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이상한 앱이 깔렸다
Code Destiny · 2,883자
프롤로그. 이상한 앱이 깔렸다
연이는 요즘 운이 이상했다.
그냥 “오늘 좀 운 없네?” 수준이 아니었다.
이건 거의 인생이 연이를 상대로 몰래카메라를 찍고 있는 수준이었다.
아침부터 이상했다.
분명 알람을 세 개나 맞춰뒀다.
7시 10분.
7시 15분.
7시 20분.
심지어 알람 이름도 야무지게 적어놨다.
그런데 하나도 안 울렸다.
연이가 눈을 떴을 때, 휴대폰은 1퍼센트였다.
충전기는 콘센트에 꽂혀 있었다.
문제는 휴대폰 쪽이 빠져 있었다.
연이는 충전기를 한참 바라보다가 작게 말했다.
“너도 나랑 손절했냐?”
그날 신고 나간 양말은 양쪽 색이 달랐다.
왼쪽은 흰색.
오른쪽은 회색.
심지어 무늬도 달랐다.
그래도 연이는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요즘은 믹스매치도 패션이니까.
문제는 학교 가는 길이었다.
버스 카드를 찍었는데 오류가 났다.
삑.
다시 댔다.
삑.
또 댔다.
삑.
뒤에 선 사람들이 조용히 연이를 바라봤다.
그 침묵이 제일 무서웠다.
연이는 카드에 대고 낮게 속삭였다.
“너 어제까진 멀쩡했잖아.”
카드는 네 번째에야 찍혔다.
이미 둘 사이의 신뢰는 조금 깨진 뒤였다.
점심에는 참치마요 삼각김밥을 샀다.
뜯자마자 바닥에 떨어졌다.
연이는 바닥에 엎어진 삼각김밥을 내려다봤다.
밥알이 흩어지고, 김이 반쯤 벗겨진 모습이 너무 처참했다.
마치 삼각김밥도 자기 운명을 받아들이지 못한 얼굴이었다.
연이는 조용히 묵념했다.
“미안하다. 넌 좋은 참치마요였어.”
다시 샀다.
이번엔 떨어뜨리지 않았다.
그런데 한입 먹자마자 입안이 불탔다.
매운 제육이었다.
포장에는 분명 참치마요라고 적혀 있었다.
연이는 삼각김밥을 노려봤다.
“너까지 나를 속여?”
삼각김밥은 대답하지 않았다.
당연했다.
그건 삼각김밥이니까.
그 정도까지는 웃겼다.
친구한테 말하면 “ㅋㅋㅋㅋ 너 오늘 왜 그러냐” 하고 넘길 수 있는 정도였다.
그런데 며칠 뒤부터는 웃기지 않았다.
아르바이트 면접은 당일 취소됐다.
과제 파일은 제출 직전에 깨졌다.
택배는 다른 동으로 갔다.
카페 쿠폰은 쓰려는 순간 어제 만료였다.
중요한 메시지는 전송 실패가 떴다.
사과해야 할 타이밍은 꼭 한 박자씩 늦었다.
좋은 뜻으로 한 말은 이상하게 오해가 됐다.
약속은 자꾸 엇갈렸다.
기다리던 답장은 오지 않았다.
한 번은 분명 답장창이 떴다.
점 세 개가 반짝였다.
오려다가, 사라졌다.
연이는 그 점 세 개가 지워진 자리를 한참 보고 있다가 휴대폰을 뒤집어 놓았다.
작은 불운들이 매일 조금씩 연이의 하루를 갉아먹었다.
처음엔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연도 계속되면 슬슬 기분이 이상해진다.
요즘 왜 이렇게 꼬이지?
내가 뭘 잘못했나?
진짜 운이 어디서 새고 있나?
연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피곤해서 그래.”
운명 같은 건 믿고 싶지 않았다.
운명은 너무 편한 말이었다.
망하면 운명.
헤어지면 인연 아님.
늦으면 때가 아님.
그 말들은 늘 연이만 제자리에 남겨두는 주문처럼 들렸다.
그렇게 말하면 설명은 쉬워진다.
근데 마음은 하나도 안 쉬워진다.
그래서 연이는 운세 앱도, 타로 카드도, 별자리 글도 잘 보지 않았다.
괜히 믿었다가 틀리면 더 억울하니까.
그런데 그날 밤.
정말 모든 게 이상하게 꼬였던 하루의 끝이었다.
연이는 젖은 양말을 벗어 던지고 침대 위에 쓰러졌다.
“오늘은 진짜 레전드였다.”
휴대폰 배터리는 4퍼센트.
충전기를 꽂으려는데, 화면이 혼자 켜졌다.
연이는 눈을 찌푸렸다.
“뭐야?”
홈 화면 한가운데 처음 보는 앱이 있었다.
검은 밤하늘.
달빛으로 그려진 문.
작은 별 하나.
그리고 네 글자.
〈Code Destiny〉
연이는 잠시 멈췄다.
“내가 이런 걸 깔았나?”
기억에 없었다.
요즘 피곤해서 광고를 잘못 눌렀나 싶었다.
그래서 앱을 길게 눌렀다.
삭제하려고.
그런데.
“왜?”
다시 눌렀다.
연이는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말했다.
“요즘 앱 진짜 기세 미쳤네.”
설정으로 들어가 봤다.
앱 목록에는 없었다.
저장 공간에도 없었다.
그런데 홈 화면에는 있었다.
너무 당당하게.
마치 원래부터 자기 자리였다는 듯이.
그때 알림이 떴다.
연이는 휴대폰을 뚫어져라 봤다.
“뭐?”
알림은 계속 이어졌다.
화면이 다시 번쩍였다.
연이는 침대 위에서 벌떡 일어났다.
“내 이름이랑 나이를 어떻게 알아?”
잠깐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앱이 대답했다.
연이는 휴대폰을 베개 위에 던졌다.
“아니, 말투가 더 무섭잖아!”
휴대폰은 베개 위에서 통통 튀더니 다시 화면을 밝혔다.
버튼은 두 개였다.
연이는 당연히 [나중에]를 눌렀다.
그러자 화면이 바뀌었다.
연이는 잠깐 멈췄다.
“그럼 왜 물어봤는데?”
버튼이 다시 나타났다.
연이는 헛웃음이 나왔다.
“이건 선택지가 아니라 납치 예고잖아.”
그때 화면 위로 카드 한 장이 떠올랐다.
타로 카드였다.
검은 배경 위에 달빛으로 된 문이 그려져 있었다.
문 앞에는 작은 꽃 한 송이가 피어 있었다.
카드 아래에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연이는 눈을 깜빡였다.
“타로에 이런 카드가 있었나?”
그 순간 카드 속 문이 열렸다.
끼이이익.
소리는 휴대폰에서 난 게 아니었다.
방 안에서 났다.
연이의 침대 앞.
허공에 달빛 문이 세워져 있었다.
문틈 너머로 밤하늘이 보였다.
연이는 그대로 굳었다.
“이거 지금 내 방 맞지?”
대답은 없었다.
대신 카드들이 문 안에서 쏟아져 나왔다.
별.
달.
태양.
운명의 수레바퀴.
이름 없는 카드들.
카드들은 방 안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책상 위 과제물도 떠올랐다.
뒤집힌 우산도 떠올랐다.
잃어버렸다가 방금 찾은 립밤도 떠올랐다.
반쯤 먹다 만 컵라면까지 떠올랐다.
연이는 침대 헤드를 붙잡았다.
“잠깐. 나 이런 장르 처음인데?”
휴대폰이 말했다.
“닫아.”
“닫으라고.”
“강? 여긴 원룸인데?”
“변환하지 마!”
문 안쪽에서 빛이 터졌다.
연이는 끝까지 침대 헤드를 붙잡았다.
하지만 침대 헤드는 생각보다 의리가 없었다.
뚝.
“배신자!”
연이는 그대로 타로의 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문 너머는 끝없는 밤이었다.
위도 밤.
아래도 밤.
별자리들이 강물처럼 흐르고 있었다.
수많은 타로 카드가 그녀 주변을 돌며 속삭였다.
선택.
추락.
시작.
변신.
연이는 중심을 잃고 떨어졌다.
아니, 떠내려갔다.
어디가 위인지도 몰랐다.
그때 알림음이 울렸다.
띠링.
“나는 동의한 적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몸이 이상해졌다.
팔이 짧아졌다.
다리도 짧아졌다.
몸이 둥글어졌다.
머리 위에는 뭔가가 피어났다.
연이는 비명을 질렀다.
“꿀아아아악!”
자기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리고 곧장 별빛 강 위로 떨어졌다.
풍덩.
가라앉지는 않았다.
통.
통통.
무언가 말랑한 몸이 강물 위에서 튕겼다.
연이는 천천히 자기 몸을 내려다봤다.
분홍빛 몸.
짧은 다리.
동그란 배.
꼬불꼬불한 꼬리.
머리 위에 핀 작은 꽃.
연이는 앞발을 들어 보았다.
작고 통통했다.
너무 작고.
너무 통통했다.
“나……”
입에서 나온 소리는 다시 이것이었다.
“꿀?”
연이는 사주의 강 위에서 절규했다.
“나 돼지 됐잖아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