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화. 금빛 사자의 발톱
Code Destiny · 6,415자
제26화. 금빛 사자의 발톱
첫 번째 계약서가 찢어졌다.
쨍!
종이가 찢어지는 소리가 아니었다.
유리가 깨지는 소리였다.
아니, 더 정확히는 누군가가 돈으로 만든 감옥을 발톱으로 갈라버리는 소리였다.
공중에 떠 있던 황금빛 계약서가 두 조각, 세 조각, 여섯 조각으로 갈라졌다.
조항들이 허공에서 흔들리다가 금빛 먼지처럼 흩어졌다.
경매장 전체가 얼어붙었다.
VIP석의 동물들이 입찰판을 든 채 굳었다.
까마귀 직원들은 도장을 들고도 움직이지 못했다.
치즈를 끌어당기던 쇠사슬도 잠깐 힘을 잃었다.
치즈의 몸이 유리병 쪽으로 빨려 들어가다 멈췄다.
"치즈!"
연이가 외쳤다.
모카가 바로 달려가려 했지만, 네오의 목소리가 먼저 떨어졌다.
"지금."
짧은 말이었다.
하지만 그 한마디가 경매장을 가른 것처럼 들렸다.
연이는 망설이지 않았다.
앞발로 바닥을 박차고 달렸다.
짧은 다리라 원래라면 우스운 움직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가슴 안쪽의 [乙亥]가 흔들렸다.
작은 새싹과 깊은 물.
연이는 미끄러지지 않았다.
금빛 바닥 위에 검푸른 물결이 잠깐 스치고, 그 위로 작은 덩굴이 자라났다.
그 덩굴이 치즈의 몸을 감쌌다.
"잡았다!"
연이가 이를 악물고 치즈를 끌어당겼다.
"모카!"
"네!"
모카가 치즈의 반대편으로 뛰었다.
그는 치즈의 목걸이에서 나는 소리를 들었다.
찰칵.
철컥.
찰칵.
쇠사슬이 다시 조여들려는 박자.
모카는 귀를 세우고 외쳤다.
"두 박자 뒤에 다시 당겨져요!"
"그럼 그 전에 끊어야지!"
연이가 치즈를 끌었다.
하지만 쇠사슬은 치즈의 발목만 잡고 있는 게 아니었다.
바닥 밑에서, 공중에서, 유리병 안쪽에서, 보이지 않는 조항들이 그를 붙잡고 있었다.
치즈의 몸에서 또다시 빛이 빠져나가려 했다.
연이는 이를 악물었다.
"丁未."
작은 불씨가 피어났다.
하지만 연이는 그 불을 크게 터뜨리지 않았다.
식신·상관의 섬에서 배운 불은 표현의 힘이었다.
그러나 재성의 섬에서 무작정 태우면, 모든 게 배상금으로 돌아온다.
연이는 숨을 고르고, 불꽃을 아주 작게 만들었다.
바늘처럼.
정확하게.
그 문장 하나만 향해 불씨가 날아갔다.
치익.
문장 가장자리가 탔다.
숫자가 멈췄다.
모카가 소리쳤다.
"멈췄어요!"
연이는 치즈를 더 세게 끌어당겼다.
치즈는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윽!"
모카가 그를 받아냈다.
"괜찮아요?"
치즈는 숨을 몰아쉬었다.
"아직...... 아직 괜찮아요."
하지만 그의 목걸이는 여전히 붉게 깜빡이고 있었다.
그리고 크림의 꿈이 담긴 유리병은 여전히 경매장 중앙에 떠 있었다.
연이는 치즈를 모카에게 맡기고 다시 중앙을 보았다.
그곳에서 네오와 청토끼가 마주 보고 있었다.
청토끼는 더 이상 웃고 있지 않았다.
아니.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하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
그 눈은 계산하고 있었다.
눈앞의 작은 사자를.
찢어진 계약서들을.
흔들린 경매장 질서를.
그리고 그 모든 것에 붙일 수 있는 가격을.
"놀랍군요."
청토끼가 말했다.
"그 작은 몸으로 이렇게 많은 비용을 발생시키다니."
네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앞발을 디뎠다.
쿵.
또 한 번, 경매장 바닥이 울렸다.
연이는 숨을 삼켰다.
네오의 몸은 그대로였다.
작고, 날렵하고, 금빛 갈기가 있는 작은 사자.
하지만 그 뒤쪽에 떠오른 윤곽은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
거대한 금빛 사자.
천장에 닿을 만큼 컸다.
갈기는 별빛처럼 흘렀고, 눈은 오래된 태양처럼 빛났다.
그 윤곽은 네오의 그림자 같기도 했고, 네오 안쪽에 잠들어 있던 진짜 형체 같기도 했다.
모카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저게...... 네오님?"
연이도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게."
그리고 작게 덧붙였다.
"저래놓고 맨날 고양이 아니라고만 했다고?"
치즈는 겁에 질린 채로도 네오를 바라봤다.
"저분...... 대체 누구예요?"
연이는 대답하지 못했다.
몰랐다.
정말 몰랐다.
네오 본인도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나는 알 수 있었다.
그는 지금까지 한 번도 전부를 보여준 적이 없었다.
청토끼가 손가락을 튕겼다.
까마귀 직원들이 동시에 움직였다.
그들이 도장을 허공에 찍었다.
쾅!
쾅!
쾅!
수십 장의 계약서가 네오를 향해 날아왔다.
계약서들은 종이가 아니라 칼날처럼 회전했다.
얇고 빠르고, 닿으면 살이 아니라 권리와 시간을 베어갈 것처럼 날카로웠다.
네오는 고개를 들었다.
"시끄럽다."
그가 앞으로 뛰었다.
작은 몸이 금빛 선으로 변했다.
촤아악!
첫 번째 계약서가 갈라졌다.
두 번째.
세 번째.
열 번째.
스무 번째.
네오의 움직임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금빛 발톱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계약서들이 산산이 찢겼다.
쨍!
쨍!
쨍!
찢긴 계약서 조각들이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금빛 불꽃이 되어 사라졌다.
경매장 천장의 유리병들이 흔들렸다.
VIP석의 동물들은 더 이상 입찰판을 들고 있지 않았다.
몇몇은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러나 좌석 아래에 금빛 고리가 나타나 그들을 붙잡았다.
그들은 다시 앉았다.
연이는 그걸 보고 이를 갈았다.
"진짜 섬 전체가 감옥이네."
청토끼는 네오의 공격을 바라보며 회중시계를 들었다.
찰칵.
"속도가 빠르군요."
네오가 이미 그의 앞에 도착해 있었다.
발톱이 청토끼의 목 앞에서 멈췄다.
청토끼의 푸른 털 한 올이 허공에 잘려 떨어졌다.
경매장이 조용해졌다.
네오는 낮게 말했다.
"유리병을 내려라."
청토끼의 목가에 금빛 발톱이 닿아 있었다.
조금만 더 움직이면 끝이었다.
연이는 숨을 삼켰다.
처음으로 청토끼가 몰렸다.
분명히.
그 압도적이고 재수 없고 모든 걸 계산하던 청토끼가.
지금은 네오의 발톱 앞에서 멈춰 있었다.
모카가 작게 말했다.
"이길 수 있나요?"
연이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때 청토끼가 웃었다.
아주 작게.
"이해하셨군요."
네오의 눈이 가늘어졌다.
"뭘."
"힘으로는 당신이 우위라는 것."
청토끼가 말했다.
"순수한 힘, 속도, 파괴력. 네. 제가 졌습니다."
그 말이 너무 쉽게 나왔다.
연이는 오히려 불안해졌다.
청토끼는 천천히 손을 들었다.
"하지만 이 섬은 힘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회중시계가 다시 닫혔다.
찰칵.
그 순간 네오의 발톱 주변에 작은 금빛 문장이 떠올랐다.
네오가 바로 발톱을 내리쳤다.
하지만 이번엔 청토끼를 베지 못했다.
쨍!
청토끼 앞에 투명한 계약서 벽이 나타났다.
네오의 발톱과 부딪힌 벽은 갈라졌지만, 완전히 깨지지 않았다.
청토끼는 한 발 뒤로 물러났다.
"보험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다시 부드러워졌다.
"고위 임원에게는 당연히 보호 계약이 필요하지요."
네오는 다시 뛰었다.
금빛 선이 청토끼를 향해 쏘아졌다.
하지만 바닥에서 수십 장의 계약서가 솟아올랐다.
네오의 몸에 금빛 실이 감겼다.
그는 공중에서 몸을 틀었다.
촤악!
실들이 끊어졌다.
하지만 끊어진 실은 사라지지 않고 다른 계약서로 변했다.
연이의 눈이 커졌다.
"미친, 끊으면 늘어나?"
모카가 귀를 세웠다.
"소리가 바뀌었어요."
"어떻게?"
"방금부터 청토끼 계약서가 네오님 공격 박자에 맞춰 늘어나요. 네오님이 빠르게 움직일수록 계약서가 더 빨리 찍혀요."
연이는 숨을 삼켰다.
"공격할수록 계약이 늘어나는 구조?"
네오가 땅에 착지했다.
그 순간 바닥 아래에서 또 다른 계약서들이 솟아올랐다.
네오의 갈기가 더 강하게 빛났다.
그 빛만으로 주변 계약서들이 타기 시작했다.
치이이익!
청토끼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것도 가능합니까?"
네오는 대답 대신 발톱을 휘둘렀다.
금빛 파동이 부채처럼 퍼졌다.
계약서 수십 장이 한 번에 불탔다.
청토끼의 비행선까지 흔들렸다.
갑판 위의 까마귀 직원들이 비틀거렸다.
무대 중앙의 크림의 꿈이 담긴 유리병도 아래로 흔들렸다.
연이는 그 틈을 봤다.
"모카!"
"네!"
"크림 병 소리!"
모카는 눈을 감았다.
유리병 안쪽에서 빵 반죽을 치대는 소리가 들렸다.
토닥.
토닥.
토닥.
하지만 그 위에 자물쇠 소리가 겹쳐 있었다.
철컥.
철컥.
철컥.
"세 겹이에요!"
"어디?"
"병 입구, 병 바닥, 그리고 꿈 안쪽!"
연이는 숨을 들이켰다.
"丁未."
작은 불꽃이 피어났다.
이번에도 크게 태우지 않았다.
가장 바깥쪽 자물쇠만.
정확하게.
불꽃이 유리병 입구로 날아갔다.
치익.
첫 번째 자물쇠가 녹았다.
크림의 꿈이 안쪽에서 조금 더 밝아졌다.
치즈가 눈물을 흘렸다.
"크림......!"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청토끼의 시선이 연이를 향했다.
"무단 담보 접근."
그가 손가락을 튕겼다.
연이의 발밑에 황금빛 계약서가 펼쳐졌다.
연이의 몸이 굳었다.
계약서가 그녀의 앞발을 감싸기 시작했다.
"아, 또!"
네오가 바로 움직였다.
하지만 청토끼가 기다렸다는 듯 웃었다.
"그렇죠."
공중의 계약서들이 방향을 바꿨다.
이번에는 네오가 연이를 구하려는 경로 자체가 계약서로 막혔다.
금빛 사슬들이 네오의 앞을 가로막았다.
네오는 그대로 돌파했다.
쨍!
쨍!
쨍!
사슬들이 부서졌다.
하지만 그때마다 더 많은 계약서가 네오의 몸에 달라붙었다.
연이는 눈을 크게 떴다.
"네오한테 붙고 있어!"
네오는 이를 드러냈다.
금빛 갈기가 사납게 타올랐다.
그는 몸을 한 번 흔들었다.
계약서들이 불타며 떨어졌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타다 남은 조항들이 네오의 발목에 달라붙었다.
네오의 움직임이 아주 조금 느려졌다.
정말 아주 조금.
하지만 청토끼는 그 작은 차이를 놓치지 않았다.
"역시."
그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
"당신은 강합니다. 그러나 강한 존재일수록 책임을 크게 물을 수 있지요."
청토끼가 양손을 펼쳤다.
경매장 전체가 흔들렸다.
천장, 벽, 바닥, 좌석, 비행선, 유리병.
모든 곳에서 계약서가 솟아올랐다.
한 장이 아니었다.
백 장.
천 장.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황금빛 계약서.
그것들이 하늘을 덮었다.
네오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연이는 그 소리를 처음 들었다.
작은 사자에게서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무언가 오래되고 거대한 짐승이 깊은 곳에서 울부짖는 소리.
청토끼의 얼굴에는 다시 미소가 돌아왔다.
"이제부터는 저와 싸우는 것이 아닙니다."
계약서들이 네오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 섬 전체의 계약과 싸우는 겁니다."
모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연이님...... 저거 소리, 너무 많아요."
"몇 개야?"
"셀 수 없어요. 전부 다른 계약인데, 박자가 하나로 맞춰지고 있어요."
계약서들이 동시에 울렸다.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수많은 회중시계가 한꺼번에 닫히는 것 같은 소리.
네오가 앞으로 뛰었다.
금빛 사자의 윤곽이 더 커졌다.
이번엔 청토끼가 아니라 계약망 전체를 향해.
발톱이 허공을 갈랐다.
쾅!
계약서 수백 장이 찢어졌다.
경매장 천장이 무너질 듯 흔들렸다.
VIP석에서 비명이 터졌다.
크림의 유리병이 다시 흔들렸다.
연이는 그 틈을 노리려 했다.
하지만.
찢어진 계약서들이 다시 붙기 시작했다.
금빛 사슬이 네오의 앞발에 감겼다.
네오가 그것을 뜯어냈다.
하지만 두 번째 사슬이 그의 뒷발을 잡았다.
세 번째 사슬이 목을 감았다.
네오의 금빛 그림자가 포효했다.
사슬들이 한 번에 터져나갔다.
쾅!
청토끼가 두 걸음 물러났다.
처음으로 그의 어깨가 흔들렸다.
하지만 그는 웃었다.
"대단합니다."
그의 눈은 이제 완전히 차가웠다.
"정말 대단합니다."
그가 손을 내렸다.
계약서들이 네오의 주변에서 회전했다.
이번에는 공격하지 않았다.
대신 계산하기 시작했다.
연이의 눈이 커졌다.
"저거...... 네오를 계산하고 있어."
네오의 갈기가 순간 거칠게 흔들렸다.
청토끼는 낮게 말했다.
"가격을 모르면 묶을 수 없습니다."
그는 회중시계를 열었다.
"하지만."
찰칵.
"이제 조금 알 것 같군요."
네오의 발밑에 거대한 황금빛 원이 펼쳐졌다.
네오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감히."
그 한마디에 경매장의 공기가 뒤틀렸다.
금빛 사자의 윤곽이 다시 청토끼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더 빨랐다.
더 거칠었다.
계약서 수백 장이 찢겼다.
금빛 장벽이 깨졌다.
청토끼의 회중시계 줄이 잘렸다.
푸른 넥타이가 찢어졌다.
청토끼가 처음으로 피를 흘렸다.
아주 작은 붉은 선.
입가.
경매장 안이 얼어붙었다.
청토끼가 손끝으로 피를 닦았다.
그는 그 붉은 피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웃었다.
진심으로.
"좋습니다."
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이 정도라면 충분히 비싸군요."
네오가 다시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청토끼의 피 한 방울에서 계약서가 피어났다.
붉은 계약서.
황금빛이 아니라 붉은빛이었다.
그 계약서는 네오의 금빛 발톱에 감겼다.
네오가 그것을 찢으려 했다.
하지만 찢기지 않았다.
오히려 발톱에 더 깊게 파고들었다.
네오의 움직임이 멈칫했다.
정말 처음이었다.
네오가 멈칫한 것은.
연이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네오!"
청토끼는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붉은 계약서들이 하나둘 더 피어났다.
그의 상처에서.
깨진 회중시계에서.
찢긴 넥타이에서.
파손된 경매장 바닥에서.
네오가 부순 모든 것에서.
계약서들이 네오의 몸을 향해 날아갔다.
네오는 금빛 갈기를 터뜨렸다.
몇 장은 불탔다.
몇 장은 찢겼다.
하지만 몇 장은 붙었다.
앞발.
어깨.
목.
등.
금빛 사자의 윤곽이 흔들렸다.
모카가 절규하듯 말했다.
"연이님, 계약서들이 네오님 힘에 달라붙고 있어요!"
연이는 명리 노트를 펼쳤다.
"壬午!"
검푸른 물빛이 계약서들을 읽으려 했다.
하지만 너무 많았다.
수백.
수천.
그리고 계속 늘어났다.
연이는 숨이 막혔다.
"너무 많아......"
청토끼가 웃었다.
"그렇습니다. 계약은 하나가 아닙니다."
그는 손가락을 펼쳤다.
"관계마다 계약이 있고, 선택마다 비용이 있으며, 파괴마다 책임이 있습니다."
네오가 이를 악물었다.
금빛 사자의 윤곽이 다시 타올랐다.
그는 억지로 한 발 앞으로 나아갔다.
쿵.
한 걸음.
계약서들이 찢겼다.
또 한 걸음.
사슬들이 터졌다.
세 번째 걸음.
청토끼의 미소가 흔들렸다.
그러나 네오의 몸에도 계약서가 더 깊게 박혔다.
연이는 처음으로 네오가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 작은 몸이 흔들렸다.
하지만 물러서지는 않았다.
청토끼는 낮게 말했다.
"당신은 강합니다."
그는 붉은 계약서를 펼쳤다.
"그래서 더 많은 것을 물어낼 수 있지요."
붉은 계약서들이 한꺼번에 네오를 향해 닫혔다.
쾅!
금빛이 터졌다.
연이와 모카, 치즈는 충격에 뒤로 밀려났다.
크림의 유리병도 크게 흔들렸다.
먼지가 걷혔다.
네오는 아직 서 있었다.
하지만 그의 앞발 하나가 바닥에 박혀 있었다.
황금빛 계약 사슬이 그 발을 묶고 있었다.
그 뒤의 거대한 금빛 사자 윤곽도 희미하게 흔들렸다.
청토끼는 찢어진 넥타이를 정리하며 천천히 웃었다.
"이제야 거래가 성립될 것 같군요."
연이는 이를 악물었다.
"거래 같은 소리 하지 마."
청토끼는 네오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음 조건을 제시하겠습니다."
공중에 붉은 계약서가 펼쳐졌다.
연이의 눈이 커졌다.
"뭐?"
청토끼는 네오를 보았다.
"선택하십시오."
찰칵.
끊어진 회중시계가 다시 움직였다.
"아이들의 꿈을 지킬지."
붉은 계약서가 더 가까워졌다.
"아니면 당신의 힘을 지킬지."
네오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은 여전히 금빛이었다.
하지만 계약서들은 그의 몸에 박혀 있었다.
연이는 숨을 삼켰다.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아니.
진짜 전투는 이제 시작이었다.
네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청토끼."
청토끼의 미소가 깊어졌다.
네오는 낮게 말했다.
"너는 지금 선을 넘었다."
그 순간 금빛 사자의 눈이 다시 타올랐다.
하지만 붉은 계약서도 동시에 빛났다.
경매장 전체가 폭풍 직전처럼 흔들렸다.
그리고 청토끼가 조용히 말했다.
"선에도 가격은 있습니다."
붉은 계약서들이 일제히 펼쳐졌다.
다음 충돌이 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