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화. 별의 이름을 돌려줘
Code Destiny · 6,351자
제42화. 별의 이름을 돌려줘
검은 먹구름이 사주의 강 위로 내려왔다.
구름 안쪽에서는 숫자가 깜빡였다.
30%.
미납.
담보.
차감.
그 사이로 계약서 날개를 단 작은 악마들이 기어 나왔다.
"별은 자산."
"궁은 장부."
"소원은 담보."
연이는 연잎 배 위에 서 있었다.
정확히는 꽃돼지의 짧은 다리로 간신히 중심을 잡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예전처럼 허둥대지 않았다.
몸은 아직 말랑했고.
앞발은 여전히 짧았고.
놀라면 꿀 소리가 나올 가능성도 높았다.
그래도 연이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의 머리 위 작은 꽃 사이로 네 기둥의 빛이 박혀 있었다.
乙亥.
丁未.
壬午.
辛未.
사주의 세계에서 되찾은 자신의 중심.
연이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점성술의 원형 차트가 검은 먹구름 사이로 떠 있었다.
열두 별자리의 문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 안쪽에는 보랏빛 자미두수 성궁이 겹쳐 있었다.
명궁.
재백궁.
관록궁.
복덕궁.
각 궁 위에 검은 가격표가 들러붙었다.
연이는 이를 악물었다.
"틀렸어."
계약 악마 하나가 연이를 향해 날아왔다.
머리 위에는 작은 금빛 가격표가 달려 있었다.
악마가 찢어진 입으로 웃었다.
"빛나는 자는 팔린다."
연이는 앞발을 들어 올렸다.
"사자자리는 주목 가치가 아니야."
머리 위 꽃이 빛났다.
"자기 빛을 드러내는 힘이지."
그 순간 LUNE의 기타 줄 하나가 하늘을 향해 튕겨졌다.
팅!
별빛 선이 사자자리 문양에 닿았다.
검은 가격표가 흔들렸다.
연이는 이어 말했다.
"자기표현은 팔리기 위해 있는 게 아니야."
丁未의 불씨가 피어올랐다.
"내 안의 빛을 밖으로 꺼내는 거야."
쨍!
[주목 가치]라는 검은 글자가 깨졌다.
사자자리 문양이 금빛으로 번쩍였다.
작은 사자 형상이 하늘에서 고개를 들었다.
계약 악마가 비명을 질렀다.
"가치 산정 실패!"
그리고 검은 연기처럼 흩어졌다.
모카가 멀리서 외쳤다.
"연이님! 별소리 돌아왔어요!"
연이는 숨을 몰아쉬었다.
"하나."
그녀는 바로 다음 검은 선을 보았다.
이번엔 게자리였다.
검은 악마가 집게발처럼 생긴 계약서를 휘둘렀다.
"보호는 비용이다."
"돌봄은 손실이다."
"가까운 마음일수록 갚아야 한다."
그 말에 사주의 강 주변 주민들이 움찔했다.
누군가가 친구의 손을 놓으려 했다.
누군가가 가족에게서 한 걸음 물러났다.
연이는 가슴 안쪽이 차가워지는 걸 느꼈다.
청토끼 바이러스의 무서움은 힘이 아니었다.
말이었다.
그럴듯한 말.
조금만 지치면 믿고 싶어지는 말.
연이는 壬午를 불러냈다.
검푸른 물 위로 한낮의 빛이 떠올랐다.
"본뜻."
그녀가 말했다.
검은 글자 아래 숨은 문장이 드러났다.
연이는 고개를 들었다.
"보호는 비용이 아니야."
그녀의 목소리가 강 위로 퍼졌다.
"누군가를 품는 건 손실표가 아니라 마음의 집을 짓는 일이야."
BAMBI가 노래를 받았다.
부드럽고 따뜻한 목소리가 강 위로 번졌다.
"집은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돌아오는 곳."
그 노래에 게자리 문양이 흔들렸다.
검은 가격표가 갈라졌다.
크림이 빵 바구니를 높이 들었다.
"반죽도 따뜻하게 덮어줘야 부풀어요!"
연이가 순간 크림을 돌아봤다.
"그 비유 지금도 좋아!"
크림은 울먹이며 웃었다.
쨍!
[보호 비용]이 깨졌다.
게자리 문양에서 은빛 물결이 퍼졌다.
주민들이 놓았던 손을 다시 잡았다.
연이는 숨을 깊게 들이켰다.
"둘."
이번엔 자미두수 성궁이 흔들렸다.
명궁 위에 검은 문장이 더 짙어졌다.
그 문장은 사주의 강 위로 검은 먼지를 뿌렸다.
주민들 얼굴 위에 가격표가 떠올랐다.
연이도 순간 자기 몸을 내려다보았다.
꽃돼지.
짧은 앞발.
동그란 배.
현실에서는 사람들이 예쁘다고 했지만, 운세 세계에서는 여전히 꽃돼지였다.
그리고 예전의 자신이라면 그 모습에 흔들렸을 것이다.
거울 속 연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지금 그 모습으로?"
연이는 눈을 감았다.
잠깐.
아주 잠깐.
그리고 다시 떴다.
"명궁은 브랜드 가치가 아니야."
그녀의 목소리는 전보다 낮았다.
"명궁은 내가 나를 만나는 방이야."
乙亥의 새싹이 피어났다.
연잎 배 아래에서 푸른 뿌리가 자라났다.
그 뿌리는 검은 먼지를 밀어내지 않았다.
그 아래로 깊게 내려갔다.
연이는 앞발로 자기 가슴을 툭 쳤다.
"내가 꽃돼지여도."
그녀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연잎이 빛났다.
"현실에서 예쁘다는 말을 들어도."
또 한 걸음.
"학점이 4점대여도."
또 한 걸음.
"그 어떤 평가가 붙어도."
연이는 하늘의 명궁을 똑바로 보았다.
"나는 가격표로 나를 만나는 게 아니야."
명궁의 검은 글자가 흔들렸다.
연이의 머리 위 꽃이 환하게 빛났다.
"내 자리는 내가 정해."
쨍!
[브랜드 가치]가 깨졌다.
명궁이 보랏빛으로 빛났다.
그 안에서 작은 방 하나가 열렸다.
방 안에는 거울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거울 속 연이가 나오지 않았다.
그저 지금의 연이를 비췄다.
꽃돼지인 채로.
흔들리지만 물러서지 않는 모습으로.
모카가 소리쳤다.
"명궁 소리 돌아왔어요!"
루나가 류트를 켰다.
"좋아. 이 흐름이면 성궁도 버틸 수 있어."
치즈가 원본 계약 조각을 펼쳤다.
"청토끼 바이러스의 하층 감염선이 약해지고 있어요!"
연이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점성술의 별자리 세 개.
사자자리.
게자리.
그리고 자미두수 명궁.
검은 오염이 밀려나고 있었다.
계약 악마들이 비명을 질렀다.
"평가 실패!"
"상품성 산정 불가!"
"소유권 연결 실패!"
연이는 앞발을 들어 올렸다.
"다음."
그녀는 스스로도 놀랐다.
예전 같으면 무서워서 뒷걸음질쳤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게 보였다.
오염된 문장들.
가격표.
장부.
그건 무서운 진실이 아니었다.
그냥 잘못 붙은 덧말이었다.
그리고 덧말은 떼어낼 수 있다.
그때 하늘 깊은 곳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훌륭합니다."
청토끼의 목소리였다.
찢어지고, 죽어 있고, 여러 겹으로 겹친 목소리.
먹구름이 갈라졌다.
그 안에서 청토끼 감염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예전의 청토끼와 닮아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깔끔한 금융가는 아니었다.
푸른 털은 회색으로 죽어 있었고, 한쪽 귀는 찢어져 있었다.
금빛 조끼는 찢어진 계약서 조각들로 이어 붙여져 있었고,
목에는 끊어진 회중시계 줄이 감겨 있었다.
눈동자 안에서는 숫자와 별자리가 뒤섞여 돌고 있었다.
그는 웃었다.
살아 있는 웃음이 아니었다.
웃는 법만 남은 시체 같았다.
"연이 고객님."
연이는 바로 말했다.
"고객 아니야."
청토끼 감염체는 고개를 기울였다.
목이 삐걱거렸다.
"정산되지 않은 존재는 모두 고객입니다."
"정산 안 해도 돼. 나 너랑 거래 안 해."
"이미 거래했습니다."
먹구름 뒤로 별자리 원이 뒤틀렸다.
연이는 이를 악물었다.
"또 시작이네."
청토끼 감염체가 손을 들었다.
손끝에는 도장 대신 검은 별 하나가 박혀 있었다.
"연이 고객님은 성장하셨습니다."
그 말에 연이는 멈칫했다.
"학점도 올랐고, 운도 회복했고, 사람들의 시선도 받기 시작했지요."
그의 입이 길게 찢어졌다.
"그 모든 성장에는 가치가 있습니다."
하늘 위에 검은 장부가 펼쳐졌다.
연이의 몸에 검은 별가루가 달라붙기 시작했다.
모카가 비명을 질렀다.
"연이님!"
치즈가 외쳤다.
"저건 개인 운의 자산화 조항이에요!"
루나의 얼굴이 굳었다.
"성장 자체를 가격표로 묶으려는 거야."
연이는 앞발을 털었다.
하지만 검은 별가루는 떨어지지 않았다.
글자들이 연이 주변에 떠올랐다.
청토끼 감염체가 말했다.
"당신은 이제 가치가 높습니다."
연이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 말, 칭찬처럼 들리게 만들지 마."
"칭찬입니다."
"아니. 넌 또 팔려고 하는 거야."
연이는 辛未를 불러냈다.
흰 칼날이 앞발 끝에서 빛났다.
"성장은 소유물이 아니야."
칼날이 허공을 갈랐다.
쨍!
[성장 가치]가 깨졌다.
연이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학점은 내가 공부한 결과고."
쨍!
[학업 상승 자산]이 깨졌다.
"사람들이 나를 보는 건 내가 가격이 올라서가 아니고."
쨍!
[외형 주목도]가 깨졌다.
"내 운을 쓰는 건 너한테 담보 잡히려고 배운 게 아니야!"
쨍!
[운세 활용 가치]가 갈라졌다.
청토끼 감염체의 몸이 흔들렸다.
먹구름이 크게 찢어졌다.
연이는 이번엔 壬午를 펼쳤다.
"본뜻."
검푸른 물빛이 청토끼 감염체의 몸을 감쌌다.
그 안에 숨은 문장들이 드러났다.
연이는 숨을 들이켰다.
"틀렸어."
네 기둥이 동시에 빛났다.
"회복은 살아나는 거고."
乙亥의 새싹이 피어났다.
"성장은 밖으로 꺼내는 거고."
丁未의 불씨가 솟았다.
"해석은 다시 읽는 거고."
壬午의 물빛이 퍼졌다.
"책임은 속이지 않는 거야."
辛未의 칼날이 환하게 빛났다.
연이는 하늘을 향해 외쳤다.
"전부 무효!"
거대한 흰 칼날이 청토끼 감염체를 향해 날아갔다.
청토끼의 몸에 붙어 있던 계약서 조각들이 한꺼번에 찢어졌다.
쨍!
쨍!
쨍!
먹구름이 갈라졌다.
별자리 원이 잠깐 맑아졌다.
명궁과 복덕궁의 검은 얼룩도 약해졌다.
모카가 외쳤다.
"연이님! 거의 됐어요!"
치즈도 소리쳤다.
"핵심 조항이 깨지고 있어요!"
크림이 별가루빵 바구니를 흔들었다.
"반죽도 다시 부풀어요!"
루나가 류트를 높이 들었다.
"조금만 더!"
연이는 앞발을 들어 마지막 칼날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청토끼 감염체의 중심을 향했다.
"이걸로 끝."
그녀가 말했다.
청토끼 감염체는 고개를 숙였다.
몸은 거의 무너져 있었다.
푸른 털은 재처럼 흩어지고, 계약서 조각은 타들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웃었다.
"역시."
연이는 순간 멈칫했다.
청토끼 감염체의 입이 귀까지 찢어졌다.
"성장하셨군요."
그 말이 너무 차가웠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하늘의 점성술 원형 차트가 뒤집혔다.
열두 별자리의 선이 한꺼번에 연이를 향해 떨어졌다.
연이는 피하려 했다.
하지만 늦었다.
검은 선들이 연이의 네 기둥을 감았다.
乙亥.
丁未.
壬午.
辛未.
네 글자가 흔들렸다.
"뭐야?!"
청토끼 감염체가 찢어진 목소리로 웃었다.
"기다렸습니다."
검은 선들이 연이의 가슴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당신이 자신의 운을 가장 강하게 쓰는 순간."
연이는 숨을 못 쉬었다.
먹구름에서 새로운 문장이 떠올랐다.
연이의 눈이 커졌다.
"내 사주를......?"
청토끼 감염체가 회중 시계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이전에 만났을때 보험을 들어놓았죠. 당신의 사주가 다 모이는 순간 제 계약서에 구속이 되도록 제 힘만으로는 역부족이었지만 '그 분'께서 주신 마스터 계약 아이템으로 말이죠"
검은 선들이 더 세게 조였다.
연이의 몸이 연잎 배 위에서 떠올랐다.
머리 위 꽃이 흔들렸다.
네 기둥의 빛이 하나씩 끌려 나가려 했다.
모카가 소리쳤다.
"안 돼!"
DEST1NOVA가 동시에 움직였다.
SOLV의 랩이 날아가고, BAMBI의 노래가 감싸고, LUNE의 기타가 검은 선을 치고, RAVEN의 발끝이 그림자를 찢었다.
하지만 검은 선은 별자리의 선이었다.
사주 세계의 힘만으로는 완전히 끊기지 않았다.
루나가 외쳤다.
"저건 상층의 선이야!"
치즈가 절망적으로 말했다.
"사주 세계 계약선이 아니에요!"
연이는 발버둥쳤다.
"놔......!"
검은 선이 목을 조였다.
목소리가 막혔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청토끼 감염체가 가까이 다가왔다.
반쯤 무너진 얼굴로 웃었다.
"드디어."
그는 손을 뻗었다.
"최종 정산입니다."
연이의 시야가 흐려졌다.
머리 위 꽃잎이 하나 떨어졌다.
그 순간.
하늘이 조용해졌다.
모든 소리가 멈췄다.
모카의 비명도.
DEST1NOVA의 음악도.
먹구름의 웃음도.
검은 선의 조임도.
아주 찰나.
정적.
그리고 연이의 귀에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 손."
금빛이 하늘을 갈랐다.
"떼라."
연이는 눈을 뜨려 했다.
눈앞에 금빛 선 하나가 지나갔다.
아니.
선이 아니었다.
발톱이었다.
네오였다.
그는 어느새 연이와 청토끼 감염체 사이에 서 있었다.
작은 사자 모습이 아니었다.
그의 등 뒤로 거대한 금빛 사자의 윤곽이 펼쳐져 있었다.
완전히 드러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충분했다.
하늘 전체가 그 존재감을 알아차릴 만큼.
청토끼 감염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당신은......"
네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표정은 차가웠다.
연이가 알던 잔소리 많은 네오가 아니었다.
츄르 얘기에 발끈하던 흰 고양이도 아니었다.
지금의 네오는 조용했고, 서늘했다.
마치 오래전부터 이 순간만을 기다린 칼처럼.
청토끼 감염체가 뒤로 물러나려 했다.
"거래를-"
네오가 움직였다.
너무 빨라서 연이는 따라볼 수 없었다.
금빛 발톱이 허공을 베었다.
청토끼 감염체의 목을 지나갔다.
소리는 거의 나지 않았다.
그저.
사락.
종이가 잘리는 소리.
청토끼 감염체의 목이 몸에서 분리되었다.
피는 없었다.
대신 검은 계약서 조각과 푸른 잉크가 허공에 흩어졌다.
잘린 머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굴러떨어지듯 먹구름 속으로 흔들렸다.
그의 입이 마지막으로 움직였다.
"정산은......"
네오가 차갑게 말했다.
"끝났다."
금빛 사자의 발이 그 머리 위를 눌렀다.
쾅!
청토끼 감염체의 머리가 검은 계약서 조각으로 산산이 흩어졌다.
동시에 연이를 묶고 있던 별자리 선들이 끊어졌다.
연이는 연잎 배 위로 떨어졌다.
"컥......!"
모카가 달려왔다.
"연이님!"
치즈와 크림도 뛰어왔다.
루나가 연이를 부축했다.
"숨 쉬어."
연이는 한참 숨을 몰아쉬었다.
목이 아팠다.
머리 위 꽃도 떨리고 있었다.
네 기둥의 빛은 아직 남아 있었다.
흔들렸지만, 빼앗기지 않았다.
연이는 천천히 네오를 보았다.
네오는 하늘을 보고 있었다.
금빛 사자의 윤곽은 다시 흐려지고 있었다.
청토끼 감염체의 몸은 아직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목 없는 몸이 먹구름 안에서 비틀거렸다.
하지만 중심은 베였다.
좀비 같은 계약 욕망의 머리.
그 핵심이 끊겼다.
먹구름이 크게 흔들렸다.
별자리 원 위에 붙어 있던 검은 가격표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자미두수 성궁 위의 얼룩도 조금 옅어졌다.
하지만 하늘의 구멍은 아직 남아 있었다.
연이는 힘겹게 말했다.
"끝난 거야?"
네오가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
"아니다."
그의 목소리는 다시 낮았다.
조금 전의 차가움이 아직 남아 있었다.
"머리를 잘랐을 뿐이다."
연이는 숨을 삼켰다.
"그럼?"
네오는 하늘의 구멍을 보았다.
"바이러스는 이미 별의 세계 안쪽으로 들어갔다."
검은 구멍 너머에서 보랏빛 성궁이 흔들렸다.
멀리, 자미성의 빛이 다시 한 번 깜빡였다.
점성술의 별자리들도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다만 방금보다 덜 어두울 뿐.
연이는 앞발로 가슴을 눌렀다.
방금 정말 위험했다.
거의 빼앗길 뻔했다.
자신이 되찾은 사주 전체를.
네오가 조금 늦게 그녀를 보았다.
"괜찮나."
연이는 그를 노려봤다.
"괜찮겠냐?"
네오는 잠시 침묵했다.
"아니다."
"그걸 알면......"
연이는 말을 하다 말고 목을 만졌다.
아팠다.
그리고 조금 무서웠다.
네오의 눈빛이 아주 작게 흔들렸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연이는 그 침묵이 괜히 더 신경 쓰였다.
모카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네오님, 방금 진짜 무서웠어요."
치즈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청토끼 감염체 핵심은 끊긴 것 같아요.
하지만 치즈...... 아니, 바이러스 조각은 상층으로 흩어지고 있어요."
크림이 작게 물었다.
"그럼 이제 하늘로 가야 해요?"
루나가 고개를 들었다.
"응."
그녀는 보랏빛 성궁을 바라보았다.
"이제 진짜 별의 세계로 들어가야 해."
연이는 천천히 일어났다.
다리가 떨렸다.
짧은 꽃돼지 다리라 더 티가 났다.
그래도 섰다.
하늘의 구멍은 아직 닫히지 않았다.
청토끼 감염체의 목은 베였지만, 그가 뿌린 바이러스는 별자리와 성궁 안쪽으로 숨어들었다.
이번엔 더 깊은 곳으로 가야 한다.
연이는 네오를 보았다.
"이번엔."
그녀가 말했다.
"내 앞에서 사라지지 마."
네오의 눈이 그녀를 향했다.
잠시 침묵.
그리고 아주 낮은 대답.
"그러겠다."
연이는 더 묻지 않았다.
지금은 그걸로 충분했다.
하늘 위에서 자미성의 빛이 다시 깜빡였다.
마치 도움을 요청하듯.
연이는 숨을 들이켰다.
"좋아."
그녀는 아직 아픈 목으로 말했다.
"다음은 별의 궁전이다."
먹구름 너머.
점성술의 원과 자미두수 성궁이 동시에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문 너머에는, 청토끼 바이러스가 남긴 더 깊은 오염이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