고.

아주 작게 들리는 반죽 소리.

토닥.

토닥.

모카의 눈이 번쩍 뜨였다.

"저쪽이에요!"

그는 오른쪽 끝 서랍장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작은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크림 / 최초 지원 계약]

치즈가 숨을 삼켰다.

"저거예요."

연이가 달려가 서랍을 잡아당겼다.

덜컥.

열리지 않았다.

서랍 위에 문장이 떠올랐다.

[열람 권한 없음]

연이는 눈썹을 찌푸렸다.

"또 권한이야?"

치즈가 앞으로 나섰다.

"제가......"

그가 손을 서랍에 얹었다.

목걸이가 붉게 빛났다.

[보증인 확인]
[부분 열람 가능]

서랍이 아주 조금 열렸다.

하지만 그 틈 사이로 검은 종이가 튀어나왔다.

[부분 열람 수수료]

치즈의 목걸이가 다시 조이려 했다.

"윽!"

연이가 바로 외쳤다.

"壬午!"

검푸른 물빛이 수수료 문장 아래로 흘렀다.

작은 글자가 떠올랐다.

[단, 원본 오류 확인 목적의 열람은 무상]

연이의 눈빛이 빛났다.

"오류 확인 목적."

그녀는 치즈를 보았다.

"우리는 오류 확인하러 온 거야. 확장 담보가 원본과 다른지 확인하려는 거잖아."

치즈는 바로 고개를 들었다.

"원본 오류 확인을 요청합니다."

[부분 열람 수수료]가 흔들렸다.

쨍.

수수료 문장이 깨졌다.

서랍이 조금 더 열렸다.

모카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 이제 법률물 같아요."

연이가 서랍을 잡고 말했다.

"나도 내가 이런 걸 하게 될 줄은 몰랐어."

서랍 안에는 낡은 계약서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종이는 누렇게 바래 있었고, 가장자리에는 밀가루 얼룩 같은 하얀 흔적이 묻어 있었다.

치즈가 손을 떨며 계약서를 꺼냈다.

"이게......"

계약서 위에는 크림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꿈 지원 대출 계약]
[목적: 제과 교육 준비 지원]
[지원 항목: 기초 재료비 / 제과 학교 응시료 / 왕복 이동비]
[보증인: 치즈]
[담보 범위: 교육 준비 비용에 한정]

연이는 숨을 삼켰다.

"확장 담보 없네."

치즈도 고개를 끄덕였다.

"없어요."

모카가 귀를 세웠다.

"근데 이상해요."

연이가 바로 물었다.

"뭐가?"

"이 계약서 아래쪽에서 다른 소리가 나요."

"다른 소리?"

모카는 계약서 가까이에 귀를 댔다.

사락.

사락.

스윽.

"겹쳐진 종이 소리예요. 원본 위에 뭔가 덧붙인 것 같아요."

연이는 계약서를 자세히 보았다.

눈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壬午의 물빛을 흐르게 하자, 계약서 아래에 얇은 그림자가 떠올랐다.

[추가 전환 약정]
[연체 발생 시 미사용 미래 자동 담보화]
[보증인 선택권 담보 전환]
[감정 자산 추적 동의]

연이의 얼굴이 굳었다.

"이게 붙어 있었네."

치즈는 멍하니 계약서를 봤다.

"저는 저런 종이 본 적 없어요."

모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소리도 달라요. 위에 얹은 소리예요. 처음 계약서랑 종이 나이가 달라요."

네오가 문 앞에서 말했다.

"위조 또는 사후 첨부다."

철문이 크게 흔들렸다.

쾅!

[원본 등기소 침입]
[계약 회수]
[증거 보전 방해]

청토끼의 목소리가 문 너머에서 흘러왔다.

"치즈 고객님."

부드럽고 차가운 목소리.

"원본을 임의로 열람하는 행위는 매우 위험합니다."

치즈의 몸이 움찔했다.

연이는 바로 말했다.

"덧말."

치즈는 숨을 들이켰다.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건 청토끼의 덧말."

목걸이가 흔들렸다.

이번엔 조이지 않았다.

치즈는 계약서를 꽉 잡았다.

"원본은 이거예요."

그 순간 계약서 위의 추가 전환 약정이 검게 흔들렸다.

[사후 첨부 확인]
[동의 기록 없음]
[효력 불안정]

연이의 눈이 빛났다.

"좋아. 이제 이걸 떼어내면 되는 거지?"

그녀가 丁未를 끌어올리려 했다.

작은 불씨가 피어났다.

하지만 네오가 날카롭게 말했다.

"안 돼."

연이는 멈췄다.

"왜?"

"태우면 청토끼가 원본 훼손이라고 몰아간다."

"그럼 어떻게 해?"

네오는 계약서를 보았다.

"불은 마지막이다. 먼저 자리를 잡아라."

"자리를?"

네오는 짧게 말했다.

"乙亥."

연이는 순간 깨달았다.

지금까지는 壬午로 읽고, 丁未로 처리하려 했다.

하지만 그 전에 필요한 것.

원본이 설 자리.

원래 계약이 무엇인지 지키는 자리.

연이는 숨을 들이켰다.

"乙亥."

작은 새싹이 계약서 아래에서 자라났다.

깊은 물이 새싹을 받쳤다.

새싹은 원본 계약서의 네 모서리를 감쌌다.

[원본 자리 고정]

추가 전환 약정이 꿈틀거렸다.

마치 원본 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벌레 같았다.

연이는 치즈를 보았다.

"치즈. 이 계약이 원본이라고 네가 말해야 해."

치즈는 떨리는 손으로 계약서를 들었다.

"이 계약이 원본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작았다.

하지만 분명했다.

"저는 이 조건에만 동의했습니다."

원본 계약서가 따뜻하게 빛났다.

乙亥의 덩굴이 더 단단하게 고정했다.

모카가 말했다.

"이제 소리가 분리돼요!"

"어디?"

"덧붙인 약정 소리가 삐걱거려요. 원본이랑 안 맞아요."

연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제 丁未."

작은 불씨가 피어났다.

이번엔 태우는 불이 아니었다.

접착제를 녹이는 불.

종이를 망가뜨리지 않고, 붙어 있던 거짓만 떼어내는 따뜻한 열.

연이는 불씨를 아주 조심스럽게 추가 전환 약정 가장자리에 댔다.

치익.

검은 약정이 흔들렸다.

[사후 첨부 약정 분리 중]

치익.

검은 종이가 원본에서 천천히 떨어졌다.

치즈가 숨을 멈췄다.

모카도 손을 꽉 쥐었다.

네오는 문 앞에서 계약서 폭풍을 막고 있었다.

쨍!

쨍!

계약서들이 잘려 나갔지만 계속 몰려왔다.

"빨리."

네오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연이는 이를 악물었다.

불씨를 더 키우고 싶었다.

하지만 키우면 원본까지 탄다.

천천히.

정확히.

인성의 섬에서 배운 것.

읽고.

구분하고.

다시 세운다.

[사후 첨부 약정 분리 완료]

검은 종이가 원본에서 떨어져 나왔다.

툭.

바닥에 떨어진 검은 약정은 벌레처럼 꿈틀거렸다.

연이가 바로 덧말 책갈피를 꺼냈다.

"덧말은 옆으로."

책갈피가 빛났다.

검은 약정이 원본 옆으로 밀려났다.

[무효 덧말 처리]

연이는 눈을 크게 떴다.

"오. 이거 된다."

모카가 외쳤다.

"계약서 소리 밝아졌어요!"

치즈의 목걸이에서 큰 금이 났다.

쩌저적!

[확장 담보 무효 확정]
[보증인 선택권 담보 해제]
[감정 자산 추적 해제]

치즈의 몸이 가벼워졌다.

그는 비틀거리며 벽에 기대었다.

"풀렸어......"

목걸이는 아직 완전히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더 이상 치즈의 마음이나 선택권을 빼앗지는 않았다.

남은 것은 원금.

처음 그가 실제로 감당해야 했던 교육 준비 비용뿐이었다.

연이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좋아. 치즈는 반쯤 구했다."

치즈는 울먹이며 웃었다.

"반쯤이라도 엄청나요."

모카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나머지도 할 수 있어요."

바로 그때.

쾅!

철문이 크게 찢어졌다.

네오가 뒤로 밀려났다.

금빛 발톱에 계약서 조각들이 타들어 가고 있었다.

문 밖에는 청토끼의 까마귀 직원들이 서 있었다.

그 뒤에서 청토끼의 목소리가 들렸다.

"원본 등기소에서 위조 판단을 내리셨군요."

차갑고 부드러운 목소리.

"축하드립니다."

연이는 계약서를 품에 안고 뒤로 물러났다.

"축하할 일 아닌 것 같은데."

청토끼가 문밖 어둠 속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푸른 털은 흐트러져 있었고, 깨진 안경은 새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전보다 훨씬 차가웠다.

"물론입니다. 매우 곤란한 일이지요."

그가 손을 들었다.

공중에 새 계약서가 펼쳐졌다.

[원본 계약 무단 수정]
[등기소 질서 훼손]
[채권자 권리 침해]

연이는 바로 외쳤다.

"수정한 게 아니라 위조 약정을 분리한 거야!"

청토끼는 미소 지었다.

"그 판단은 누가 합니까?"

연이는 멈칫했다.

청토끼의 눈이 빛났다.

"계약 분쟁은 재성의 섬 법정에서 다룹니다."

그의 손가락이 원본 계약서를 가리켰다.

"그리고 그 법정의 운영권은 청토끼 금융그룹이 가지고 있지요."

모카가 작게 말했다.

"그건 말이 안 되잖아요."

"현실에서는 꽤 자주 일어나는 구조입니다."

청토끼가 웃었다.

"심판대도 비용이 듭니다."

연이는 이를 악물었다.

"너 진짜 구조 자체가 사기네."

[비방성 발언 감지]

이번엔 문장이 더 크게 떴다.

하지만 연이는 물러서지 않았다.

"감상평 아니야."

그녀는 앞발로 청토끼를 가리켰다.

"판정이야."

명리 노트가 환하게 빛났다.

乙亥.

丁未.

壬午.

세 기둥이 동시에 반응했다.

원본 계약서가 연이 앞에서 떠올랐다.

치즈의 목걸이가 그 빛에 반응했다.

그리고 등기소의 서랍들이 하나둘 열리기 시작했다.

사락.

사락.

사락.

청토끼의 얼굴이 굳었다.

"멈추십시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하층 원본 등기소 안의 다른 계약서들이 빛을 내고 있었다.

[사후 첨부]
[동의 기록 없음]
[확장 담보 무효 가능]
[감정 자산 추적 불법 가능]
[선택권 담보 미고지]

연이는 숨을 삼켰다.

치즈만이 아니었다.

다른 주민들의 계약서에도 같은 흔적이 있었다.

모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전부...... 소리가 비슷해요."

치즈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우리만 당한 게 아니었어."

청토끼의 눈빛이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등기소를 닫으십시오."

까마귀 직원들이 도장을 들었다.

[봉인]

도장이 찍히기 직전.

네오가 움직였다.

금빛 선이 허공을 갈랐다.

쨍!

도장들이 한꺼번에 잘려 나갔다.

네오는 청토끼를 노려보며 말했다.

"도망칠 시간은 끝났다."

청토끼는 조용히 웃었다.

"그건 제가 할 말입니다."

그가 회중시계를 열었다.

찰칵.

[등기소 전체 봉쇄]
[원본 계약서 압류]
[불법 열람자 구속]

철문뿐 아니라 벽, 바닥, 천장 전체에 황금빛 문장이 떠올랐다.

등기소가 하나의 거대한 계약서로 변하고 있었다.

연이는 원본 계약서를 품에 안았다.

치즈는 목걸이를 붙잡았다.

모카는 귀를 세우고 떨었다.

네오는 앞에 섰다.

청토끼는 천천히 손을 내렸다.

"자, 이제 선택하십시오."

그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치즈 하나의 원본만 들고 도망치시겠습니까?"

등기소 전체 서랍들이 흔들렸다.

"아니면 모두를 구하겠다고 말해, 이곳 전체의 채무를 짊어지시겠습니까?"

연이는 숨을 멈췄다.

또 선택이다.

청토끼는 늘 그렇게 싸웠다.

하나를 구하려면 하나를 버리게 만들고.

둘 다 잡으려 하면 더 큰 값을 요구했다.

그때 네오가 낮게 말했다.

"연이."

"응."

"대답하지 마라."

연이는 그를 보았다.

네오는 청토끼가 아니라 등기소 전체를 보고 있었다.

"저건 질문이 아니라 덫이다."

연이는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맞다.

인성의 섬에서 배웠다.

청토끼의 질문에도 덧말이 있다.

선택지는 그가 만든다.

하지만 내가 반드시 그 선택지 안에서 대답해야 하는 건 아니다.

연이는 원본 계약서를 내려다봤다.

乙亥가 조용히 뿌리를 내렸다.

丁未가 작게 불을 밝혔다.

壬午가 본뜻 위에 빛을 비췄다.

그리고 아직 비어 있는 네 번째 칸이 무겁게 흔들렸다.

이번엔 더 분명했다.

흙빛.

묵직한 현실의 흙.

연이는 앞발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둘 중 하나 고르라는 말."

청토끼가 눈을 가늘게 떴다.

"네."

연이는 그를 똑바로 보았다.

"거절."

청토끼의 미소가 멈췄다.

연이는 말했다.

"우리는 치즈도 구하고, 여기 계약서들도 읽을 거야."

등기소 전체가 흔들렸다.

"하지만 네가 정한 방식으로는 안 해."

모카가 숨을 삼켰다.

치즈가 연이를 바라봤다.

네오의 눈빛이 조용히 빛났다.

청토끼는 낮게 말했다.

"그건 불가능합니다."

연이는 씩 웃었다.

"이 세계 와서 그 말 제일 많이 들었거든?"

그녀의 머리 위 꽃이 반짝였다.

"근데 꽤 많이 했어."

바로 그 순간, 등기소 가장 안쪽 서랍 하나가 스스로 열렸다.

다른 서랍들과 달리 이름표가 없었다.

텅 빈 이름표.

그 안에서 묵직한 흙빛이 새어 나왔다.

연이의 명리 노트 마지막 빈칸이 처음으로 강하게 빛났다.

청토끼의 얼굴이 굳었다.

네오가 낮게 말했다.

"왔군."

연이는 서랍을 바라봤다.

"내 마지막 기둥......?"

서랍 안쪽에서 낮고 무거운 소리가 났다.

쿵.

쿵.

쿵.

마치 땅속에서 무언가 깨어나는 소리.

재성의 섬 전체가 그 소리에 반응하듯 흔들렸다.

청토끼가 처음으로 다급하게 외쳤다.

"그 서랍을 닫으십시오!"

하지만 서랍은 더 크게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낡은 계약서 한 장이 천천히 떠올랐다.

표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최초의 대가]

연이의 숨이 멎었다.

재성의 섬의 진짜 본뜻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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