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내가 나를 버리지 않는 법
Code Destiny · 5,826자
제6화. 내가 나를 버리지 않는 법
거울 속 연이가 검은 날개를 펼쳤다.
날개는 깃털이 아니었다.
깨진 거울 조각들이 겹겹이 붙어 만들어진 날개였다.
조각 하나하나에는 연이의 얼굴이 비쳤다.
비교하는 연이.
질투하는 연이.
포기하는 연이.
괜찮은 척 웃는 연이.
그리고 자기 자신을 못 믿는 연이.
연이는 그 얼굴들을 보자마자 작게 중얼거렸다.
“와…… 나 진짜 내부 인원 많네.”
네오가 옆에서 낮게 말했다.
“정신 차려라. 저건 전부 네 자리를 흔드는 겁재다.”
“겉모습은 나인데?”
“그래서 더 위험하다.”
거울 속 연이가 천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녀의 뒤에서 수많은 거울 조각들이 회전했다.
섬 전체가 울렸다.
연이는 글자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잠깐만. 권한 이전?”
거울 속 연이가 웃었다.
“응. 네 인생 계정, 내가 로그인.”
“미쳤네. 이거 완전 계정 탈취잖아.”
“비슷해.”
“이중 인증 없어?”
“있었지.”
거울 속 연이가 연이의 머리 위 꽃을 가리켰다.
“네가 방금 찾은 乙亥.”
연이는 앞발 안쪽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기운을 다시 붙잡았다.
작은 새싹.
깊은 물.
두 글자는 아직 완전히 하나가 되지 못한 채, 연이의 앞에서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거울 속 연이가 말했다.
“하지만 아직 100%는 아니야.”
공중에 숫자가 떠올랐다.
연이는 숫자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 왜 하필 87%야? 애매하게 사람 불안하게.”
네오가 말했다.
“마지막 13%가 남았다.”
“그게 뭔데?”
네오는 거울 속 연이를 바라봤다.
“저 환영.”
연이는 잠시 말이 막혔다.
거울 속 연이가 미소 지었다.
“맞아. 나를 회수해야 완성돼.”
“너를?”
“응.”
거울 속 연이는 자기 가슴을 가리켰다.
“나는 네가 인정하기 싫어서 떼어낸 너니까.”
연이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니까 너를 이겨야 하는 게 아니라…….”
“나를 다시 가져가야 해.”
거울 속 연이가 웃었다.
“할 수 있겠어?”
그 말이 이상하게 섬뜩했다.
부수는 건 차라리 쉬울지도 몰랐다.
가짜라고 생각하고, 적이라고 생각하고, 박살 내면 된다.
그런데 다시 가져가라니.
자기 안으로 들여보내라니.
연이는 거울 속 연이를 바라봤다.
저 얼굴은 얄미웠다.
말도 재수 없었다.
자기 약점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연이가 도망치고 싶은 부분만 골라 찔렀다.
하지만 네오의 말처럼 저게 완전히 남은 아니었다.
버리고 싶은 나.
인정하기 싫은 나.
그래도 결국 나였던 것.
연이는 이를 악물었다.
“진짜 어렵게 산다, 나.”
거울 속 연이가 피식 웃었다.
“그러게.”
그 순간, 그녀가 날개를 크게 펼쳤다.
검은 거울 조각들이 빗발처럼 쏟아졌다.
네오가 앞으로 튀어나갔다.
“뒤로!”
금빛 발톱이 허공을 갈랐다.
쨍!
쨍!
쨍!
거울 조각들이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하지만 조각들은 깨져도 다시 붙었다.
한 번 베어도 두 개가 되었고, 두 개를 베면 네 개가 되었다.
연이는 그 광경을 보고 입을 벌렸다.
“아니, 왜 증식해?”
네오가 이를 악물었다.
“겁재는 빼앗고 불어난다. 정면으로 베기만 하면 끝이 없다.”
“그걸 지금 알려주면 어떡해!”
“지금 보고 있으니까 말하는 거다!”
거울 속 연이가 손을 내렸다.
이번에는 거울 조각들이 네오가 아니라 연이를 향해 몰려왔다.
조각마다 목소리가 들렸다.
“너는 늦어.”
“너는 약해.”
“너는 맨날 웃는 척해.”
“네 자리는 없어.”
“네가 못 하면 내가 할게.”
목소리들이 한꺼번에 귀를 파고들었다.
연이는 순간 몸이 굳었다.
아까 해수의 심연에서 사라진 줄 알았던 말들이 다시 떠올랐다.
괜찮은 척.
웃어넘기기.
도망치기.
비교하기.
포기하기.
거울 속 연이가 말했다.
“봐. 너는 아직도 흔들려.”
연이는 앞발을 땅에 디뎠다.
“흔들리면 안 돼?”
거울 속 연이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연이는 고개를 들었다.
“나 을목이라며.”
머리 위 꽃이 빛났다.
“작은 풀이라며. 그럼 흔들리는 게 정상 아니야?”
네오가 살짝 웃었다.
“맞다.”
연이는 계속 말했다.
“흔들린다고 가짜는 아니잖아.”
그 순간 [乙]의 빛이 강해졌다.
초록빛 덩굴이 연이의 앞발 아래에서 자라났다.
덩굴은 날아오는 거울 조각들을 휘감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각을 부수지 않았다.
꽉 묶었다.
그리고 하나씩 바닥에 내려놓았다.
쨍그랑.
조각들이 깨지지 않고 멈췄다.
거울 속 연이의 얼굴이 굳었다.
“왜 안 부숴?”
연이는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부수면 너만 늘어난다며.”
“그래서?”
“그럼 묶어야지.”
거울 속 연이가 입꼬리를 올렸다.
“머리는 굴리네?”
“나 원래 머리는 좀 굴려.”
“그런 애가 왜 맨날 늦었는데?”
“그건 좀 아프니까 나중에 상담하자.”
네오가 끼어들었다.
“잡담할 시간 없다.”
“알아.”
연이는 앞발을 땅에 더 단단히 디뎠다.
그 순간 바닥 아래에서 푸른 물결이 번졌다.
[亥]의 기운이었다.
깊은 물은 덩굴 아래로 흐르며 뿌리를 받쳐주었다.
초록빛 덩굴은 더 굵어졌다.
연이는 그 감각을 느꼈다.
예전 같으면 흔들리는 마음을 숨기려고 했을 것이다.
불안한 마음을 농담으로 덮고, 괜찮은 척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달랐다.
흔들리는 마음도 자신이었다.
깊은 물도 자신이었다.
그 물을 밀어내지 않아야, 꽃이 살 수 있었다.
거울 속 연이가 손을 들었다.
“그럼 이건?”
그녀의 등 뒤에서 거대한 거울 하나가 떠올랐다.
그 거울에는 연이의 현실이 비쳤다.
현실의 방.
침대 위에 떨어진 휴대폰.
화면에는 Code Destiny 앱이 켜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인간 연이가 앉아 있었다.
거울 속 연이와 똑같은 얼굴이었다.
연이는 숨을 멈췄다.
“저건 뭐야?”
거울 속 연이가 웃었다.
“동기화.”
공중에 글자가 떠올랐다.
연이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거울 속 연이가 말했다.
“네가 여기서 망설이는 동안, 나는 현실 쪽에 먼저 접속할 수 있어.”
“진짜 계정 탈취 맞잖아!”
“말했잖아. 네가 못 하면 내가 한다고.”
거울 속 현실의 연이가 휴대폰을 들었다.
화면 안에 [귀환 승인] 버튼이 떠올랐다.
연이는 앞으로 뛰려 했다.
하지만 검은 거울 조각들이 길을 막았다.
“안 돼!”
거울 속 연이가 차갑게 말했다.
“왜? 너는 아직도 이 몸이 싫잖아.”
그녀는 연이의 꽃돼지 몸을 가리켰다.
“현실로 돌아가도 누가 너를 알아보겠어?”
그 말은 날카로웠다.
연이는 순간 멈췄다.
분홍빛 몸.
짧은 다리.
머리 위 꽃.
지금의 자신은 현실의 연이와 너무 달랐다.
거울 속 연이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내가 돌아가면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거야.”
거울 속 현실의 연이가 손가락을 버튼 위에 올렸다.
“나는 네 얼굴이니까.”
연이의 머리 위 꽃이 흔들렸다.
[乙亥]의 빛도 흔들렸다.
네오가 소리쳤다.
“연이!”
연이는 입을 다물었다.
저 말은 맞았다.
거울 속 연이가 돌아가면, 겉으로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얼굴도 같고, 목소리도 같고, 기억도 알고 있다.
어쩌면 더 멀쩡해 보일지도 모른다.
흔들리지 않고, 울컥하지 않고, 늦지 않는 연이.
그런 연이라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아주 잠깐.
하지만 그 순간, 해수의 심연에서 보았던 것들이 떠올랐다.
괜찮은 척했던 밤.
보내지 못한 말.
혼자 참았던 마음.
그리고 그 깊은 물에서 피어난 작은 꽃.
연이는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아니.”
거울 속 연이가 눈을 가늘게 떴다.
“뭐가 아니야?”
연이는 고개를 들었다.
“너는 내 얼굴이야.”
그녀의 머리 위 꽃이 빛났다.
“내 목소리도 알고, 내 기억도 알아.”
앞발 아래로 덩굴이 뻗었다.
“근데 내가 왜 웃었는지는 몰라.”
거울 속 연이의 표정이 굳었다.
“뭐?”
“내가 왜 괜찮은 척했는지, 왜 말 못 했는지, 왜 늦었는지, 왜 혼자 무너졌는지.”
푸른 물결이 덩굴 아래로 흘렀다.
“너는 그걸 정답처럼 말하지만, 아프지는 않아.”
거울 속 연이의 눈빛이 흔들렸다.
연이는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갔다.
“그래서 넌 내가 아니야.”
공중의 거울들이 흔들렸다.
현실 쪽 거울에서 [귀환 승인] 버튼이 깜빡였다.
거울 속 연이가 이를 악물었다.
“그럼 내가 뭐인데?”
그 질문은 분노처럼 들렸다.
하지만 아주 작게, 상처처럼도 들렸다.
연이는 그 목소리를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너는 내가 버리려고 했던 나.”
거울 속 연이가 멈췄다.
“완벽한 척하는 나.”
또 한 걸음.
“상처 안 받은 척하는 나.”
또 한 걸음.
“나 대신 멀쩡한 척 서 있으려고 했던 나.”
거울 속 연이가 소리쳤다.
“그럼 날 부숴!”
검은 거울 날개가 크게 펼쳐졌다.
“부숴야 네가 이기는 거잖아!”
거울 조각들이 다시 몰려왔다.
네오가 뛰어들려 했지만, 연이가 먼저 말했다.
“아니.”
초록빛 덩굴이 연이의 앞에서 벽처럼 자라났다.
하지만 날카롭게 찌르지 않았다.
덩굴은 거울 조각들을 감싸 안았다.
“안 부술 거야.”
거울 속 연이가 눈을 크게 떴다.
“뭐?”
“너를 없애면.”
연이는 이를 악물었다.
“나도 내가 버리고 싶었던 부분을 또 못 본 척하는 거잖아.”
그 말이 비겁의 섬 전체에 울렸다.
거울들이 하나둘 멈췄다.
거울 속 연이는 처음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연이는 천천히 다가갔다.
솔직히 무서웠다.
저 가짜가 갑자기 공격할 수도 있었다.
현실 귀환 버튼은 아직 깜빡이고 있었다.
검은 날개는 여전히 날카로웠다.
하지만 연이는 멈추지 않았다.
머리 위 꽃이 빛났다.
앞발 안의 [乙]이 따뜻했다.
가슴 깊은 곳의 [亥]가 조용히 받쳐주었다.
연이는 거울 속 연이 앞에 섰다.
인간의 얼굴과 꽃돼지의 얼굴이 마주 보았다.
거울 속 연이가 낮게 말했다.
“나를 받아들이면, 너는 또 흔들릴 거야.”
“알아.”
“또 비교하고, 또 질투하고, 또 괜찮은 척할 거야.”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런데도?”
연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내가 생기면, 이제 모른 척하지 않을 거야.”
거울 속 연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연이는 앞발을 내밀었다.
“그러니까 와.”
거울 속 연이는 연이의 앞발을 내려다봤다.
“손도 아니잖아.”
“지금 그게 중요해?”
“조금 웃기긴 해.”
“나도 알아. 빨리 잡아. 민망하니까.”
거울 속 연이가 아주 작게 웃었다.
이번에는 비웃음이 아니었다.
정말 연이 같은 웃음이었다.
조금 얄밉고, 조금 지치고, 조금 안심한 얼굴.
그녀가 천천히 손을 뻗었다.
손바닥이 연이의 앞발에 닿았다.
그 순간, 검은 거울 날개가 산산이 흩어졌다.
쨍그랑!
하지만 깨지는 소리가 아프지 않았다.
마치 오래된 껍질이 벗겨지는 소리 같았다.
거울 속 연이의 몸이 빛으로 풀렸다.
그 빛은 연이의 몸 안으로 천천히 스며들었다.
연이는 눈을 감았다.
순간 수많은 감정이 밀려왔다.
비교했던 마음.
부러웠던 마음.
잘하고 싶었던 마음.
지지 않으려고 애썼던 마음.
괜찮은 척했던 마음.
전부 낯설고 불편했다.
하지만 전부 자신이었다.
연이는 그것들을 밀어내지 않았다.
그냥 숨을 들이켰다.
깊은 물처럼.
그리고 작게 내쉬었다.
꽃잎이 흔들렸다.
공중에 글자가 떠올랐다.
네오가 연이를 보며 낮게 말했다.
“축하한다, 연이.”
연이는 눈을 깜빡였다.
“방금 이름 불렀어?”
“원래 알고 있었다.”
“그동안은 사용자 취급하더니?”
네오는 시선을 살짝 돌렸다.
“이제는 구분할 필요가 없으니까.”
깨진 거울 조각들 중 세 개가 연이 앞으로 날아왔다.
붉은 조각.
은색 조각.
푸른 조각.
네오가 말했다.
“그건 네 안의 비견이 된 조각들이다.”
연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이템이야?”
“부적에 가깝다.”
“좋아. 아이템창에 넣을게.”
“아이템창은 없다.”
“아, UI 진짜 불친절하네.”
세 조각은 연이의 머리 위 꽃 주위를 돌더니, 작은 꽃잎 장식처럼 붙었다.
붉은 꽃잎.
은빛 꽃잎.
푸른 꽃잎.
연이는 눈을 깜빡였다.
“나 좀 업그레이드된 것 같은데?”
네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비겁의 힘이다. 이제 네가 흔들릴 때, 너를 무너뜨리는 목소리와 지탱하는 목소리를 조금 더 구분할 수 있을 거다.”
“오.”
연이는 잠시 감탄했다.
“그러니까 멘탈 필터 생긴 거네?”
“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그렇다.”
“좋네. 이건 실생활에도 필요했어.”
그때 섬 전체가 흔들렸다.
거울들이 하나둘 하늘로 떠올랐다.
검은 유리 같던 바닥에 금이 갔다.
그 아래에서 초록빛과 푸른빛이 동시에 올라왔다.
두 글자가 연이 앞에 떠올랐다.
작은 새싹이 깊은 물 위에 뿌리내린 형상이었다.
연이는 그 글자를 바라봤다.
이번에는 낯설지 않았다.
이상하게 마음 한가운데에 딱 맞는 이름 같았다.
“을해일주.”
연이가 조용히 말했다.
두 글자가 그녀의 가슴으로 스며들었다.
따뜻한 기운과 차가운 기운이 동시에 퍼졌다.
이상했다.
하지만 불편하지 않았다.
작은 꽃이 더 선명하게 피어났다.
그 아래로 깊은 물결 문양이 감돌았다.
연이는 공중의 글자를 보며 입을 벌렸다.
“나 진짜 첫 스테이지 깬 거야?”
네오가 말했다.
“그래.”
“보상은?”
“방금 받았다.”
“조금 더 현물 느낌은 없어? 코인이라든가.”
“없다.”
“이 세계 경제관념 아쉽네.”
네오가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의 입가에는 아주 작게 웃음이 걸려 있었다.
그때 멀리서 소리가 들렸다.
둥.
둥.
둥.
처음엔 심장 소리 같았다.
하지만 곧 리듬이 되었다.
박자.
음악.
그리고 사람들의 함성.
연이는 고개를 들었다.
비겁의 섬 너머, 안개가 걷히고 있었다.
그 너머에는 전혀 다른 섬이 보였다.
비겁의 섬처럼 조용하지 않았다.
그곳은 반짝이고 있었다.
색색의 등불.
춤추는 그림자.
맛있는 냄새.
하늘로 올라가는 노랫소리.
연이의 코가 움찔했다.
“잠깐.”
그녀는 눈을 크게 떴다.
“뭐야. 저기 냄새 미쳤는데?”
네오가 말했다.
“다음 섬이다.”
“설마 음식 나와?”
“음식도 있고, 노래도 있고, 무대도 있다.”
연이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오. 드디어 힐링 파트?”
네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살짝 불길했다.
연이는 눈을 가늘게 떴다.
“왜 대답 안 해?”
네오가 먼 섬을 바라봤다.
“식상의 섬.”
“식상?”
“표현, 말, 재능, 먹는 즐거움, 만드는 힘. 네 안에서 밖으로 흘러나오는 기운의 섬이다.”
연이는 잠깐 생각했다.
“그러니까 먹고 말하고 노래하는 섬?”
“대충 맞다.”
“좋은데?”
“겉으로는.”
“또 그 말투네. 불안하게.”
바로 그때.
멀리 식상의 섬 하늘 위로 검은 깃털 하나가 떨어졌다.
그 깃털이 섬의 가장 높은 무대 위로 천천히 내려앉았다.
그리고.
방금까지 들리던 음악이 뚝 끊겼다.
연이는 눈을 깜빡였다.
“……힐링 파트 아니네?”
네오의 갈기가 희미하게 빛났다.
“아닌 것 같군.”
식상의 섬 위로 검은 침묵이 내려앉고 있었다.
연이는 가슴 안쪽의 [乙亥]를 느꼈다.
작은 새싹과 깊은 물.
방금 되찾은 자신의 중심.
그녀는 짧은 앞발을 들어 올렸다.
“좋아.”
네오가 그녀를 봤다.
“갈 준비 됐나?”
연이는 식상의 섬을 바라봤다.
아직 무서웠다.
하지만 방금 전보다 덜 흔들렸다.
“응.”
그리고 아주 작게 덧붙였다.
“근데 이번엔 제발 돼지 몸으로 무대 서는 일은 없겠지?”
네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연이는 바로 고개를 돌렸다.
“야. 왜 대답 안 해?”
네오가 시선을 피했다.
“가보면 안다.”
연이는 불길함을 느꼈다.
“나 지금 진짜 불안해졌어.”
연잎 배가 다시 강 위로 떠올랐다.
비겁의 섬은 천천히 뒤로 멀어졌다.
그리고 연이의 두 번째 섬.
식신 상관의 섬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