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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Destiny제3화. 본체 인증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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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

제3화. 본체 인증 실패

Code Destiny · 4,963자

제3화. 본체 인증 실패

거울 속 연이가 말했다.

“그럼 증명해봐.”

연이는 눈을 가늘게 떴다.

“뭘?”

“네가 진짜 연이라는 걸.”

그 순간, 비겁의 섬 전체가 흔들렸다.

공중에 떠 있던 거울들이 일제히 뒤집혔다.

거울 뒷면에는 숫자와 문장이 떠올랐다.

[비겁의 섬 본시험 시작]
[본체 인증을 진행합니다.]
[제한 시간: 10분]

연이는 눈을 깜빡였다.

“뭐야. 갑자기 본인 인증?”

거울 속 연이가 웃었다.

“맞아. 네 인생 로그인 권한을 걸고.”

연이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로그인 권한?”

네오가 낮게 말했다.

“비겁의 섬은 네 자리를 시험한다. 여기서 네 자리를 빼앗기면, 현실로 돌아가는 권한도 흔들린다.”

“잠깐.”

연이가 네오를 돌아봤다.

“그 말은 쟤가 나 대신 현실로 돌아갈 수 있다는 뜻이야?”

네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대답이었다.

거울 속 연이가 두 손을 펼쳤다.

“이해 빠르네.”

그녀는 인간의 모습이었다.

젖은 머리.

후드티.

손가락.

두 다리.

원래의 얼굴.

반면 연이는 꽃돼지였다.

짧은 앞발.

둥근 배.

머리 위 작은 꽃.

너무 귀엽고, 너무 불리했다.

연이는 자기 앞발을 내려다봤다.

“와. 이거 진짜 억울한데?”

거울 속 연이가 웃었다.

“억울하면 이기면 되지.”

“내 얼굴로 그런 말 하지 마. 기분 나빠.”

“그것도 네 말투야.”

“내가 이렇게 얄밉게 말한다고?”

“응.”

“오케이. 자기 객관화 완료. 좀 상처네.”

그때 거울 하나가 연이 앞으로 내려왔다.

거울 표면에 문장이 떴다.

[인증 항목 1]
[이름]

연이는 바로 말했다.

“연이.”

거울이 삐빅, 하는 소리를 냈다.

[불충분]

연이는 입을 벌렸다.

“왜?”

거울 속 연이가 여유롭게 말했다.

“이름은 나도 알아.”

그녀도 똑같이 말했다.

“연이.”

그러자 거울이 밝게 빛났다.

[후보자 2명 확인]
[본체 판별 불가]

연이는 어이가 없어서 네오를 봤다.

“야, 이 시스템 허술한데?”

네오가 말했다.

“비겁은 같은 기운이다. 겉으로 같은 것만으로는 구분되지 않는다.”

“그걸 왜 이제 말해?”

“지금 알면 된다.”

“너 고객센터 진짜 별점 낮다.”

두 번째 거울이 내려왔다.

[인증 항목 2]
[기억]

거울 속에는 연이의 현실이 비쳤다.

아침 알람이 울리지 않던 날.

버스 카드가 계속 오류 나던 순간.

과제 파일이 깨져 멍하니 앉아 있던 밤.

보내지 못한 메시지.

읽히지 않은 답장.

아무렇지 않은 척 웃던 얼굴.

연이는 입술을 다물었다.

장면 하나하나는 별것 아니었다.

그런데 그게 한꺼번에 몰려오자 가슴 안쪽이 답답해졌다.

거울 속 연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나는 늘 늦었어.”

거울이 반응했다.

[기억 일치]

거울 속 연이는 한 걸음 더 나왔다.

“말하고 싶을 땐 늦었고, 붙잡고 싶을 땐 놓쳤고, 괜찮은 척하다가 혼자 무너졌지.”

[기억 일치]

연이의 머리 위 꽃이 희미하게 떨렸다.

거울 속 연이는 연이를 바라봤다.

“봤지? 나도 다 알아.”

연이는 이를 악물었다.

맞다.

저건 전부 자신의 기억이었다.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거울 속 연이는 기억을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기억 속에서 아팠던 감정은 빠져 있었다.

마치 남의 일처럼 깔끔하게 정리한 보고서 같았다.

연이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맞아. 늦었어.”

거울이 흔들렸다.

“말해야 할 때 못 말한 적도 있고, 답장 기다리다가 괜히 휴대폰만 계속 본 적도 있고, 아무렇지 않은 척 웃은 적도 많아.”

그녀는 앞발을 가슴에 댔다.

“근데 그때 진짜 속으로는 하나도 안 괜찮았어.”

거울 속 연이의 표정이 아주 살짝 굳었다.

연이는 계속 말했다.

“웃긴 척한 건 괜찮아서가 아니라, 안 그러면 진짜 울 것 같아서였어.”

거울이 밝게 빛났다.

[감정 일치]
[본체 반응 감지]

연이의 머리 위 꽃이 조금 더 환해졌다.

거울 속 연이가 눈을 가늘게 떴다.

“제법이네?”

연이는 숨을 골랐다.

“나도 내 얘기는 좀 알아.”

“그럼 다음도 맞혀봐.”

세 번째 거울이 내려왔다.

[인증 항목 3]
[현재의 몸]

거울에는 꽃돼지 연이가 비쳤다.

분홍빛 몸.

작은 꽃.

둥근 배.

짧은 다리.

연이는 보자마자 한숨을 쉬었다.

“아, 이건 아직도 힘들다.”

거울 속 연이가 웃었다.

“그럼 포기해.”

“싫은데?”

“싫다며. 그 몸.”

“싫지.”

연이는 바로 인정했다.

“손가락도 없고, 다리도 짧고, 놀라면 꿀 소리 나오고, 솔직히 지금 내 인생 비주얼 밸런스 완전 붕괴야.”

말끝에 작게 꿀, 하고 소리가 섞였다.

연이는 눈을 감았다.

“아 진짜.”

거울 속 연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봐. 너도 싫잖아.”

“싫어.”

연이는 고개를 들었다.

“근데 싫다고 내가 아닌 건 아니잖아.”

거울 속 연이의 웃음이 멈췄다.

연이는 거울 속 꽃돼지 모습을 똑바로 봤다.

“지금 이 모습 마음에 안 들어. 근데 지금 도망 안 가고 여기 서 있는 건 나야.”

그녀의 머리 위 꽃이 빛났다.

“겁나도 버티는 것도 나고,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계속 따지는 것도 나고, 네 말에 빡치는 것도 나야.”

거울이 크게 흔들렸다.

[현재 인정]
[본체 반응 상승]

연이의 앞발 아래에서 초록빛 새싹 하나가 돋아났다.

아주 작았다.

하지만 선명했다.

네오가 말했다.

“잡아라.”

연이는 반사적으로 앞발을 뻗었다.

새싹이 그녀의 앞발에 닿았다.

따뜻한 기운이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눈앞에 글자 하나가 떠올랐다.

[乙]

연이는 숨을 삼켰다.

“이게…….”

네오가 말했다.

“을목이다.”

초록빛 새싹이 연이의 앞발에서 가늘게 흔들렸다.

“작은 풀, 꽃, 덩굴. 강하지 않아 보여도 쉽게 죽지 않는다. 꺾이는 대신 휘어지고, 휘어진 뒤 다시 자란다.”

연이는 자기 앞발을 내려다봤다.

손가락은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무언가를 붙잡은 느낌이 들었다.

아주 작은 뿌리.

작지만 살아 있는 것.

거울 속 연이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안 돼.”

그녀가 손을 뻗었다.

깨진 거울 조각들이 다시 모였다.

이번에는 칼날처럼 날카롭게 변했다.

네오가 연이 앞에 섰다.

“조심해라. 이제 겁재가 움직인다.”

“겁재?”

“나와 같은 기운이지만, 내 것을 빼앗는 힘.”

거울 속 연이가 미소 지었다.

“맞아.”

그녀의 주변으로 수십 개의 거울 칼날이 떠올랐다.

“네가 겨우 붙잡은 것도, 내가 가져갈 수 있어.”

칼날들이 연이를 향해 쏟아졌다.

네오가 튀어 올랐다.

금빛 발톱이 허공을 갈랐다.

쨍!

쨍!

쨍!

거울 조각들이 흩어졌다.

하지만 다시 모였다.

깨져도 다시 생기고, 베어도 다시 날아왔다.

“네오!”

“나는 길을 열 수는 있다!”

네오가 외쳤다.

“하지만 네 글자를 대신 지킬 수는 없다!”

그 말과 동시에, 거울 속 연이가 손을 뻗었다.

연이의 앞발 안에 들어온 [乙]의 기운이 흔들렸다.

마치 작은 새싹이 뽑히려는 것처럼.

연이는 가슴이 철렁했다.

“야, 이거 빠져나가는데?”

네오가 외쳤다.

“겁재다! 네가 네 것을 네 것이라고 말하지 못하면 빼앗긴다!”

거울 속 연이가 웃었다.

“작은 풀 하나가 뭐가 대단해?”

그 말에 [乙]의 빛이 약해졌다.

연이는 앞발을 내려다봤다.

작은 새싹.

약해 보였다.

밟히면 꺾일 것 같고,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았다.

그런데.

그래도 살아 있었다.

연이는 앞발을 가슴에 대고 말했다.

“작아도 내 거야.”

[乙]의 빛이 다시 살아났다.

거울 속 연이의 눈썹이 꿈틀했다.

연이는 한 번 더 말했다.

“약해 보여도 내 거야.”

머리 위 꽃이 환하게 빛났다.

“네가 대단하다고 인정해야 내 것이 되는 것도 아니고.”

초록빛 덩굴이 연이의 앞발 아래에서 자라났다.

덩굴은 거울 조각 사이로 뻗어 나가더니, 날아오는 칼날들을 휘감았다.

쨍그랑!

거울 칼날들이 허공에서 멈췄다.

네오의 입가가 살짝 올라갔다.

“좋다.”

연이는 놀라서 덩굴을 봤다.

“나 방금 뭐 한 거야?”

“乙을 쓴 거다.”

“나 스킬 생긴 거야?”

“비슷하다.”

연이의 눈이 아주 잠깐 반짝였다.

“이름 붙여도 돼?”

“지금은 안 된다.”

“아쉽네. ‘새싹아 버텨줘’ 같은 거 생각했는데.”

“그 이름은 나중에도 안 된다.”

“너 너무 단호한데?”

거울 속 연이가 이를 악물었다.

“아직 끝난 게 아니야.”

그녀가 손을 내리자, 마지막 거울이 앞으로 떠올랐다.

세 번째 거울.

검은 물이 담긴 거울.

이번에는 연이도 장난치지 못했다.

거울 안의 물은 너무 조용했다.

하지만 그 조용함이 오히려 무서웠다.

네오의 표정도 진지해졌다.

“乙만으로는 을해가 완성되지 않는다.”

연이는 세 번째 거울을 바라봤다.

“저게 亥야?”

“그래.”

네오가 말했다.

“亥는 깊은 물이다. 겨울의 물.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안쪽에는 많은 것을 품고 있다.”

거울 속 검은 물이 천천히 흔들렸다.

그 안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내려와.”

연이는 몸을 굳혔다.

저건 아까의 검은 손과 달랐다.

바깥에서 덮치는 적이 아니었다.

안쪽에서 부르는 무언가였다.

깊고.

차갑고.

외면하고 싶은 감정.

거울 속 연이가 낮게 웃었다.

“거긴 못 들어가.”

연이는 그녀를 봤다.

“왜?”

“너는 깊어지는 걸 싫어하잖아.”

그 말에 연이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생각이 많아지면 일부러 딴소리하고, 혼자 있으면 무너질까 봐 웃긴 척하고, 진짜 속상한 건 꼭 늦게 인정하지.”

거울 속 연이는 세 번째 거울을 가리켰다.

“그 물이 네 안에 있었어.”

검은 물속에 장면들이 떠올랐다.

답장을 기다리던 밤.

보내지 못한 긴 메시지.

괜찮은 척 닫아버린 채팅방.

혼자 침대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던 얼굴.

연이는 숨이 막혔다.

그건 거울 속 연이의 말보다 더 아팠다.

전부 진짜였기 때문이다.

네오가 조용히 말했다.

“乙은 찾았다. 하지만 亥를 외면하면 을해일주는 완성되지 않는다.”

“그러면?”

“너는 네 중심을 반만 되찾게 된다.”

연이는 세 번째 거울을 바라봤다.

검은 물.

깊은 물.

그 안에서 두 번째 글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연이는 앞발에 힘을 줬다.

여전히 손가락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았다.

붙잡는 건 손가락만으로 하는 게 아니었다.

거울 속 연이가 말했다.

“못 가.”

연이는 고개를 들었다.

“왜 자꾸 못 한다고 해?”

“무서워하니까.”

“무서우면 못 해?”

“너는 늘 그랬잖아.”

연이는 이를 악물었다.

“내 얼굴로 그런 말 하지 마.”

“왜? 맞는 말이라서?”

“아니.”

연이의 머리 위 꽃이 희미하게 흔들렸다.

“맞는 말이라서 더 짜증 나.”

거울 속 연이가 손을 뻗었다.

세 번째 거울 속 검은 물이 넘쳐흘렀다.

쏴아아아!

물은 순식간에 바닥을 덮었다.

연이는 피하려 했지만 늦었다.

차가운 물이 앞발을 감쌌다.

“네오!”

네오가 뛰어올랐다.

그의 발톱이 금빛으로 빛났다.

“버텨!”

네오가 검은 물을 갈랐다.

하지만 물은 갈라졌다가 다시 붙었다.

“이건 베는 게 통하지 않는다!”

“그럼 어떡해!”

“도망치지 마라!”

“지금 안 도망치면 빠지는데!”

“도망치면 더 깊어진다!”

거울 속 연이가 물 위에 서 있었다.

발끝 하나 젖지 않은 채.

“맞아.”

그녀가 말했다.

“도망치면 더 깊어져. 네가 항상 그랬던 것처럼.”

검은 물이 연이의 몸을 끌어당겼다.

연이는 바닥에 앞발을 박았다.

하지만 몸이 작았다.

힘도 부족했다.

무서웠다.

진짜 무서웠다.

물속에서 낮은 목소리가 계속 들렸다.

내려와.

괜찮은 척하지 마.

묻어둔 마음을 봐.

연이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 순간, 앞발 안쪽에서 따뜻한 기운이 번졌다.

조금 전 얻은 [乙]이었다.

작은 새싹의 기운.

연이는 눈을 떴다.

앞발 아래에서 초록빛 덩굴 하나가 자라났다.

덩굴은 검은 물을 밀어내지 않았다.

오히려 물속으로 뿌리를 내렸다.

네오가 외쳤다.

“그래, 그거다!”

“이거 맞아?”

“乙은 물을 피해서 자라는 게 아니다. 물을 받아서 자란다!”

“왜 그런 중요한 걸 이제 말해!”

“네가 이제야 보여줬으니까!”

덩굴은 가늘었다.

금방 끊어질 것 같았다.

하지만 끊어지지 않았다.

검은 물이 덮쳐도 휘어졌다가 다시 올라왔다.

연이는 그걸 보며 숨을 삼켰다.

작았다.

약해 보였다.

그런데 살아 있었다.

자신처럼.

거울 속 연이의 얼굴이 굳었다.

“멈춰.”

“싫어.”

연이는 앞발을 더 단단히 디뎠다.

“나 아직도 무서워.”

덩굴이 더 자랐다.

“근데 무섭다고 네가 내 이름 가져가는 건 더 싫어.”

검은 물이 크게 출렁였다.

세 번째 거울 속에서 글자 하나가 희미하게 떠올랐다.

[亥]

아직 멀었다.

하지만 분명 보였다.

연이의 머리 위 꽃이 흔들렸다.

[乙]의 새싹이 [亥]의 물을 향해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거울 속 연이가 처음으로 소리쳤다.

“그만해!”

그 목소리에는 여유가 없었다.

그 순간, 세 번째 거울 안쪽에서 거대한 물결이 일어났다.

연이의 몸이 앞으로 끌려갔다.

네오가 달려왔다.

“날 잡아!”

네오가 연이의 앞발을 물었다.

아프지는 않았다.

하지만 물의 힘이 너무 강했다.

거울 속 연이가 낮게 말했다.

“그럼 내려가 봐.”

세 번째 거울이 문처럼 열렸다.

검은 물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연이는 버티려 했다.

하지만 결국 몸이 앞으로 빨려 들어갔다.

“꿀아아아악!”

이번엔 진짜 놀라서 나온 소리였다.

네오가 외쳤다.

“이름을 놓치지 마라! 乙을 붙잡아!”

연이는 앞발 안쪽의 따뜻한 기운을 움켜쥐었다.

손가락은 없었다.

그래도 마음으로 붙잡았다.

마지막으로 거울 밖에 선 인간 연이가 보였다.

그녀는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 웃음에는 더 이상 여유가 없었다.

“깊은 물속에서도 네가 너라고 말할 수 있는지 보자.”

연이는 검은 물속으로 떨어졌다.

머리 위 꽃이 마지막으로 빛났다.

[乙]

그리고 어둠 속 깊은 곳에서, 두 번째 글자가 조용히 눈을 떴다.

[亥]

해수의 심연이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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