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화. 검은 관측자
Code Destiny · 5,893자
제51화. 검은 관측자
분홍빛 문이 열렸다.
달콤한 향이 먼저 밀려왔다.
크림 냄새.
장미 향.
잘 익은 과일의 향.
그리고 누군가 처음 마음을 빼앗기는 순간의 공기.
연이는 문 앞에서 멈췄다.
“냄새부터 위험한데.”
크림이 바구니를 끌어안았다.
“좋은 냄새인데 이상해요. 너무 달아요. 먹으면 혀가 아니라 마음이 녹을 것 같은 냄새예요.”
모카는 귀를 세웠다가 바로 낮췄다.
“웃음소리가 너무 많아요. 근데 전부 즐거운 소리는 아니에요.”
치즈는 유리 조각을 들고 문 안을 비췄다.
유리 조각 안에서 분홍빛과 보랏빛이 동시에 흔들렸다.
“금성 반응이 강해요. 그런데 자미두수 쪽도 같이 울려요.”
루나가 조용히 말했다.
“탐랑성.”
연이는 노트에 적어둔 이름을 떠올렸다.
탐랑.
욕망, 매력, 재능, 끌림, 즐거움.
나쁜 별이 아니다.
사람 안에 생기와 매력을 불어넣는 별.
하지만 너무 강해지면, 사람은 자기 마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보다 남이 자신을 얼마나 원하고 있는지에 매달린다.
금성도 마찬가지였다.
금성은 사랑과 취향, 아름다움의 별.
그러나 과해지면 호감은 불안이 되고, 아름다움은 비교가 되고, 끌림은 집착이 된다.
연이는 앞발을 들어 올렸다.
“좋아. 이번 방은 그냥 예쁜 척하는 방이 아니야.”
네오가 그녀 옆에 섰다.
“방심하지 마라.”
연이는 네오를 흘끗 봤다.
“너 아까부터 이 문 싫어하는 얼굴인데.”
“불필요한 감각이 많다.”
“불필요한 감각?”
“달고, 번쩍이고, 시끄럽다.”
“그건 그냥 네 취향 아닌가?”
네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연이는 눈을 가늘게 떴다.
“이 방에서 너 뭐 찔리는 거 있어?”
“없다.”
대답이 너무 빨랐다.
연이는 더 캐묻고 싶었지만, 문 안쪽에서 웃음소리가 크게 터졌다.
하하하.
아하하.
사랑스러운 웃음.
비어 있는 웃음.
초조한 웃음.
모두 섞여 있었다.
연이는 숨을 들이켰다.
“가자.”
문 안은 무도회장이었다.
하늘 위에 떠 있는 무도회장.
바닥은 투명한 별빛 유리였고, 그 아래로 열두 별자리의 강이 흘렀다.
천장에는 금성과 탐랑성의 빛이 서로 뒤엉켜 있었다.
분홍빛 금성은 너무 크게 부풀어 있었고, 보랏빛 탐랑성은 별이 아니라 심장처럼 뛰고 있었다.
두근.
두근.
두근.
그 박자가 울릴 때마다 무도회장 안의 사람들은 자기 모습을 확인했다.
거울.
유리잔.
은쟁반.
창문.
반짝이는 모든 것에 자기 얼굴을 비췄다.
“나 지금 괜찮아 보여?”
“방금 저 사람 나 본 거 맞지?”
“더 예뻐 보여야 해.”
“더 끌려야 해.”
“더 원하게 만들어야 해.”
연이는 멈춰 섰다.
무도회장 안에는 현실 사람들의 환영과 운세 세계 주민들의 그림자가 섞여 있었다.
현실에서 카페에 있던 여학생.
도서관에서 SNS를 새로고침하던 학생.
식신·상관의 섬에서 노래를 만들던 주민.
재성의 섬에서 빵을 팔던 손님.
모두 각자의 작은 우주를 품고 있었다.
그 작은 우주 안에서 금성은 과하게 커져 있었고, 탐랑성은 보랏빛 꼬리를 길게 늘이며 다른 별들을 휘감고 있었다.
“이건…….”
연이는 천천히 말했다.
“좋아하는 마음이 아니야.”
루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하는 마음이 자기 확인으로 변하고 있어.”
모카가 귀를 눌렀다.
“다들 ‘나를 봐줘’라고 말해요. 그런데 누가 봐줘도 또 부족하대요.”
치즈가 유리 조각을 들어 올렸다.
“금성 과증폭. 탐랑성 과열. 부부궁과 명궁에도 영향이 가고 있어요.”
“부부궁?”
연이가 물었다.
치즈가 고개를 끄덕였다.
“관계의 방이 흔들리고 있어요. 상대를 보는 게 아니라, 상대가 나를 얼마나 원하느냐만 보고 있어요.”
그때 무도회장 중앙의 거울이 갈라졌다.
거울 안에 누군가 나타났다.
현실의 연이였다.
사람의 몸.
긴 머리.
맑은 피부.
시선을 끄는 눈빛.
방금까지 꽃돼지였던 연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거울 속 연이는 웃고 있었다.
“너는 이미 시선을 받기 시작했잖아.”
연이는 숨을 멈췄다.
거울 속 연이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카페에서도, 학교에서도, 발표회에서도.”
그녀의 뒤로 현실의 장면들이 떠올랐다.
누군가 연이를 힐끗 보던 순간.
민지가 “너 요즘 진짜 예뻐졌어”라고 말하던 순간.
번호를 물어보던 남학생.
그리고 Code Destiny 앱의 문장.
거울 속 연이가 말했다.
“그럼 확인하고 싶지 않아?”
연이는 눈을 가늘게 떴다.
“뭘.”
“네가 얼마나 원해지는 사람인지.”
무도회장 전체가 분홍빛으로 흔들렸다.
금성의 빛이 연이를 감쌌다.
달콤했다.
위험할 정도로.
누군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감각.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감각.
선택받을 수 있다는 감각.
그것은 싫지만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좋았다.
그래서 더 위험했다.
탐랑성의 보랏빛이 연이 주변을 맴돌았다.
“더 보여줘.”
“더 빛나.”
“더 끌어당겨.”
“네가 원해지는 사람인지 확인해.”
연이의 머리 위 꽃이 흔들렸다.
그 순간 네오가 앞을 막았다.
“물러서라.”
거울 속 연이는 네오를 보았다.
“너는 왜 막아?”
네오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필요 없으니까.”
“정말?”
거울 속 연이가 미소 지었다.
“정말 연이를 위해서?”
네오의 꼬리 끝이 아주 작게 굳었다.
연이는 그걸 봤다.
이 방은 사람의 욕망만 흔드는 게 아니었다.
숨기고 싶은 마음도 끌어냈다.
네오의 침묵.
제38화의 방해.
다른 운명의 상대.
그 모든 것이 갑자기 무도회장 한가운데 놓인 것 같았다.
연이는 앞발을 들어 네오 옆으로 나왔다.
“괜찮아.”
네오가 그녀를 보았다.
“괜찮지 않다.”
“나도 알아.”
연이는 거울 속 자신을 똑바로 보았다.
“금성은 내가 얼마나 원해지는지 확인하라고 있는 별이 아니야.”
거울 속 연이의 미소가 살짝 굳었다.
“금성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아름답다고 느끼는지 알려주는 별이야.”
분홍빛이 흔들렸다.
연이는 이어 말했다.
“탐랑성은 나를 끝없이 더 자극적인 곳으로 밀어붙이는 별이 아니야.”
보랏빛 심장 박동이 한순간 어긋났다.
“내 안의 매력과 재능, 즐거움을 살아나게 하는 별이지.”
그 순간 무도회장의 거울들이 하나둘 금이 갔다.
하지만 깨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거울 속 사람들이 자기 얼굴을 보던 시선을 조금씩 내렸다.
누군가는 손에 쥔 유리잔을 내려놓았다.
누군가는 자기 사진을 지웠다.
누군가는 화려한 장신구를 풀었다.
치즈가 외쳤다.
“금성 과증폭이 약해져요!”
모카가 귀를 세웠다.
“소리가 달라져요. ‘나를 봐줘’에서 ‘나 이거 좋아해’로 바뀌고 있어요!”
크림은 바구니에서 작은 빵 하나를 꺼냈다.
“이거요!”
그녀는 무도회장 중앙으로 빵을 던졌다.
별 모양 크림빵이 공중에서 터졌다.
달콤한 향이 퍼졌다.
하지만 이번엔 과하지 않았다.
소박하고 따뜻한 향.
누군가 중얼거렸다.
“나 이 냄새 좋아.”
또 다른 사람이 말했다.
“나는 이 음악이 좋아.”
“나는 춤보다 그림이 좋아.”
“나는 그냥 조용한 게 좋아.”
좋아한다는 말이 남을 향한 확인이 아니라, 자기 안의 취향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연이는 숨을 내쉬었다.
“좋아. 이 흐름이면—”
그때 무도회장 전체가 멈췄다.
정확히는, 모든 거울이 동시에 검게 변했다.
분홍빛도.
보랏빛도.
금빛도.
전부 사라졌다.
그리고 아주 낮은 박수 소리가 울렸다.
짝.
짝.
짝.
연이는 몸을 굳혔다.
네오의 갈기가 낮게 타올랐다.
모카가 숨을 삼켰다.
루나의 손이 류트 줄 위에서 멈췄다.
치즈의 유리 조각이 검게 물들었다.
크림은 바구니를 품에 꼭 안았다.
검은 거울들이 하나씩 열렸다.
거울 속은 어둠이었다.
그 어둠 가운데,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긴 검은 의자.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다.
다만 손만 보였다.
길고 창백한 손.
그 손가락에는 별 모양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연이는 그 손을 알아보았다.
회중시계 안에서 보였던 손.
청토끼에게 시계를 주었던 자.
흑막.
그 존재가 드디어,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잘하는군.”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그리고 기분 나쁠 정도로 차분했다.
“별의 힘을 이해하기 시작했어.”
연이는 앞발에 힘을 줬다.
“너야?”
“무엇이?”
“청토끼에게 회중시계를 준 놈.”
그 존재는 작게 웃었다.
“그렇게 부를 수도 있겠지.”
네오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이곳에 나타날 줄은 몰랐다.”
그 존재의 시선이 네오에게 향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모두가 알 수 있었다.
그가 네오를 보고 있다는 것을.
“너는 아직도 그 모습이군.”
네오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입 닥쳐라.”
연이는 네오를 보았다.
그 말투.
너무 날카로웠다.
이 둘은 서로를 안다.
적어도, 저 흑막은 네오를 안다.
검은 의자에 앉은 존재는 웃었다.
“여전히 숨기는 것이 많아.”
네오의 발톱이 금빛으로 빛났다.
하지만 연이가 앞발을 들어 막았다.
“네오.”
네오가 멈췄다.
연이는 흑막을 노려봤다.
“너는 뭘 하려는 거야?”
검은 관측자는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였다.
무도회장 천장 위로 검은 고리들이 나타났다.
처음으로, 연이는 그것을 뚜렷하게 보았다.
여러 개의 검은 금속 고리.
각 고리에는 별자리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다른 고리에는 행성과 자미두수의 별들이 박혀 있었다.
가장 안쪽에는 보랏빛 별 하나가 갇혀 있었다.
자미성의 일부처럼 보이는 빛.
그 장치는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다.
둥.
한 번 돌 때마다, 무도회장의 금성빛이 다시 흔들렸다.
둥.
탐랑성의 보랏빛이 다시 부풀었다.
둥.
연이의 가슴 안쪽까지 울렸다.
검은 관측자가 말했다.
“사람은 각자 작은 우주를 품고 있다.”
그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무도회장 전체에 퍼졌다.
“태양 하나.”
“달 하나.”
“자기만의 금성.”
“자기만의 수성.”
“자기만의 명궁.”
“자기만의 복덕궁.”
연이는 이를 악물었다.
“그래서 그걸 네 마음대로 돌리겠다고?”
“돌리는 것이 아니다.”
그의 손가락이 검은 고리를 가리켰다.
“조율하는 것이다.”
그 순간 금성의 빛이 폭발했다.
무도회장 안 사람들이 다시 거울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번엔 더 심했다.
어떤 사람은 거울 속으로 손을 뻗었다.
어떤 사람은 자기를 봐달라고 울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은 자기보다 빛나는 사람을 밀쳐냈다.
탐랑성이 같이 과열되자, 즐거움은 광기가 되었다.
춤은 멈추지 않는 발작처럼 변했고, 웃음은 울음처럼 찢어졌다.
모카가 귀를 막았다.
“소리가 너무 달라졌어요! 즐거운 척하는 비명 같아요!”
치즈가 외쳤다.
“강도가 너무 높아요! 금성만이 아니라 탐랑성이 같이 폭주해요!”
루나가 류트를 켰다.
“낮춰야 해!”
하지만 검은 관측자가 손가락을 살짝 돌리자, 류트 소리가 분홍빛에 빨려 들어갔다.
루나가 뒤로 밀렸다.
“윽!”
네오가 즉시 뛰려 했다.
그 순간 검은 관측자가 네오 쪽 고리를 돌렸다.
금빛과 검은빛이 충돌했다.
네오의 발밑이 무너졌다.
“네오!”
연이가 소리쳤다.
네오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나를 보지 마라. 네 쪽을 봐라.”
검은 관측자가 낮게 웃었다.
“좋은 조언이군.”
그의 손이 연이를 향했다.
“그럼 어디까지 버티는지 보자.”
금성의 빛이 연이를 감쌌다.
그 안에서 환영이 나타났다.
현실의 연이.
아름다운 연이.
사람들이 돌아보는 연이.
그리고 검은 비 속에서 보았던 남자의 옆모습.
긴 코트.
희미한 금빛.
아직 이름을 모르는 운명의 상대.
그 모습이 처음으로 더 선명하게 떠올랐다.
연이의 숨이 멈췄다.
검은 관측자가 말했다.
“보고 싶지 않나?”
연이는 눈을 크게 떴다.
“너…….”
“네 마음의 금성이 어디를 보고 있는지.”
환영 속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려 했다.
얼굴이 보일 듯했다.
바로 그 순간, 탐랑성의 보랏빛이 연이의 심장을 세게 두드렸다.
두근.
두근.
두근.
알고 싶다.
보고 싶다.
확인하고 싶다.
지금 당장.
연이는 앞발을 움켜쥐었다.
꽃잎이 흔들렸다.
금성은 끌림의 별.
탐랑은 욕망과 매력의 별.
그 힘이 너무 세지면,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모른 채 더 강한 자극으로 끌려간다.
검은 관측자가 말했다.
“마음을 조율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의 목소리가 가까워졌다.
“조금만 세게 만들면 된다.”
환영 속 남자의 얼굴이 거의 보이려 했다.
연이는 눈을 감았다.
“아니.”
검은 관측자의 손이 멈췄다.
연이는 힘겹게 말했다.
“금성은 답을 강제로 보여주는 별이 아니야.”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끊기지 않았다.
“마음이 자연스럽게 끌리는 방향을 알려주는 별이지.”
보랏빛 탐랑성이 심장을 더 강하게 두드렸다.
연이는 이를 악물었다.
“탐랑은 내가 욕망에 끌려다니게 하는 별이 아니야.”
그녀의 머리 위 꽃이 빛났다.
“내 안의 생동감과 매력을 살아 있게 하는 별이야.”
환영 속 남자의 모습이 흔들렸다.
얼굴은 끝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연이는 이번에 억지로 붙잡지 않았다.
“지금 볼 게 아니면.”
그녀가 말했다.
“안 봐.”
그 순간 금성빛이 갈라졌다.
탐랑성의 박동이 한 박자 느려졌다.
무도회장 안의 거울들이 다시 금이 갔다.
검은 관측자의 손가락이 멈췄다.
아주 잠깐.
그러나 그 짧은 정적은 분명했다.
처음으로, 그의 조율이 어긋났다.
네오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금빛 발톱이 어둠을 갈랐다.
촤악!
검은 관측자가 앉아 있던 거울 하나가 찢어졌다.
그러나 의자는 비어 있었다.
그는 그곳에 실제로 온 것이 아니었다.
거울과 별의 고리를 통해 비춘 그림자.
검은 관측자의 웃음소리가 무도회장 곳곳에서 울렸다.
“좋다.”
목소리는 조금 더 낮아졌다.
“그 정도라면 별의 궁전까지 올라올 자격은 있겠군.”
연이는 숨을 몰아쉬었다.
“도망치는 거야?”
“아니.”
검은 고리들이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금성빛과 탐랑성의 빛이 동시에 흔들리며 문 하나를 열었다.
그 문 너머로 더 거대한 성궁이 보였다.
보랏빛 중심.
자미성.
그러나 그 중심을 향해 검은 고리들이 서서히 조여들고 있었다.
검은 관측자가 말했다.
“기다리고 있겠다.”
그의 마지막 말은 연이를 향한 것 같기도 했고, 네오를 향한 것 같기도 했다.
“특히 너.”
네오의 눈빛이 차갑게 굳었다.
검은 관측자의 그림자가 사라졌다.
무도회장의 빛이 천천히 안정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누구도 승리했다고 말하지 않았다.
연이는 앞발을 내려다봤다.
아직 심장이 뛰고 있었다.
금성과 탐랑성의 여운이 남아 있었다.
보고 싶었다.
알고 싶었다.
하지만 참았다.
연이는 숨을 내쉬었다.
“와.”
모카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괜찮으세요?”
“아니.”
연이는 솔직하게 말했다.
“진짜 위험했어.”
루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네가 끊었어.”
치즈가 유리 조각을 들어 올렸다.
“금성 과증폭, 탐랑성 폭주 모두 완전히 정화된 건 아니지만, 길은 열렸어요.”
크림이 작게 말했다.
“근데 다음 문…… 엄청 무서워 보여요.”
연이는 문 너머 보랏빛 성궁을 바라봤다.
명궁.
복덕궁.
관록궁.
부부궁.
그리고 중심의 자미성.
이제 진짜 하늘의 성궁으로 들어가야 한다.
네오가 연이 옆에 섰다.
“방금 본 환영.”
연이는 그를 봤다.
“봤어?”
“보였다.”
“너 그 사람 알아?”
네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연이는 눈을 가늘게 떴다.
“또 침묵이네.”
네오는 잠시 후 말했다.
“지금은 자미성으로 가야 한다.”
“그 말, 언젠가 진짜 다 설명해야 할 거야.”
“알고 있다.”
이번에는 도망치듯 말하지 않았다.
그 점이 오히려 더 신경 쓰였다.
연이는 보랏빛 문을 향해 걸었다.
꽃돼지의 짧은 다리가 별빛 유리 위를 탁탁 울렸다.
등 뒤에서는 무도회장의 거울들이 하나둘 자기 빛을 되찾고 있었다.
금성은 조금 부드러워졌고, 탐랑성은 과열된 박동을 조금 낮췄다.
하지만 흑막은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게임은 달라졌다.
연이는 앞을 보며 말했다.
“검은 관측자.”
그 이름을 입에 올리자, 하늘 위 검은 고리 하나가 아주 멀리서 반응했다.
둥.
연이는 멈추지 않았다.
“좋아. 네가 사람들 우주를 마음대로 돌린다면.”
그녀의 머리 위 꽃이 빛났다.
“나는 하나씩 돌려놓을 거야.”
보랏빛 성궁의 문이 열렸다.
진짜 별의 궁전이 연이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