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화. 별자리 운세가 이상하다
Code Destiny · 6,481자
제40화. 별자리 운세가 이상하다
방학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어색할 정도였다.
연이는 오전 열 시가 넘어서 눈을 떴다.
알람은 이미 한 번 울렸지만, 오늘은 수업이 없었다.
과제도 없었다.
시험도 없었다.
교수님의 "조금만 더 깊게 들어가면 좋겠네요"라는 문장도 당분간 없었다.
연이는 침대 위에 누운 채 천장을 바라보았다.
"방학이다."
말하고 나서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진짜 방학이다."
기분이 이상했다.
기말고사를 끝냈고, 인생 최초로 4점대도 받았다.
발표회도 잘 마쳤고, 조별 과제도 싸움 없이 끝났다.
운도 더 이상 줄줄 새지 않았다.
그런데 정작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시간이 생기자, 연이는 뭘 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침대 옆을 내려다봤다.
흰 고양이는 없었다.
"......"
네오가 사라진 지 며칠째였다.
정확히 말하면, 사라졌다는 표현도 이상했다.
그는 원래 연이의 고양이가 아니었다.
현실 현현체니, 임시 접속이니, 감시가 아니라 관찰이니, 그런 말만 하던 존재였다.
그러니 어느 날 갑자기 안 보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방이 조금 비어 보였다.
침대 아래.
책상 옆.
창틀 위.
그가 자주 앉던 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연이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렸다.
"아니, 내가 왜 고양이를 기다려."
잠시 침묵.
"고양이도 아니라고 우기던 고양이를."
그녀는 스스로 어이없어서 웃었다.
하지만 웃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Code Destiny 앱은 여전히 홈 화면 가운데 있었다.
검은 밤하늘.
달빛 문.
작은 별 하나.
연이는 맨 아래 채팅방을 눌렀다.
화면에는 여전히 같은 문장이 떠 있었다.
연이는 화면을 보고 말했다.
"불안정이면 가끔 안정도 좀 해봐."
대답은 없었다.
그녀는 휴대폰을 내려놓으려 했다.
그때 알림이 떴다.
연이는 마지막 줄을 보고 눈을 깜빡였다.
"별자리 운세?"
앱 메뉴에 새 항목이 생겨 있었다.
연이는 잠시 화면을 바라봤다.
"자미 성궁?"
처음 보는 메뉴였다.
운세 세계에서 점성술과 자미두수 이야기를 한 적은 없었다.
사주의 강.
비겁의 섬.
식신·상관의 섬.
인성의 섬.
재성의 섬.
지금까지는 전부 사주의 세계였다.
그런데 갑자기 별자리 운세와 자미 성궁이라니.
연이는 손가락을 멈췄다.
"이거 눌러도 되는 거 맞나?"
예전 같으면 호기심으로 바로 눌렀을 것이다.
그랬다가 꽃돼지가 되었다.
연이는 조금 성장했다.
먼저 오늘의 운세를 다시 확인했다.
새 경고는 없었다.
"좋아. 메뉴만 보는 거야. 문 열리면 바로 닫는다."
그녀는 [별자리 운세]를 눌렀다.
화면이 천천히 바뀌었다.
검은 배경 위에 원형 별자리 차트가 떠올랐다.
열두 별자리의 문양이 둥글게 배치되어 있었다.
양자리.
황소자리.
쌍둥이자리.
게자리.
사자자리.
처녀자리.
천칭자리.
전갈자리.
사수자리.
염소자리.
물병자리.
물고기자리.
연이는 별자리 원을 바라보다가 조금 감탄했다.
"오. 예쁘다."
별들이 작게 반짝였다.
부드러운 음악도 흘렀다.
처음에는 정말 평범한 운세 앱 같았다.
그런데 곧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사자자리 문양이 깜빡였다.
그러더니 글자가 떠올랐다.
연이는 고개를 기울였다.
"주목 가치?"
이번엔 황소자리 쪽이 깜빡였다.
쌍둥이자리.
게자리.
연이의 표정이 점점 굳었다.
"이거 별자리 운세 맞아?"
글자들이 이상했다.
운세라기보다 재성의 섬 광고 문구 같았다.
주목 가치.
소유 본능.
정보 거래.
보호 비용.
연이는 바로 뒤로 가기를 누르려 했다.
그 순간 화면이 지지직거렸다.
별자리 원 위로 얇은 검은 선이 생겼다.
처음엔 화면에 금이 간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검은 선은 별과 별 사이를 연결했다.
마치 누군가 별자리를 계약서 조항처럼 묶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위에 아주 작은 글자가 떴다.
연이는 손을 멈췄다.
가슴 안쪽의 辛未가 차갑게 반응했다.
"......청토끼?"
휴대폰이 갑자기 꺼졌다.
검은 화면.
연이는 그대로 굳었다.
몇 초 뒤, 화면이 다시 켜졌다.
이번에는 동료 채팅방이었다.
연이는 바로 답장했다.
답이 빨리 오지 않았다.
모카가 메시지를 썼다가 지웠다가 다시 쓰는 표시가 반복됐다.
연이는 조금 불안해졌다.
드디어 답장이 왔다.
연이는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종이 긁는 소리.
연이는 그 말을 듣자마자 재성의 섬을 떠올렸다.
계약서.
중앙 원장.
회중시계.
청토끼.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이번에는 치즈였다.
치즈의 답장이 조금 늦었다.
연이는 손가락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연이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건 단순한 불안이 아니었다.
너무 익숙했다.
청토끼의 방식이었다.
모든 것을 가격으로 바꾸는 것.
꿈, 시간, 마음, 사랑, 관계.
전부 장부에 올리려던 그 방식.
연이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잠시 채팅창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치즈가 답했다.
연이는 그 이름을 오래 바라봤다.
청토끼 바이러스.
너무 싫은 이름이었다.
정말 너무 싫었다.
크림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크림이 사진을 보냈다.
연이는 화면을 열었다.
크림의 작업대 위.
동그란 반죽 몇 개가 놓여 있었다.
그 위에 검은 글씨가 희미하게 떠 있었다.
연이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아니, 빵한테까지 왜 그래."
크림의 메시지가 올라왔다.
연이는 휴대폰을 꽉 쥐었다.
점점 일이 커지고 있었다.
그때 루나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연이는 숨을 멈췄다.
인성의 섬.
백문.
덧말.
청토끼.
이게 섞이면 최악이었다.
따뜻한 기억이 비용으로 바뀐다.
꿈이 손익표로 바뀐다.
휴식이 손실로 바뀐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시장으로 바뀐다.
"이거 진짜 위험한데."
그때 앱 화면이 저절로 바뀌었다.
이번엔 [자미 성궁] 메뉴가 열렸다.
연이는 손도 대지 않았다.
"야, 내가 안 눌렀어."
화면에는 보랏빛 별궁 지도가 펼쳐졌다.
원형으로 배치된 열두 궁.
명궁.
형제궁.
부부궁.
자녀궁.
재백궁.
질액궁.
천이궁.
노복궁.
관록궁.
전택궁.
복덕궁.
부모궁.
중앙에는 자미성처럼 보이는 보랏빛 별이 있었다.
처음 보는 구조였지만, 이상하게 엄숙했다.
사주의 강과는 달랐다.
사주는 땅과 강의 느낌이었다.
이건 하늘의 궁전 같았다.
그런데 그 궁전 곳곳에 검은 얼룩이 번지고 있었다.
명궁 위에 문장이 떠올랐다.
재백궁 위.
관록궁 위.
복덕궁 위.
연이는 목 뒤가 서늘해졌다.
"자미두수까지 오염된 거야?"
앱이 대답하듯 문장을 띄웠다.
연이는 화면을 바라보다가 낮게 말했다.
"아직 사주 세계 안쪽만 문제가 아니네."
그때 모카에게서 음성 메시지가 왔다.
연이는 재생했다.
처음에는 바람 소리였다.
휘이이잉.
그다음 종이 찢어지는 소리.
사락.
사락.
그리고 아주 멀리서 들리는 낮은 중얼거림.
"정산......"
"차감......"
"담보......"
모카의 떨리는 목소리가 그 사이에 섞였다.
"연이님, 들려요?"
"하늘에서 이런 소리가 나요."
"위에서 뭔가 긁고 있어요."
"별을...... 누가 긁고 있어요."
연이는 숨을 삼켰다.
별을 긁는 소리.
그 말이 너무 선명했다.
그때 Code Destiny 앱이 다시 경고를 띄웠다.
연이는 눈을 깜빡였다.
"응? 지금 바로 들어가면 안 된다고?"
다음 문장이 떴다.
연이는 마지막 줄보다 그 위를 더 오래 보았다.
네오 연결 상태 불안정.
"역시 네오가 관련 있구나."
채팅 목록 맨 아래.
연결 상태는 여전히 불안정했다.
연이는 그 방을 눌렀다.
아무 메시지도 없었다.
대신 금빛 발자국이 한 번 깜빡였다.
그리고 아주 짧은 문장이 떴다.
연이는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네오."
대답은 없었다.
"또 혼자 갔어?"
대답은 없었다.
연이는 이마를 짚었다.
"약속하라고 했어야 했는데."
그때 방 안 공기가 살짝 흔들렸다.
휴대폰 화면 위에 타로 카드 한 장이 떠올랐다.
연이는 바로 몸을 굳혔다.
"아니. 지금 열지 말라며."
카드 속 달빛 문은 아직 닫혀 있었다.
문틈으로 빛만 새고 있었다.
앱이 문장을 띄웠다.
연이는 조금 당황했다.
예전의 앱이라면 강제로 끌고 갔을 것이다.
나중에는 없습니다.
YES.
YES.
그런 식으로.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접속은 보류.
정보 수집.
연이는 휴대폰을 내려다보며 작게 말했다.
"너도 좀 성장했네."
앱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동료 채팅창이 다시 열렸다.
연이는 얼굴을 찌푸렸다.
"입장 대가?"
연이는 그 장면을 상상했다.
DEST1NOVA가 운세 세계에서 다시 무대에 선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연이 아니라 방어전.
소리와 리듬으로 청토끼 바이러스를 막는 장면.
조금 든든했다.
조금 부러웠다.
"나만 현실에서 요거트 먹고 있었네."
루나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연이는 [자미 성궁] 화면을 다시 보았다.
열두 궁.
중심의 자미성.
그리고 검은 얼룩.
점성술 별자리 원도 떠올랐다.
열두 별자리.
그 위의 검은 계약선.
이건 새로운 세계였다.
비겁의 섬처럼 자기 자리만 지키면 되는 곳이 아니었다.
식신·상관처럼 목소리를 꺼내면 되는 곳도 아니고.
인성처럼 기억을 다시 읽는 곳도 아니고.
재성처럼 계약서를 분석하면 되는 곳만도 아니었다.
하늘.
별.
운명의 구조.
더 오래되고, 더 멀고, 더 큰 것.
연이는 손바닥에 땀이 나는 것을 느꼈다.
"나 이거 할 수 있나?"
그때 화면에 Code Destiny 알림이 떴다.
연이는 숨을 멈췄다.
"별의 안내자?"
그 순간, 창밖 하늘에서 무언가가 반짝였다.
한낮인데도 별빛 같았다.
아주 작고 희미했다.
연이는 창가로 다가갔다.
현실의 하늘은 맑았다.
파란 하늘.
흰 구름.
여름 방학의 한가로운 오후.
하지만 아주 높은 곳.
눈으로 겨우 보일 만큼 먼 곳에 검은 점 하나가 있었다.
작은 구멍.
아니, 금.
연이는 그것을 보는 순간 알았다.
운세 세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하늘의 금은 현실에서도 아주 희미하게 보이고 있었다.
휴대폰이 다시 진동했다.
연이는 천천히 답했다.
모카의 답장은 조금 늦게 왔다.
그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하늘이 나를 봤다.
그 말은 이상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맞는 말 같았다.
연이는 창밖의 검은 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때 타로의 문 카드가 다시 떠올랐다.
이번에는 카드 아래 문장이 바뀌어 있었다.
연이는 휴대폰을 꽉 쥐었다.
"좋아."
그녀는 천천히 방학 계획표를 집어 들었다.
비어 있던 계획표 위에 새로 한 줄을 적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 또 적었다.
마지막 줄을 쓰고 잠시 멈췄다.
네오 위치 확인.
그걸 보자 괜히 마음이 무거워졌다.
"진짜 어디 있는 거야."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휴대폰 화면 아래, 금빛 발자국이 아주 작게 한 번 더 깜빡였다.
연이는 그것을 보고 숨을 내쉬었다.
"살아는 있네."
동료 채팅방이 다시 울렸다.
연이는 창밖을 보았다.
검은 점은 여전히 있었다.
작지만 분명히.
그녀는 커튼을 천천히 닫았다.
방 안이 조금 어두워졌다.
휴대폰 화면만 달빛처럼 빛났다.
연이는 침대에 앉았다.
방학의 평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금이 갔다.
아주 작은 금.
하늘에 난 금.
그리고 그 금 너머에서, 청토끼 바이러스가 별들을 갉아먹고 있었다.
연이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말했다.
"급하게 들어가지 말자."
그녀는 자기 가슴 안쪽의 네 기둥을 느꼈다.
乙亥.
丁未.
壬午.
辛未.
사주 세계를 지나며 얻은 힘.
하지만 다음 세계는 별의 세계다.
새로운 법칙이 필요할 것이다.
새로운 안내자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아마.
네오도.
연이는 베개 옆에 끼워두었던 흰 털을 꺼냈다.
네오가 남긴 것인지 모를, 작은 흰 털.
그것을 방학 계획표 위에 올려놓았다.
"돌아오면 설명해."
물론 대답은 없었다.
그런데 아주 멀리서.
정말 아주 희미하게.
고양이 울음소리 같은 것이 들렸다.
야옹.
연이는 눈을 크게 떴다.
"네오?"
하지만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휴대폰 화면에는 마지막 문장 하나만 떠 있었다.
연이는 그 문장을 오래 바라보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문이 아직 열리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준비해서 들어가야 한다.
별이 무너지는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