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화. 별을 읽는 법
Code Destiny · 7,635자
제41화. 별을 읽는 법
밤 2시 13분.
연이는 잠에서 깼다.
알람 때문이 아니었다.
휴대폰이 울리고 있었다.
띠링.
띠링.
띠링.
소리가 이상했다.
평소의 알림음이 아니었다.
유리잔 안에 별가루를 넣고 흔드는 듯한 소리.
맑은데 불안했다.
연이는 눈을 비비며 휴대폰을 들었다.
화면 한가운데 〈Code Destiny〉 앱이 켜져 있었다.
검은 밤하늘 아이콘 위에 붉은 경고 표시가 깜빡였다.
연이는 잠이 확 달아났다.
"뭐야."
채팅창이 강제로 열렸다.
답장은 거의 폭발하듯 올라왔다.
연이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검은 별가루?"
바로 사진이 하나 올라왔다.
어두웠다.
하지만 보였다.
사주의 강 위 하늘.
그 하늘에 가늘고 긴 균열이 생겨 있었다.
그 균열 주변으로 먹구름이 돌고 있었다.
먹구름은 평범한 구름이 아니었다.
구름 안쪽에서 숫자들이 깜빡였다.
0.
1.
2.
30%.
미납.
담보.
차감.
계산서처럼 생긴 검은 별가루들이 강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연이는 화면을 보며 숨을 삼켰다.
"청토끼......"
이번엔 치즈가 메시지를 보냈다.
답장이 조금 늦었다.
연이는 휴대폰을 꽉 쥐었다.
좀비 계약체.
청토끼답게 죽어서도 피곤한 방식이었다.
크림의 메시지가 올라왔다.
곧 사진이 올라왔다.
작은 별 모양 반죽 위에 검은 글자가 적혀 있었다.
연이는 이를 악물었다.
"빵한테까지 왜 그래."
루나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연이는 멈칫했다.
"문법?"
바로 Code Destiny 앱이 새 화면을 띄웠다.
이번에 필요한 건 네 가지였다.
별자리의 기본 구조, 자미두수 성궁의 흐름, 청토끼 바이러스가 뜻을 비트는 방식, 그리고 별의 본뜻을 가격표와 구분하는 눈.
연이는 잠시 화면을 바라봤다.
그리고 이마를 짚었다.
"이 와중에 공부를 하라고?"
앱은 냉정하게 대답했다.
아직 모르는 채로 들어가면 길을 잃고, 오염된 문장을 별의 진짜 뜻으로 착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연이는 침대 위에 주저앉았다.
"운세 세계도 시험 전날 벼락치기냐."
그때 모카가 메시지를 보냈다.
치즈가 이어 보냈다.
루나의 메시지는 짧았다.
연이는 잠시 눈을 감았다.
운세 세계는 위기다.
하지만 바로 뛰어들면 오히려 더 망한다.
사주 세계에서는 네 기둥을 되찾았다.
하지만 별의 세계는 다른 문법으로 움직인다.
그 문법을 모르면, 청토끼 바이러스가 붙인 가격표를 진짜 별의 뜻으로 착각할 수 있다.
연이는 숨을 들이켰다.
"좋아."
그녀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책상 앞에 앉았다.
노트북을 켰다.
방학 계획표를 옆으로 밀고, 새 노트를 펼쳤다.
맨 위에 크게 적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 세 줄을 적었다.
연이는 펜을 들었다.
"벼락치기 시작."
그러자 Code Destiny 앱이 바로 화면을 바꿨다.
별자리 세계는 성향과 방향, 움직이는 힘, 삶의 무대, 그리고 힘들이 만나는 각도로 읽는다고 했다.
화면 위에 원형 차트가 떠올랐다.
둥근 하늘 지도.
열두 칸으로 나뉜 원.
각 칸에는 별자리 문양이 있었고, 그 안쪽에는 행성들이 점처럼 빛나고 있었다.
연이는 화면을 보며 중얼거렸다.
"별자리는 방향."
그녀는 노트에 적었다.
앱이 바로 다음 화면을 띄웠다.
청토끼 바이러스는 별의 이름을 지우지 않았다.
다만 시작을 충동 자산으로, 보호를 비용으로, 자기표현을 주목 가치로 바꿔 불렀다.
연이는 눈을 가늘게 떴다.
"완전 청토끼식 번역이네."
시작을 충동으로.
지속을 소유로.
연결을 거래로.
보호를 비용으로.
빛을 주목 가치로.
다 맞는 말 같지만, 핵심을 비틀고 있었다.
마치 따뜻한 말을 덧말로 오염시키던 백문처럼.
그리고 꿈과 책임을 담보로 만들던 청토끼처럼.
연이는 펜을 꾹 눌렀다.
다음 화면이 떴다.
연이는 빠르게 적었다.
"태양은 브랜드가 아니고 중심."
"달은 감정 자산이 아니고 마음의 리듬."
"금성은 호감 잔액이 아니라 좋아하는 마음."
"토성은 채무가 아니라 책임과 구조."
쓰면서도 열이 받았다.
청토끼 바이러스는 정말 끈질겼다.
별을 봐도 계산했다.
마음을 봐도 계산했다.
심지어 책임마저 빚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연이는 펜을 내려놓고 말했다.
"진짜 싫다."
그때 테이블 아래에서 아주 작은 소리가 들렸다.
야옹.
연이는 순간 고개를 숙였다.
없었다.
흰 고양이는 없었다.
방 안은 조용했다.
연이는 잠시 멈춰 있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착각인가."
그러나 Code Destiny 앱의 아래쪽에 금빛 발자국 하나가 아주 희미하게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연이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보고 있으면 말이라도 해."
대답은 없었다.
대신 다음 학습 화면이 떴다.
이번에는 별이 머무는 방을 읽는 방식이 열렸다.
궁은 삶의 방이고, 별은 그 안으로 들어온 성격과 사건의 주체였다.
특히 명궁은 나를 보는 중심, 재백궁은 돈과 자원, 복덕궁은 마음이 쉬는 방이라고 앱은 짚어주었다.
연이는 노트를 새 페이지로 넘겼다.
그녀는 책에서 봤던 열두 궁을 다시 적었다.
명궁.
형제궁.
부부궁.
자녀궁.
재백궁.
질액궁.
천이궁.
노복궁.
관록궁.
전택궁.
복덕궁.
부모궁.
이름만 적어도 머리가 아팠다.
"이걸 다 알아야 돼?"
앱이 대답했다.
다음 화면.
연이는 입술을 깨물었다.
"부부궁까지 건드렸네."
연이는 '파트너 가치'라는 말을 노트에 적다가 펜을 멈췄다.
제38화에서 봤던 연애운 문장이 떠올랐다.
그때의 번호 요청.
네오의 지나친 방해.
아직 해석하지 못한 운명의 상대.
연이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 그 생각할 때 아니야."
하지만 마음 한쪽에서 아주 작게 떨림이 남았다.
다시 노트에 적었다.
그 문장을 쓰자 앱이 반응했다.
연이는 눈을 깜빡였다.
"오. 문장도 등록돼?"
다음으로 앱은 자미두수의 별들을 보여주었다.
연이는 한참 화면을 보았다.
"별도 캐릭터가 너무 많네."
하지만 이상하게 재미도 있었다.
자미성은 중심의 왕.
천기는 전략가.
태양은 밝히는 별.
무곡은 실전 재물 담당.
천동은 쉬는 별.
탐랑은 매력과 욕망.
거문은 말과 의심.
칠살과 파군은 위험하지만 강한 변화.
연이는 노트에 적었다.
그때 앱이 갑자기 붉게 깜빡였다.
연이는 바로 말했다.
"2번."
다음 문제.
연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3번."
다음 문제.
연이는 잠시 멈췄다.
금성.
좋아하는 마음.
호감.
다른 운명의 상대.
네오의 침묵.
연이는 작게 말했다.
"2번."
연이는 노트에 손을 올렸다.
점점 알 것 같았다.
별의 세계는 외우는 싸움이 아니다.
이름을 되찾는 싸움이다.
뜻을 되찾는 싸움.
청토끼 바이러스가 붙인 가격표를 떼어내고, 별이 원래 가지고 있던 방향을 불러주는 것.
그때 동료 채팅방이 다시 울렸다.
연이는 노트를 내려다봤다.
현실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운세 세계의 하늘이 조금씩 반응한다.
그게 이상했다.
그리고 무서웠다.
자신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저쪽의 별들이 더 어두워질 수도 있다는 뜻이니까.
연이는 펜을 다시 쥐었다.
"좋아. 더 하자."
그녀는 새벽까지 공부했다.
점성술의 하우스를 적었다.
1하우스 - 나의 시작.
2하우스 - 소유와 가치.
3하우스 - 말과 배움.
4하우스 - 뿌리와 집.
5하우스 - 창작과 즐거움.
6하우스 - 일상과 몸.
7하우스 - 관계.
8하우스 - 깊은 결합과 변형.
9하우스 - 믿음과 먼 세계.
10하우스 - 사회적 자리.
11하우스 - 친구와 공동체.
12하우스 - 숨은 마음과 무의식.
그리고 오염 문장도 같이 적었다.
1하우스가 외형 상품성으로 바뀌면 안 된다.
2하우스가 총액 평가만 되면 안 된다.
5하우스가 재능 수익률만 되면 안 된다.
7하우스가 파트너 가치가 되면 안 된다.
12하우스가 불필요한 손실 창고가 되면 안 된다.
연이는 마지막 줄을 적으며 중얼거렸다.
"하늘도 결국 자기 자신과 관계와 마음이네."
그때 앱이 조용히 빛났다.
연이는 눈을 비볐다.
"아직 61이야?"
잠시 후 루나가 메시지를 보냈다.
연이는 입술을 깨물었다.
다들 버티고 있었다.
자기가 공부하는 동안.
자기가 준비하는 동안.
운세 세계의 친구들이, 주민들이, DEST1NOVA가,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청토끼 바이러스를 막고 있었다.
연이는 노트를 덮지 않았다.
"한 번 더."
앱이 마지막 배움의 문을 열었다.
연이는 문장을 하나씩 읽었다.
이번에는 머리로만 읽지 않았다.
자신이 지나온 섬들이 떠올랐다.
비겁의 섬에서 자기 자리를 되찾았다.
식신·상관의 섬에서 목소리를 되찾았다.
인성의 섬에서 기억의 본뜻을 되찾았다.
재성의 섬에서 정당한 대가를 되찾았다.
그리고 이제.
하늘에서는 별의 이름을 되찾아야 한다.
연이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
"준비됐어."
앱이 대답했다.
연이는 의자에 기대었다.
새벽 하늘이 조금 밝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방 안은 조용하지 않았다.
휴대폰이 낮게 울렸다.
모카.
치즈.
크림.
루나.
모두의 메시지가 동시에 올라왔다.
연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노트를 챙겼다.
덧말 책갈피를 끼웠다.
루나가 준 은빛 현을 손목에 감았다.
치즈가 보내준 원본 계약 조각을 노트 안에 넣었다.
크림의 별가루빵 하나를 주머니에 넣었다.
모카가 적어준 문장도 챙겼다.
연이는 휴대폰을 들었다.
"Code Destiny."
화면 위에 타로 카드가 떠올랐다.
달빛 문.
이번에는 닫혀 있지 않았다.
아주 천천히 열리고 있었다.
끼이이익.
방 안에 달빛이 번졌다.
예전과 달리, 끌려가는 느낌은 아니었다.
이번에는 연이가 문 앞에 섰다.
스스로.
그녀는 한 번 더 금빛 발자국 채팅방을 보았다.
이번에도 메시지는 없었다.
하지만 금빛 발자국은 희미하게 빛났다.
연이는 작게 말했다.
"네오. 이번엔 진짜 혼자 가지 마."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문 너머에서 아주 작은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야옹.
연이는 눈을 크게 떴다.
"들었어."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문 안으로 들어갔다.
달빛이 몸을 감쌌다.
방이 멀어졌다.
책상도, 노트도, 방학 계획표도, 창밖의 현실 하늘도 멀어졌다.
몸이 가벼워졌다.
그리고 곧, 익숙한 감각이 왔다.
작아지는 느낌.
팔이 짧아지는 느낌.
다리가 더 짧아지는 느낌.
머리 위에 무언가 피어나는 느낌.
연이는 허공에서 외쳤다.
"아니, 이번에도?!"
입에서 나온 소리는 반쯤 인간의 비명, 반쯤 돼지의 비명이었다.
"꿀아아아악!"
통.
통통.
연이는 말랑한 몸으로 무언가 위에 떨어졌다.
이번엔 강물이 아니었다.
커다란 연잎 배였다.
아니, 예전보다 조금 더 커진 연잎이었다.
가장자리에는 별가루가 조명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연이는 천천히 자기 몸을 내려다봤다.
분홍빛 몸.
짧은 앞발.
동그란 배.
꼬불꼬불한 꼬리.
머리 위 작은 꽃.
그리고 꽃잎 사이에는 네 기둥의 빛이 희미하게 박혀 있었다.
乙亥의 푸른 새싹.
丁未의 따뜻한 불씨.
壬午의 물빛 햇살.
辛未의 흰 칼날 조각.
연이는 앞발을 들어 보았다.
"꽃돼지 복귀."
그녀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그래. 이제 익숙하다."
그때 앞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연이님!"
모카가 연잎 선착장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피곤해 보였다.
하지만 눈은 살아 있었다.
옆에는 치즈와 크림이 있었다.
치즈는 원본 계약서 묶음을 안고 있었고, 크림은 별가루가 묻은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루나는 류트를 품고 서 있었다.
그리고 뒤쪽.
강가 바위 위에는 DEST1NOVA가 있었다.
SOLV는 마이크를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BAMBI는 목을 감싸고 있었고, LUNE의 기타 줄 몇 개는 검게 그을려 있었다.
RAVEN의 발밑 그림자도 조금 찢어져 있었다.
모두 싸운 흔적이 있었다.
연이는 그들을 보자마자 심장이 내려앉았다.
"너희...... 괜찮아?"
모카는 애써 웃었다.
"사주 세계 방어선은 아직 버티고 있어요."
치즈가 말했다.
"아직은요."
크림은 울먹이며 말했다.
"빵이 조금 탔어요. 많이."
연이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리고 말을 잃었다.
사주의 강 위 하늘.
원래라면 별이 강물처럼 흘러야 할 자리.
그곳에 커다란 균열이 생겨 있었다.
검은 구멍.
그 주변으로 먹구름이 천천히 돌고 있었다.
먹구름 사이에는 점성술의 원형 차트가 반쯤 드러나 있었다.
열두 별자리의 문들이 검은 선으로 묶여 있었다.
그 안쪽에는 보랏빛 자미두수 성궁이 흔들리고 있었다.
명궁.
재백궁.
관록궁.
복덕궁.
각 궁 위에 검은 가격표가 붙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중심.
자미성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직 꺼지지 않은 보랏빛.
하지만 검은 먹구름이 그 빛을 갉아먹고 있었다.
연이는 앞발을 꽉 쥐려고 했다.
역시 잘 안 됐다.
그래도 힘을 줬다.
"이제 알겠어."
모카가 그녀를 보았다.
"뭘요?"
연이는 하늘을 보며 말했다.
"저건 그냥 하늘이 아니야."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별자리의 의미랑, 삶의 궁들이 오염되고 있는 거야."
루나가 조용히 웃었다.
"공부했네."
연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벼락치기 했어."
치즈가 말했다.
"벼락치기라도 제대로 한 것 같아요."
크림이 별가루빵을 내밀었다.
"도착하자마자 먹어요. 앞으로 길어요."
연이는 빵을 받았다.
"고마워."
그때 하늘에서 검은 별 하나가 떨어졌다.
쾅!
별이 사주의 강 위에서 깨졌다.
그 안에서 작은 악마 같은 계약체들이 기어 나왔다.
계약서 날개.
도장 손.
가격표 뿔.
그들이 웃었다.
"별은 자산."
"궁은 장부."
"소원은 담보."
연이는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틀렸어."
악마들이 그녀를 보았다.
연이는 머리 위 꽃을 빛내며 말했다.
"별은 방향이고."
가슴 안쪽 네 기둥이 반응했다.
"궁은 삶의 방이야."
그 순간 하늘 위 별 하나가 아주 작게 반짝였다.
모카가 눈을 크게 떴다.
"별소리가 났어요."
연이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검은 구름 속에서, 아직 살아 있는 별 하나가 응답하고 있었다.
작지만 분명한 빛.
점성술과 자미두수의 세계는 아직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
연이는 앞발을 들어 올렸다.
"좋아."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
"이제 하늘 공부 실전 시작이다."
그때 균열 속에서 낮고 찢어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서 오십시오."
청토끼의 목소리.
하지만 전보다 더 죽어 있었다.
더 흐릿하고, 더 끈질겼다.
"별의 시장에."
연이는 이를 악물었다.
"시장 아니라고."
그녀의 머리 위 꽃이 환하게 빛났다.
"하늘은 누구 것도 아니야."
검은 먹구름이 내려왔다.
사주의 강 위에 다시 전투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