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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Destiny제57화. 타락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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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7

제57화. 타락의 씨앗

Code Destiny · 5,843자

제57화. 타락의 씨앗

검은 하늘 아래.

연이의 성반이 천천히 돌고 있었다.

작은 점성술 원.

그 안쪽에 자미두수의 열두 궁이 겹쳐 있었다.

모카의 박자.

치즈의 유리.

크림의 온기.

루나의 음.

네오의 금빛.

그 빛들이 성반 가장자리에 작게 걸려 있었다.

검은 천이 한 번 더 흔들렸다.

흑천의.

별 없는 존재 무성이 걸친 하늘의 옷.

그 옷자락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멀어지는 척하면서, 여전히 성궁의 천장에 얇게 깔려 있었다.

연이는 앞발을 들어 올렸다.

“또 온다.”

모카가 귀를 세웠다.

“이번엔 소리가 안 세요.”

치즈가 유리 조각을 들어 올렸다.

“고리 반응도 약해요. 직접 공격은 아닌 것 같아요.”

크림은 바구니를 안고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그 말이 더 무서운데요.”

루나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성은 크게 때릴 때보다, 조용히 건드릴 때가 더 위험해.”

네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흑천의가 사라진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금빛 갈기 끝이 낮게 떨렸다.

연이는 그 모습을 보며 작게 물었다.

“네오. 뭘 보고 있어?”

네오는 늦게 대답했다.

“씨앗.”

“씨앗?”

그 말이 끝나자, 성궁 위쪽에서 검은 별가루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눈처럼 조용히.

비처럼 촘촘히.

하지만 그 별가루는 바닥에 닿지 않았다.

각자에게 하나씩 다가왔다.

모카에게 하나.

치즈에게 하나.

크림에게 하나.

루나에게 하나.

그리고 네오에게 하나.

연이의 눈이 커졌다.

“피해!”

모카가 몸을 뒤로 뺐다.

하지만 검은 별가루는 피하는 방향을 따라갔다.

화살처럼 빠르지는 않았다.

오히려 너무 느렸다.

그 느림이 더 기분 나빴다.

마치 이미 도착할 걸 알고 있다는 듯이.

첫 번째 별가루가 모카 앞에서 멈췄다.

작은 검은 씨앗이었다.

그 씨앗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너에게 완성된 목소리를 주겠다.”

모카의 몸이 굳었다.

연이가 바로 외쳤다.

“모카, 듣지 마!”

하지만 이미 씨앗의 목소리는 모카의 귀 안쪽에 닿았다.

“백 년째 데뷔 전.”

“아직도 부족한 랩.”

“흔들리는 박자.”

“하지만 이 씨앗을 삼키면, 처음부터 완성된 목소리를 갖게 된다.”

씨앗 안쪽에서 무대가 펼쳐졌다.

모카가 보았다.

거대한 공연장.

환호하는 관객.

마이크를 든 자신.

완벽한 플로우.

어긋나지 않는 박자.

누구도 비웃지 않는 무대.

SOLV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넌 이제 진짜 래퍼야.”

모카의 눈이 흔들렸다.

“SOLV 형…….”

연이는 이를 악물었다.

그건 가짜다.

하지만 완전히 거짓은 아니었다.

모카가 가장 원하는 것이었다.

완성된 목소리.

인정받는 무대.

비웃음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첫 줄.

무성은 그걸 알고 있었다.

청토끼에게 회중시계를 내밀던 것처럼.

약한 욕망 앞에, 완벽한 도구를 내밀고 있었다.

“모카!”

연이가 소리쳤다.

“그건 네 목소리가 아니야!”

모카의 손이 떨렸다.

검은 씨앗은 아주 천천히 그의 입가로 다가갔다.

“완성된 목소리.”

“실수 없는 박자.”

“영원한 데뷔.”

모카의 입술이 열리려 했다.

그 순간 연이가 바닥을 쳤다.

통.

작은 박자.

모카의 귀가 움찔했다.

연이는 다시 쳤다.

통.

통.

“백 년째 데뷔 전이라며.”

모카가 연이를 보았다.

연이는 앞발을 들어 가리켰다.

“그런데 네 첫 무대는 이미 네가 열었잖아.”

모카의 눈이 흔들렸다.

식신·상관의 섬.

침묵의 무대.

마이크도 없이, 떨리는 목소리로 시작했던 첫 줄.

“나는 모카.”

그 한 줄.

완벽하지 않았지만, 진짜였던 목소리.

모카의 귀가 조금씩 올라갔다.

그는 검은 씨앗을 보았다.

“완성된 목소리라…….”

씨앗이 다시 속삭였다.

“삼켜라.”

모카는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작게 말했다.

“싫어.”

씨앗이 멈췄다.

모카의 목소리는 떨렸다.

하지만 이어졌다.

“저는 아직 부족해요.”

그의 발이 바닥을 찍었다.

쿵.

“근데 그 부족한 박자가 제 거예요.”

검은 씨앗에 금이 갔다.

모카는 한 번 더 말했다.

“완성된 목소리보다, 제가 키운 목소리가 좋아요.”

쨍.

씨앗이 깨졌다.

그 안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곧 사라졌다.

모카는 무릎을 꿇었다.

숨을 몰아쉬었다.

하지만 그의 귀는 다시 살아 있었다.

“들려요.”

그가 말했다.

“제 박자.”

연이는 짧게 웃었다.

“좋아.”

하지만 쉴 틈이 없었다.

두 번째 씨앗이 치즈 앞에 멈춰 있었다.

검은 씨앗 안에서 아주 정교한 계산판이 떠올랐다.

“너에게 완벽한 판단을 주겠다.”

치즈의 얼굴이 굳었다.

씨앗은 조용히 속삭였다.

“다시는 속지 않는다.”

“다시는 작은 글씨를 놓치지 않는다.”

“모든 조건을 한눈에 읽는다.”

“모든 위험을 미리 계산한다.”

치즈의 눈동자에 수많은 계약서가 비쳤다.

크림의 꿈이 경매장에 올라갔던 날.

자신이 보증인이 되었던 날.

몰랐던 조항.

놓쳤던 문장.

무서워서 떨던 손.

씨앗은 그 기억을 정확히 건드렸다.

“너는 약해서 놓쳤다.”

“이 씨앗을 삼키면, 다시는 놓치지 않는다.”

치즈의 손이 씨앗을 향해 올라갔다.

“완벽한 판단…….”

연이는 달려가려 했다.

그러나 검은 천 조각이 그녀의 앞을 막았다.

무성의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낮게 웃었다.

“막지 마라.”

“그는 원한다.”

연이는 이를 갈았다.

청토끼도 원했다.

위로 올라가고 싶었다.

무시당하지 않고 싶었다.

자기 욕망을 이길 힘이 없었다.

그 약함에 무성이 회중시계를 먹였다.

그리고 청토끼는 괴물이 되었다.

연이는 치즈를 향해 외쳤다.

“치즈!”

치즈는 씨앗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저는…… 다시는 놓치면 안 돼요.”

“맞아.”

연이가 말했다.

치즈가 멈칫했다.

“다시는 놓치고 싶지 않은 거, 맞아.”

연이는 검은 천 앞에서 몸을 낮췄다.

“근데 완벽한 판단은 사람을 지키는 게 아니야.”

치즈의 손이 멈췄다.

“그럼…….”

“네가 지키고 싶었던 건 계약서가 아니었잖아.”

치즈의 눈이 흔들렸다.

연이는 계속 말했다.

“크림이었지.”

크림이 치즈를 보았다.

“오빠…….”

치즈의 손이 떨렸다.

씨앗은 급히 속삭였다.

“완벽해야 지킬 수 있다.”

“틀리면 또 빼앗긴다.”

치즈는 눈을 감았다.

그의 유리 조각이 다시 빛났다.

그 안에는 단 하나의 문장이 떠올랐다.

[완벽하지 않아도, 확인하고 말할 수 있다.]

치즈가 숨을 삼켰다.

“저는…… 완벽해지고 싶었던 게 아니에요.”

그는 씨앗을 똑바로 보았다.

“다시 무서워도, 읽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씨앗에 금이 갔다.

“그러니까.”

치즈가 목소리를 조금 더 높였다.

“남의 기록을 먹여 만든 판단은 제 것이 아닙니다.”

쨍.

두 번째 씨앗이 깨졌다.

치즈는 뒤로 주저앉았다.

크림이 달려가 그를 붙잡았다.

“오빠!”

“괜찮아.”

치즈는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완벽하지 않아서 괜찮아.”

크림은 울먹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세 번째 씨앗이 크림 앞에 떠올랐다.

그 안에서는 황금빛 오븐이 열렸다.

향기로운 빵 냄새가 복덕궁 전체를 채웠다.

크림의 눈이 커졌다.

씨앗이 속삭였다.

“너에게 절대 실패하지 않는 레시피를 주겠다.”

크림의 손이 멈췄다.

“절대…… 실패하지 않는…….”

“타지 않는 빵.”

“식지 않는 빵.”

“모두가 웃는 빵.”

“누구도 실망하지 않는 빵.”

크림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빵이 돌 같았던 첫날.

청토끼에게 꿈을 빼앗겼던 날.

오븐이 감염되어 계산서 맛이 나던 날.

그 모든 기억이 씨앗 안에서 달콤한 향으로 변했다.

“이 씨앗을 삼켜라.”

“그러면 네 빵은 언제나 완벽하다.”

크림은 아주 작게 말했다.

“그러면…… 아무도 슬퍼하지 않을까요?”

연이는 이번엔 더 빨리 반응했다.

“크림!”

하지만 크림은 이미 씨앗을 보고 있었다.

빵을 만드는 아이에게, 실패하지 않는 레시피.

그건 너무 강한 유혹이었다.

크림은 누군가가 자기 빵을 먹고 웃는 걸 보고 싶어 한다.

그러니 모두가 웃는 빵을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갖고 싶을까.

연이는 입을 열었다.

그러나 먼저 말한 건 치즈였다.

“크림.”

크림이 치즈를 보았다.

치즈는 손을 뻗었다.

“네 첫 빵은 돌 같았어.”

크림의 입술이 떨렸다.

“오빠, 지금 그 얘기를 또 해요?”

치즈는 눈물이 고인 채 웃었다.

“근데 나는 그걸 아직도 기억해.”

크림의 눈이 흔들렸다.

“왜요?”

“완벽해서가 아니야.”

치즈는 크림의 손을 잡았다.

“네가 다음엔 더 부드럽게 만들 거라고 웃었으니까.”

크림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씨앗은 급히 속삭였다.

“실패는 아프다.”

“완벽하면 사랑받는다.”

크림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녀는 바구니 안에서 조금 타고, 조금 찌그러진 별가루빵 하나를 꺼냈다.

“이것도 제가 만든 거예요.”

빵은 예쁘지 않았다.

조금 탔다.

하지만 따뜻했다.

크림은 그것을 씨앗 앞에 내밀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나눠 먹을 수 있으면 돼요.”

쨍.

세 번째 씨앗이 깨졌다.

달콤했던 향기가 사라지고, 대신 따뜻한 빵 냄새가 남았다.

루나가 조용히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네 번째 씨앗은 이미 그녀 앞에 와 있었다.

씨앗 안에는 악보가 있었다.

완벽한 악보.

틀리지 않는 멜로디.

모든 감정을 정확히 번역하는 노래.

“너에게 틀리지 않는 해석을 주겠다.”

씨앗이 말했다.

루나의 손가락이 멈췄다.

“틀리지 않는…….”

“네 노래는 모두를 위로할 것이다.”

“네 멜로디는 누구도 길 잃게 하지 않을 것이다.”

“네가 고른 음은 언제나 정답이 된다.”

루나는 흔들렸다.

작곡가.

안내자.

기억을 멜로디로 엮는 토끼.

그녀는 누군가의 마음을 잘못 읽을까 두려워했다.

자기 노래가 오히려 누군가를 더 깊은 곳으로 밀어 넣을까 두려워했다.

틀리지 않는 악보.

그건 루나에게 너무 달콤한 구원이었다.

연이는 루나를 불렀다.

“루나.”

루나는 씨앗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만약 틀리지 않는다면…….”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아무도 상처받지 않을 수 있을까?”

이번엔 연이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모카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루나님.”

루나가 모카를 보았다.

모카는 가사 노트를 꼭 쥐었다.

“제 첫 줄도 완벽하지 않았어요.”

그는 작게 웃었다.

“근데 루나님이 말했잖아요. 다음 줄은 무대 밖에서 자라야 한다고.”

루나의 눈이 흔들렸다.

“모카.”

“틀리지 않는 악보면 다음 줄이 자라나요?”

루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모카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틀려도 다시 쓸 수 있는 노래가 좋아요.”

루나의 손에서 류트가 조용히 울렸다.

딩.

작은 음.

정답이라기보다 시작에 가까운 음.

루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씨앗을 향해 말했다.

“내가 해야 하는 건 틀리지 않는 게 아니야.”

씨앗이 떨렸다.

“들어주고, 다시 고치는 것.”

루나가 류트를 켰다.

이번 음은 완벽하지 않았다.

조금 떨렸다.

하지만 살아 있었다.

“노래는 정답이 아니라 길이니까.”

쨍.

네 번째 씨앗도 깨졌다.

이제 남은 건 하나.

네오 앞에 떠 있는 검은 씨앗.

다른 씨앗들과 달랐다.

훨씬 작았다.

소리도 없었다.

향도 없었다.

빛도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가장 위험해 보였다.

연이는 네오를 보았다.

네오는 씨앗을 바라보고 있었다.

표정이 없었다.

씨앗 안에서 아주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너에게 이름을 돌려주겠다.”

복덕궁의 달빛이 흔들렸다.

모카가 숨을 삼켰다.

치즈의 유리 조각이 금이 갔다.

루나는 얼굴을 굳혔다.

크림은 바구니를 끌어안은 채 뒷걸음질쳤다.

연이의 심장도 크게 뛰었다.

네오의 이름.

드디어, 그 약점이 건드려졌다.

씨앗은 조용히 말했다.

“잃어버린 이름.”

“끊어진 시간.”

“미래에서 떼어낸 기억.”

“네가 지키려던 사람.”

네오의 갈기가 흔들렸다.

연이는 숨을 멈췄다.

씨앗은 더 가까이 다가갔다.

“이 씨앗을 삼켜라.”

“그러면 모든 것을 기억한다.”

“네 이름도.”

“네 실패도.”

“네가 되돌리려 했던 그날도.”

네오의 발톱이 바닥을 긁었다.

금빛이 튀었다.

그러나 그는 씨앗을 베지 않았다.

연이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네오.”

네오가 낮게 말했다.

“오지 마라.”

“싫어.”

“연이.”

그 목소리는 경고였다.

하지만 연이는 멈추지 않았다.

“아까 다들 자기 약한 부분을 봤어.”

그녀는 네오 앞에 섰다.

“이제 네 차례야.”

네오의 눈빛이 흔들렸다.

“내 문제다.”

“아니.”

연이는 바로 말했다.

“네가 우리랑 연결돼 있으면, 네 문제만은 아니야.”

씨앗이 웃는 것처럼 떨렸다.

“그가 말하면 너는 다친다.”

무성이 속삭였다.

“그가 기억하면 너는 후회한다.”

“그가 이름을 되찾으면, 네 운명도 바뀐다.”

연이는 씨앗을 노려봤다.

“시끄러워.”

씨앗이 멈칫했다.

연이는 네오를 보았다.

“네오. 이름을 되찾고 싶어?”

네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침묵.

길고 무거운 침묵.

연이는 기다렸다.

이번엔 재촉하지 않았다.

마침내 네오가 말했다.

“그렇다.”

짧은 대답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 오래된 무게가 있었다.

연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되찾아야지.”

네오가 그녀를 보았다.

연이는 이어 말했다.

“근데 저 씨앗이 주는 방식으로는 아니야.”

씨앗이 날카롭게 떨렸다.

“왜?”

무성의 목소리가 물었다.

연이는 네오 대신 대답했다.

“청토끼도 그렇게 받았으니까.”

복덕궁의 공기가 멈췄다.

“약한 마음에 도구를 먹여서 괴물로 만들었잖아.”

그녀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이번엔 네오한테 이름을 먹이려는 거지.”

네오의 금빛 눈이 조용히 커졌다.

연이는 씨앗을 향해 앞발을 들어 올렸다.

“이름은 먹는 게 아니야.”

성반이 다시 떠올랐다.

“되찾는 거야.”

네오의 갈기가 환하게 빛났다.

씨앗이 뒤로 물러나려 했다.

그 순간 네오가 앞발을 들었다.

이번엔 발톱이 아니었다.

그는 씨앗을 베지 않았다.

그저 앞발을 씨앗 가까이에 댔다.

“나는 아직 기억하지 않는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다.

“하지만 잊은 채로도 지키기로 한 것이 있다.”

씨앗이 갈라졌다.

“내 이름은 네가 주는 것이 아니다.”

네오의 금빛이 강해졌다.

“내가 되찾는다.”

쨍.

마지막 씨앗이 깨졌다.

그러나 완전히 사라지기 전, 씨앗 안에서 한 글자 조각이 튀어나왔다.

금빛 글자.

아주 짧은 조각.

[레]

연이는 눈을 크게 떴다.

“레……?”

네오의 몸이 굳었다.

그 순간 하늘 위 흑천의가 크게 흔들렸다.

무성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조각 하나가 돌아갔군.”

네오의 갈기가 거칠게 타올랐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연이는 그를 보았다.

“네오…….”

네오는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아직 묻지 마라.”

연이는 잠시 그를 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 대답에 네오의 눈빛이 조금 흔들렸다.

무성의 웃음소리가 멀어졌다.

“좋다.”

“도구를 거절하는 법은 배웠군.”

“그럼 다음에는 빼앗아보겠다.”

흑천의가 위로 사라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물러난 것이 아니었다.

복덕궁 끝.

자미성으로 향하는 계단 위에 검은 별들이 줄지어 켜졌다.

하나씩.

하나씩.

팀원들의 작은 우주를 겨냥한 별 없는 표적들.

치즈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다음 공격은 씨앗이 아니에요.”

모카가 귀를 세웠다.

“소리가 날카로워졌어요.”

루나가 낮게 말했다.

“이번엔 유혹이 아니라 강탈이야.”

크림이 바구니를 꼭 안았다.

“그럼 더 무서운 거잖아요.”

연이는 성반을 다시 띄웠다.

그 안에 모두의 빛이 작게 돌아왔다.

모카의 박자.

치즈의 문장.

크림의 온기.

루나의 기준음.

그리고 네오의 금빛.

그 금빛 안에는 이제 아주 작은 글자 조각이 떠 있었다.

[레]

연이는 그것을 보았다.

네오의 잃어버린 이름 조각.

아직 의미는 모른다.

하지만 그 조각 하나만으로도, 무성이 흔들렸다.

연이는 앞발을 들어 올렸다.

“좋아.”

그녀의 목소리가 단단해졌다.

“다음엔 뺏으러 온다고?”

하늘 위 검은 표적들이 반짝였다.

연이는 이를 악물고 웃었다.

“그럼 이번엔 우리가 먼저 지킨다.”

자미성으로 향하는 계단이 다시 열렸다.

그리고 그 위에서, 무성이 준비한 진짜 강탈전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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