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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Destiny제35화. 흰 고양이가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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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5

제35화. 흰 고양이가 말을 걸었다

Code Destiny · 6,210자

제35화. 흰 고양이가 말을 걸었다

평온한 날들은 계속됐다.

완벽하진 않았다.

과제는 여전히 과제였고, 교수님의 말은 가끔 인간 언어처럼 들리면서도 외계어 같았고, 조별 과제 단체방은 여전히 묘한 긴장감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예전처럼 모든 것이 엇갈리지는 않았다.

알람은 울렸고.

파일은 저장됐고.

친구의 말은 예전보다 덜 날카롭게 들렸고.

편의점 행사 문구도 작은 글씨까지 읽게 되었다.

연이는 생각했다.

사람이 운세 세계를 다녀오면 이렇게 되는구나.

과제를 성실하게 하게 되는구나.

그리고 카페에서 라지 사이즈를 함부로 고르지 않게 되는구나.

그날 오후, 연이는 학교 도서관 앞 벤치에 앉아 있었다.

노트북은 무릎 위에 있었고, 화면에는 과제 파일이 열려 있었다.

제목은 깔끔했다.

[전공과제_초안_2.docx]

연이는 그 제목을 보고 스스로 대견해졌다.

"진짜 많이 컸다."

예전 같으면 분명 이랬을 것이다.

[최종_진짜최종_이건진짜_제발끝.docx]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띠링.

[Code Destiny]
[오늘의 운세 보정 알림]
[주의: 예상치 못한 흰색 존재와 마주칠 수 있습니다.]

연이는 눈을 가늘게 떴다.

"흰색 존재?"

그 아래에 작은 문장이 더 떴다.

[피하지 마십시오.]
[다만 놀림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연이는 한참 화면을 봤다.

"놀림당할 가능성은 운세가 아니라 예고 아니야?"

그때 벤치 아래에서 소리가 났다.

야옹.

연이는 천천히 고개를 내렸다.

벤치 아래에 고양이가 있었다.

새하얀 고양이.

눈처럼 흰 털.

끝이 살짝 말린 꼬리.

귀는 뾰족했고, 눈은 묘하게 금빛이었다.

고양이는 연이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굉장히 잘난 척하는 표정으로.

연이는 고양이를 한참 보았다.

고양이도 연이를 보았다.

잠시 침묵.

그리고 고양이가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군."

연이는 그대로 굳었다.

소리는 분명히 사람 목소리였다.

낮고 익숙하고, 살짝 건방진 목소리.

연이는 천천히 말했다.

"......네오?"

흰 고양이는 꼬리를 한 번 움직였다.

"눈치는 아직 남아 있군."

연이는 노트북을 떨어뜨릴 뻔했다.

"너 뭐야?"

"보다시피 고양이다."

"너 입으로 고양이라고 인정했어!"

네오가 눈을 가늘게 떴다.

"현실 세계의 임시 현현체다."

"고양이잖아."

"임시 현현체다."

"고양이."

"현현체."

"흰 고양이."

"품종을 논하지 마라."

연이는 입을 벌린 채 네오를 내려다봤다.

운세 세계에서는 작은 사자 같았다.

정확히 말하면 고양이처럼 보이는 사자라고 우겼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그냥 고양이였다.

그것도 아주 새하얗고, 묘하게 비싼 고양이처럼 생긴.

연이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미치겠다. 너 현실에서는 진짜 고양이네?"

네오는 벤치 위로 가볍게 뛰어올랐다.

"웃지 마라."

"아니, 너무 웃긴데?"

"존엄 있는 존재에게 무례하군."

"존엄 있는 존재가 지금 고양이 발로 벤치 올라왔는데?"

네오가 앞발을 내려다봤다.

잠시 침묵했다.

"기능적이다."

"고양이 발이?"

"현실 적응에 적합하다."

연이는 웃음을 참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야, 그럼 혹시 츄르 먹어?"

네오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그 단어를 입에 올리지 마라."

"먹어봤구나."

"아니다."

"반응이 먹어본 애 반응인데."

"아니다."

"맛있었어?"

네오는 고개를 돌렸다.

"말이 많아졌군."

"너 고양이 된 거 보니까 말이 안 멈춰."

그때 지나가던 여학생 둘이 벤치 쪽을 보고 멈췄다.

"어머, 고양이다."

"완전 예쁘다. 흰 고양이야."

연이는 순간 굳었다.

네오는 그녀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침착해라. 네가 당황하면 더 이상해 보인다."

연이는 작게 속삭였다.

"너 지금 말하고 있잖아."

"너에게만 들린다."

"뭐?"

네오는 태연하게 말했다.

"다른 인간들에게는 평범한 고양이 소리로 들린다."

그 순간 여학생 중 한 명이 다가왔다.

"고양아, 안녕?"

네오는 그 학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주 우아하게 말했다.

"낯선 인간. 거리를 유지해라."

여학생에게는 이렇게 들렸다.

"야옹."

여학생은 감탄했다.

"울음소리도 귀여워!"

연이는 입술을 깨물었다.

웃으면 안 된다.

웃으면 정말 이상한 사람이 된다.

네오는 연이를 힐끗 보았다.

"웃음 참는 얼굴이 매우 볼품없다."

연이는 이를 악물고 작게 말했다.

"조용히 해."

여학생이 연이를 보았다.

"혹시 키우시는 고양이예요?"

연이는 당황해서 손을 흔들었다.

"아, 아니요. 저는 그냥...... 지나가던......"

네오가 바로 말했다.

"지나가던 인간치고는 나와 깊은 운명적 관련이 있다."

여학생에게는 이렇게 들렸다.

"야옹."

여학생은 웃었다.

"되게 사람 좋아하나 봐요. 언니한테 붙어 있네요."

연이는 어색하게 웃었다.

"네. 그런가 봐요."

네오가 말했다.

"붙은 것이 아니라 감시 중이다."

"야옹."

"귀여워라."

연이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정말 웃으면 안 된다.

네오는 일부러 꼬리를 우아하게 흔들었다.

여학생이 손을 뻗어 네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네오의 몸이 아주 미세하게 굳었다.

"허락 없는 접촉이다."

"야옹."

"어머, 얌전해."

네오의 꼬리가 뻣뻣해졌다.

연이는 눈물이 날 정도로 웃음을 참았다.

여학생이 떠난 뒤, 연이는 결국 벤치에 엎드려 웃었다.

"아, 진짜 미치겠다."

네오는 매우 불쾌한 얼굴로 털을 정리했다.

"인간들은 왜 작은 동물을 보면 머리를 만지는가."

"귀여우니까."

"전략적 귀여움이다."

"또 전략적이래."

"현실 세계에서 경계심을 낮추기 위한 위장이다."

"너 방금 쓰다듬 받으면서 살짝 골골댔어."

네오가 멈췄다.

"그건 생체 반응이다."

"기분 좋았구나."

"아니다."

"귀도 뒤로 넘어갔는데?"

"기류다."

"도서관 때도 기류랬잖아."

네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연이는 벤치에 기대어 웃다가, 문득 휴대폰을 들었다.

Code Destiny 앱이 켜져 있었다.

채팅방 목록도 보였다.

모카.

치즈 & 크림.

루나.

그리고 여전히 회색이었던 빈칸.

그런데 빈칸 위에 아주 작은 금빛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이름은 뜨지 않았다.

그냥 발자국 하나.

연이는 네오를 보았다.

"너 앱 연결된 거야?"

네오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임시 접속이다."

"왜 채팅방은 안 열려?"

"현실 접속 방식이 다르다."

"쉽게."

"나는 직접 왔다."

연이는 휴대폰과 네오를 번갈아 보았다.

"그럼 모카나 루나처럼 메시지 못 보내고, 고양이로 나타난 거야?"

"고양이가 아니라 현실 현현체."

"흰 고양이?"

"그 표현도 틀리지 않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연이는 피식 웃었다.

그때 민지가 도서관 쪽에서 걸어왔다.

"연이야!"

연이는 깜짝 놀라 휴대폰을 끄려 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민지는 벤치로 다가와 화면을 흘끗 봤다.

"뭐 봐?"

연이는 순간 굳었다.

화면에는 분명 Code Destiny 채팅방이 열려 있었다.

모카와 루나, 치즈와 크림의 메시지.

운세 세계 동료들의 대화.

하지만 민지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말했다.

"운세 앱이야?"

연이는 멈칫했다.

"어?"

민지가 화면을 다시 봤다.

"오늘의 운세, 타로, 행운의 색...... 이런 거네."

연이는 자신의 화면을 보았다.

그녀에게는 채팅방 목록이 보였다.

동료들의 프로필도 보였다.

하지만 민지의 눈에는 일반 운세 앱 메뉴만 보이는 듯했다.

연이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 채팅방 안 보여?"

"채팅방?"

민지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채팅방?"

연이는 천천히 휴대폰을 자기 쪽으로 돌렸다.

여전히 보였다.

[모카]
[치즈 & 크림]
[루나]

그리고 금빛 발자국.

연이는 속으로 숨을 삼켰다.

이건 자신에게만 보인다.

Code Destiny는 정말 연이에게만 특별한 문이었다.

운세 세계 동료들과의 연락도, 현실의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연이는 대충 웃었다.

"아니, 앱 안에 상담 메뉴 같은 거."

"아."

민지는 바로 납득했다.

"요즘 운세 앱도 채팅 있구나."

"응. 되게...... 개인 맞춤형이야."

네오가 옆에서 말했다.

"상당히 개인 맞춤형이지."

민지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대신 흰 고양이가 짧게 울었다.

"야옹."

민지가 눈을 반짝였다.

"얘 뭐야? 너무 예쁘다."

연이는 네오를 흘깃 봤다.

네오는 작게 말했다.

"소개하지 마라."

민지에게는 이렇게 들렸다.

"야옹."

연이는 일부러 말했다.

"아, 얘 이름은 네오야."

네오가 바로 고개를 돌렸다.

"허락 없이 이름을 공개하지 마라."

"야옹."

민지가 웃었다.

"네오? 이름 잘 어울린다."

연이는 어깨를 으쓱했다.

"좀 건방져."

네오가 말했다.

"정확한 평가가 아니다."

"야옹."

민지는 네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건방진데 귀엽네."

네오의 꼬리가 뻣뻣해졌다.

연이는 또 웃음을 참았다.

민지가 말했다.

"너 요즘 진짜 달라졌어."

연이는 네오를 보던 시선을 민지에게 돌렸다.

"내가?"

"응. 뭔가 덜 불안해 보여. 예전엔 과제 얘기만 나오면 눈 밑에 그림자 생겼는데, 요즘은 좀......"

민지는 잠깐 단어를 골랐다.

"중심 잡힌 느낌?"

연이는 멈칫했다.

중심.

그 단어가 이상하게 가슴 안쪽을 건드렸다.

乙亥.

丁未.

壬午.

辛未.

네 기둥이 조용히 빛나는 느낌.

연이는 조금 웃었다.

"그런가."

"응. 그리고 운세 앱 진짜 잘 맞나 봐? 너 요즘 자꾸 운세 얘기하더라."

연이는 휴대폰을 내려다봤다.

"잘 맞아."

"얼마나?"

연이는 잠깐 생각했다.

모카가 현실의 소리를 듣고.

루나가 흐름을 정리하고.

치즈가 금전운의 작은 조건을 확인하고.

크림이 간식운을 감별하고.

앱 자체가 연이의 사주 글자와 현실 흐름을 읽는다.

그리고 네오가 고양이 모습으로 벤치 위에 앉아 있다.

연이는 진지하게 말했다.

"소름 돋을 정도로."

민지는 웃었다.

"그 정도면 나도 깔아볼까?"

연이는 순간 굳었다.

"어?"

민지는 휴대폰을 꺼냈다.

"이름 뭐야? 코드 뭐였지?"

연이는 당황해서 손을 흔들었다.

"아니, 근데 이게...... 누구나 깔 수 있는 건 아닐걸?"

"왜?"

연이는 말문이 막혔다.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타로의 문에 빨려 들어가 꽃돼지가 될 수 있어서?

사주의 강이 위험해서?

계약서도 읽는 빵집이랑 연결될 수 있어서?

네오가 옆에서 말했다.

"일반 인간에게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연이는 민지에게 어색하게 말했다.

"아마 검색 안 될 거야."

민지는 검색창에 Code Destiny를 입력했다.

잠시 후 고개를 갸웃했다.

"진짜 안 나오네."

연이는 속으로 안도했다.

민지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뭐야, 초대제 앱이야?"

연이는 조용히 말했다.

"그런 셈이지."

네오가 덧붙였다.

"초대라는 표현은 부정확하다."

연이는 작게 속삭였다.

"넌 조용히 해."

민지에게는 흰 고양이가 아주 짧게 울었다.

"냐."

민지가 웃었다.

"얘 진짜 너랑 대화하는 것 같다."

연이는 땀이 삐질 났다.

"그럴 리가."

네오가 말했다.

"있다."

"야옹."

연이는 발로 네오 쪽을 살짝 밀었다.

네오는 매우 우아하게 피했다.

민지는 웃으며 말했다.

"나 먼저 들어갈게. 발표 자료 좀 봐야 해서."

"응. 나도 곧 갈게."

민지가 떠난 뒤, 연이는 네오를 노려봤다.

"너 일부러 그랬지?"

네오는 앞발을 핥으며 말했다.

"무슨 뜻이지?"

"민지 앞에서 대답한 거."

"나는 울었을 뿐이다."

"나는 들었거든?"

"너에게는 들리도록 했다."

연이는 눈을 가늘게 떴다.

"너 진짜 성격 안 변했다."

"너도 현실로 돌아왔다고 덜 시끄러워지진 않았군."

"고양이한테 시끄럽다는 말 들으니까 기분이 이상하네."

"현실 현현체다."

"네오야."

"왜."

"너 진짜로 츄르 안 먹어?"

네오가 일어났다.

"간다."

연이는 웃으며 그를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네오는 이미 벤치 아래로 내려갔다.

고양이답게 너무 자연스럽게.

"야, 어디 가?"

네오는 뒤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현실 상태 확인."

"나 감시하러 온 거 아니야?"

"감시는 아니다."

"그럼?"

네오는 걸음을 멈췄다.

흰 꼬리가 천천히 움직였다.

"네가 네 운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 보러 왔다."

연이는 잠시 조용해졌다.

그 말은 놀림이 아니었다.

평소처럼 툭 던진 말인데, 이상하게 진심처럼 들렸다.

연이는 작게 말했다.

"잘 쓰고 있어?"

네오는 고개만 살짝 돌렸다.

금빛 눈이 연이를 바라봤다.

"아직은 서툴다."

"역시."

"하지만 예전처럼 새지는 않는다."

연이의 가슴 안쪽이 조용히 따뜻해졌다.

그 말은 칭찬처럼 들렸다.

네오는 바로 덧붙였다.

"물론 방심하면 다시 새기 시작할 것이다."

"칭찬 뒤에 바로 경고 붙이는 거 진짜 네오답다."

"균형이다."

"잔소리겠지."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Code Destiny]
[현실 접속자 확인]
[흰 고양이 형태]
[주의: 타인에게는 고양이 소리로만 들립니다.]
[주의: 과도한 대화 시 주변의 시선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연이는 화면을 보고 말했다.

"이걸 이제 알려준다고?"

네오가 태연하게 말했다.

"이미 눈치챘으니 괜찮다."

"전혀 안 괜찮아."

휴대폰에 다시 알림이 떴다.

[동료 채팅 보안 안내]
[모카 / 루나 / 치즈 / 크림의 메시지는 연이에게만 표시됩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평범한 운세 앱처럼만 보입니다.]

연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건 안심이네."

네오가 말했다.

"함부로 보여주지 마라."

"알아."

"함부로 말하지도 마라."

"그건 네가 더 문제였어."

"나는 울었다."

"사람 목소리로 울었잖아."

"너에게만."

연이는 한숨을 쉬었다.

"진짜 피곤하다."

"그래도 반가운 것 같군."

연이는 바로 반박하려 했다.

하지만 멈췄다.

솔직히.

조금 반가웠다.

정말로.

회색으로 비어 있던 연결 대기 칸.

아무 메시지도 오지 않던 네오.

그가 현실에 나타났다.

비록 흰 고양이 모습이고, 사람들에게 쓰다듬당하고, 자꾸 자신을 놀리긴 하지만.

그래도 네오였다.

연이는 괜히 시선을 돌렸다.

"반갑긴 무슨."

네오의 수염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거짓말이 서툴군."

"고양이 주제에 눈치가 너무 빨라."

"현실 현현체다."

"알았어, 현현체 씨."

네오는 벤치 아래로 걸어갔다.

그리고 도서관 쪽이 아니라, 캠퍼스 안쪽으로 향했다.

연이는 급히 물었다.

"진짜 어디 가?"

"학교를 본다."

"왜?"

"네가 여기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니까."

연이는 말문이 막혔다.

그 말은 너무 자연스러웠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네오는 한 번 더 뒤돌아보았다.

"과제는?"

연이는 노트북을 봤다.

"해야지."

"목차는?"

"잡았어."

"본문은?"

"쓰고 있어."

"저장은?"

연이는 눈을 가늘게 떴다.

"너 지금 나 감시하는 거 맞지?"

네오는 짧게 울었다.

"야옹."

멀리 지나가던 학생이 말했다.

"고양이 귀엽다."

연이는 벤치 위에서 허탈하게 웃었다.

"와, 대답 회피도 고양이 소리로 하네."

네오는 꼬리를 한 번 흔들고 걸어갔다.

흰 털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작고 우아한 흰 고양이.

그러나 연이에게는 그 뒷모습이 그냥 고양이로만 보이지 않았다.

운세 세계에서 길을 열고, 계약서를 찢고, 아무 말 없이 옆에 서 있던 존재.

정체를 말하지 않는 동행자.

현실까지 따라온 이상한 녀석.

연이는 휴대폰을 내려다봤다.

회색 빈칸은 이제 사라져 있었다.

대신 아주 작은 금빛 발자국 아이콘이 채팅방 목록 맨 아래에 생겨 있었다.

이름은 없었다.

그냥 발자국.

연이는 그걸 보고 피식 웃었다.

"이름도 안 뜨네."

알림이 하나 더 떴다.

[새 연결이 감지되었습니다.]
[표시명: 흰 고양이]

연이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네오 이거 보면 화내겠다."

그때 멀리서 네오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미 봤다."

연이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흰 고양이는 꽤 멀리 있었다.

그런데 목소리는 또렷하게 들렸다.

연이는 황당해서 외쳤다.

"너 어디까지 들려?"

네오는 멀리서 고개만 돌렸다.

"필요한 만큼."

주변 학생들에게는 흰 고양이가 한 번 울었다.

"야옹."

학생들이 웃었다.

연이는 이마를 짚었다.

"망했다. 내 현실 일상, 다시 이상해졌어."

하지만 이상하게 싫지는 않았다.

그녀는 노트북을 다시 열었다.

과제 파일을 띄웠다.

목차 아래에 본문을 이어 쓰기 시작했다.

그 사이, 벤치 근처 풀숲에서 흰 꼬리가 한 번 흔들렸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주머니 속 Code Destiny 앱은 조용히 켜져 있었다.

[오늘의 운세]
[예상치 못한 동행자 출현]
[결과: 평온도 소폭 하락, 안정감 소폭 상승]

연이는 화면을 보고 웃었다.

"소폭 하락은 맞네."

그리고 키보드를 두드렸다.

현실의 하루는 다시 조금 이상해졌다.

하지만 이번 이상함은,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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