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화. 현실의 아침, 운세 세계의 알림
Code Destiny · 4,739자
제33화. 현실의 아침, 운세 세계의 알림
알람이 울렸다.
띠링.
띠링.
띠링.
연이는 눈을 떴다.
천장.
익숙한 천장.
침대 옆 책상.
바닥에 던져진 젖은 양말.
구석에 기대 있는 뒤집힌 우산.
베개 옆에 놓인 휴대폰.
전부 현실이었다.
연이는 잠시 멍하니 누워 있다가, 천천히 휴대폰을 들었다.
배터리 72퍼센트.
연이는 눈을 깜빡였다.
"어?"
충전기는 제대로 꽂혀 있었다.
알람도 울렸다.
심지어 세 개 전부 정상 작동했다.
연이는 세 번째 알람 제목을 보고 잠시 침묵했다.
"이건 과거의 내가 너무했다."
그녀는 알람을 끄고 몸을 일으켰다.
손가락이 있었다.
다섯 개.
팔도 사람 팔이었다.
다리도 사람 다리였다.
머리 위를 만져봤다.
꽃은 없었다.
연이는 조금 안도했다.
그리고 아주 조금 아쉬워졌다.
"아니, 아쉬워할 건 아니지."
그녀는 혼잣말을 하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발이 바닥에 닿았다.
통통 튀지 않았다.
연이는 몇 걸음 걸어봤다.
정상적으로 걸었다.
짧은 다리로 허둥대던 감각이 아직 몸에 남아 있는 것 같아 이상했다.
"인간 몸 조작감 좋네."
말하고 보니 좀 이상했다.
연이는 세수를 하고, 양말을 신었다.
왼쪽 흰색.
오른쪽 흰색.
무늬도 같았다.
연이는 양말을 내려다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좋아. 오늘은 시작이 좋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띠링.
홈 화면 한가운데, 여전히 그 앱이 있었다.
<Code Destiny>
검은 밤하늘.
달빛 문.
작은 별 하나.
연이는 잠시 앱을 노려봤다.
"너 진짜 아직도 있네."
삭제하려고 길게 누르려다 멈췄다.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멈췄다.
그 앱 때문에 꽃돼지가 됐다.
그 앱 때문에 사주의 강에 떨어졌다.
그 앱 때문에 비겁의 섬에서 자기 자신이랑 싸우고, 식신·상관의 섬에서 무대까지 섰고, 인성의 섬에서 기억을 읽고, 재성의 섬에서 계약서와 씨름했다.
그런데 동시에 그 앱 때문에 돌아왔다.
연이는 한숨을 쉬었다.
"좋아. 오늘은 삭제 안 한다."
그러자 화면에 알림이 떴다.
연이는 그대로 굳었다.
"너 듣고 있었어?"
새 알림이 떴다.
연이는 휴대폰을 들어 올렸다.
"진짜네."
그 글자들은 이제 낯설지 않았다.
乙亥.
내 자리.
丁未.
내 목소리.
壬午.
내 기억을 다시 읽는 힘.
辛未.
정당한 대가와 착취를 구분하는 힘.
네 개의 기둥이 화면에 차례로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그리고 새로운 알림이 떴다.
연이는 눈을 크게 떴다.
"동료 채팅?"
화면이 자동으로 열렸다.
이번에는 무섭게 빨려 들어가는 문이 아니었다.
그냥 평범한 채팅창처럼 보였다.
상단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아래에는 채팅방 목록이 있었다.
그리고 맨 아래에는 회색으로 흐릿한 빈 칸 하나가 있었다.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연이는 그 빈 칸을 한참 바라봤다.
손가락이 그쪽으로 갔다.
하지만 눌러도 열리지 않았다.
연이는 조용히 화면을 바라보다가 손을 뗐다.
"......그래. 아직은 아니구나."
그때 모카의 채팅방에서 알림이 떴다.
연이는 반사적으로 웃었다.
채팅창을 열었다.
모카의 프로필 사진은 갈색 수달이 마이크를 들고 있는 그림이었다.
아직 무대에 선 것처럼 포즈는 어설펐지만, 눈빛만큼은 진지했다.
연이는 답장을 입력했다.
바로 답장이 왔다.
연이는 웃었다.
잠시 후, 모카가 사진 하나를 보냈다.
낡은 노트 한 페이지였다.
그 위에는 두 줄이 적혀 있었다.
그 아래에 새로 한 줄이 더 있었다.
연이는 천천히 그 문장을 읽었다.
식신·상관의 섬에서 떨던 수달.
"나는 모카"라는 한 줄을 겨우 꺼냈던 아이.
그 모카가 이제 자기 목소리를 "아직 쓰는 중"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연이는 답장을 보냈다.
연이는 피식 웃었다.
"성장했네."
그때 다른 알림이 떴다.
연이는 채팅방을 열었다.
프로필 사진에는 치즈색 토끼와 크림색 토끼가 나란히 있었다.
치즈는 동그란 안경을 썼고, 크림은 밀가루 묻은 앞치마를 입고 있었다.
연이는 잠시 멈췄다.
"이건 또 이상한데."
사진이 하나 올라왔다.
작은 빵 바구니였다.
조금 탄 빵.
덜 부푼 빵.
하지만 그 옆에 아주 예쁘게 구워진 작은 달 모양 빵도 있었다.
사진이 하나 더 올라왔다.
낡은 간판.
아래에는 작은 글씨가 붙어 있었다.
연이는 그걸 보고 크게 웃었다.
"미쳤다. 진짜 간판으로 썼어."
연이는 놀라 화면을 봤다.
"단체방이야?"
채팅창 상단을 보니 치즈 & 크림 방에 모카도 초대되어 있었다.
곧 모카가 메시지를 보냈다.
연이는 그 문장을 보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재성의 섬은 완전히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청토끼의 잔재도 어딘가 남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치즈와 크림은 시작했다.
계약서도 읽는 빵집.
조금 우스운 이름이지만, 이상하게 든든했다.
그때 루나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연이는 잠시 휴대폰을 바라봤다.
루나의 프로필 사진은 달빛 아래 류트를 들고 있는 청록 망토의 토끼였다.
연이는 웃었다.
연이는 그 문장을 한참 바라봤다.
평온은 작은 것부터 돌아온다.
알람이 울리는 것.
충전기가 꽂혀 있는 것.
양말이 맞는 것.
버스 카드가 한 번에 찍히는 것.
삼각김밥이 포장지와 같은 맛인 것.
그런 작은 일들이 무너지면 하루가 무너진다.
반대로, 그런 작은 것들이 돌아오면 하루가 다시 선다.
연이는 답장을 보냈다.
그 말은 맞았다.
연이는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집을 나섰다.
복도.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예전 같으면 반대 방향으로 갔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정상적으로 올라왔다.
띵.
문이 열렸다.
연이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좋아. 엘리베이터 통과."
아파트 밖으로 나오자 아침 공기가 조금 차가웠다.
그런데 기분 나쁘지 않았다.
버스 정류장까지 걸었다.
운동화 끈도 풀리지 않았다.
연이는 중간에 한 번 내려다봤다.
단단히 묶여 있었다.
"너도 돌아왔구나."
운동화는 대답하지 않았다.
당연했다.
운동화니까.
버스가 왔다.
연이는 교통카드를 꺼냈다.
잠깐 긴장했다.
삑.
한 번에 찍혔다.
연이는 그 자리에서 감동할 뻔했다.
"오......"
뒤에 선 사람이 이상하게 쳐다봤다.
연이는 바로 고개를 숙였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버스 안에 앉자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연이는 화면을 봤다.
"그럼 뭐야?"
알림이 이어졌다.
연이는 조용히 웃었다.
"잔소리도 운세처럼 하네."
그때 모카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연이는 이어폰을 꽂지 않은 채 주변을 들었다.
버스 엔진 소리.
창문 흔들리는 소리.
카드 찍는 소리.
사람들이 작게 대화하는 소리.
누군가 졸면서 고개를 창문에 부딪히는 소리.
툭.
연이는 답장을 보냈다.
연이는 웃으며 휴대폰을 내렸다.
학교 근처 편의점에 도착했다.
그녀는 진지한 얼굴로 삼각김밥 코너 앞에 섰다.
참치마요.
분명 참치마요.
연이는 포장지를 뚫어져라 봤다.
그녀는 작게 말했다.
"본뜻 확인."
포장지 뒤쪽을 돌려 성분표를 봤다.
참치.
마요네즈.
김.
쌀.
매운 제육은 없었다.
연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계산대에서 결제했다.
카드도 한 번에 됐다.
그녀는 편의점 밖 벤치에 앉아 조심스럽게 포장을 뜯었다.
이번에는 떨어뜨리지 않았다.
한입 베어 물었다.
참치마요였다.
정확히 참치마요였다.
연이는 눈을 감았다.
"돌아왔네."
이런 걸로 감동하는 자신이 조금 웃겼다.
하지만 정말로 감동했다.
그때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사진 속 빵은 아까보다 덜 탔다.
잠시 뒤 메시지가 하나 더 왔다.
연이는 그 문장을 보고 미소 지었다.
치즈가 답했다.
연이는 삼각김밥을 내려다봤다.
참치마요.
본뜻과 실제가 일치했다.
그녀는 답장을 보냈다.
연이는 그 문장을 보고 피식 웃었다.
작은 평온 하나 회수.
정말 그랬다.
그때 채팅방 목록이 다시 보였다.
모카.
치즈 & 크림.
루나.
그리고 회색으로 흐릿한 빈 칸.
연이는 그 칸을 바라봤다.
아무 알림도 없었다.
메시지도 없었다.
금빛 발자국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냥 조용했다.
연이는 손가락을 가까이 가져갔다가 멈췄다.
그리고 휴대폰을 잠갔다.
"아직은 아니겠지."
그녀는 남은 삼각김밥을 먹었다.
하늘은 맑았다.
버스는 지나갔고, 사람들은 바쁘게 걸어갔다.
현실은 놀라울 정도로 평범했다.
하지만 연이는 이제 알았다.
평범한 하루도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는 걸.
어떤 알람은 울려야 하고.
어떤 계약서는 읽어야 하고.
어떤 마음은 덧말이 아니라 본뜻으로 봐야 하고.
어떤 꿈은 가격표가 아니라 책임으로 지켜야 한다.
연이는 가방을 고쳐 멨다.
그리고 학교 쪽으로 걸었다.
휴대폰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울렸다.
연이는 멈춰 섰다.
"뭐?"
잠시 후 다음 줄이 떴다.
연이는 어이없어서 웃었다.
"이 앱 진짜 사람 놀리는 재능 있어."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그녀는 걸음을 옮겼다.
현실로 돌아온 첫날.
세상은 갑자기 완벽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오늘 아침만큼은.
운이 새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연이는 이제 혼자가 아니었다.
주머니 속 작은 앱 너머로, 운세 세계의 동료들이 아직 연결되어 있었다.
네오만 빼고.
그 빈칸은 조용히 남아 있었다.
언젠가 열릴 문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