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먹고 노는 섬
Code Destiny · 6,021자
제7화. 먹고 노는 섬
연잎 배가 사주의 강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비겁의 섬은 뒤로 멀어지고 있었다.
거울로 이루어진 섬은 안개 속으로 사라졌고, 연이의 가슴 안쪽에는 새롭게 되찾은 두 글자가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을해.
작은 새싹과 깊은 물.
아직 그 뜻을 다 이해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전보다 덜 흔들렸다.
자기 안에 뭔가 하나는 제대로 꽂힌 느낌이었다.
연이는 앞발로 가슴을 톡톡 두드렸다.
“을해일주라…….”
말로 꺼내자 조금 낯간지러웠다.
그리고 바로 자기 앞발을 내려다봤다.
분홍빛 앞발.
짧은 다리.
동그란 배.
머리 위에 핀 작은 꽃.
“근데 네오.”
“왜.”
“생각해보니까 이상하지 않아?”
“무엇이.”
연이는 진지하게 물었다.
“왜 이 세계 존재들은 다 동물이야?”
네오의 귀가 아주 살짝 움직였다.
연이는 앞발로 자기 몸을 가리켰다.
“나는 꽃돼지 됐고, 너는 갈기 달린 고양이…… 아니, 사자고. 방금 섬에도 거울 속 나 말고는 다 이상한 존재들이었고. 앞으로 가는 섬도 동물 천지일 것 같은데.”
네오가 조용히 말했다.
“운명 세계는 본질을 숨기지 못한다.”
“뭐야. 갑자기 말 멋있게 하지 마.”
“현실에서는 누구나 자신을 포장한다. 말투, 옷, 표정, 역할로 가린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기운이 형태로 드러난다.”
연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니까 사람의 성향이 동물처럼 보인다는 거야?”
“비슷하다.”
네오는 강물 위를 바라봤다.
강물 속에는 희미한 한자들이 물고기처럼 떠다니고 있었다.
“누군가는 느리고 단단해서 거북이처럼 보이고, 누군가는 날카롭고 빠르기 때문에 여우나 매처럼 보인다. 먹는 즐거움이 강한 자는 둥글고 따뜻한 모습이 되고, 표현 욕구가 강한 자는 목소리나 몸짓이 두드러지는 모습이 된다.”
연이는 잠시 생각했다.
“그럼 나는 왜 돼지야?”
네오는 대답을 미뤘다.
연이는 눈을 가늘게 떴다.
“왜 바로 대답 안 해?”
“상처받을까 봐.”
“이미 상처받았어. 말해.”
네오는 아주 담담하게 말했다.
“식복, 감각, 생명력, 귀여움, 그리고 아직 덜 다듬어진 본능적 반응이 섞인 형태다.”
연이는 한참 침묵했다.
“방금 돌려 말한 것 같은데, 결국 먹는 거 좋아하고 귀엽고 좀 충동적이라는 뜻이지?”
“해석이 빠르군.”
“기분 나빠.”
“그래도 꽃이 있다.”
“그게 위로야?”
“그냥 돼지보다 낫다.”
연이는 앞발로 자기 얼굴을 쓸어내렸다.
“이 대화 비겁의 섬보다 아픈데?”
잠시 후, 연이는 네오를 빤히 바라봤다.
“그럼 너는?”
“나?”
“너는 왜 사자야?”
네오의 표정이 아주 잠깐 굳었다.
정말 짧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연이는 봤다.
“오.”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방금 반응했어.”
“착각이다.”
“아니야. 너 지금 되게 수상했어.”
네오는 시선을 돌렸다.
“나는 사주의 강을 지키는 가디언이다.”
“그건 이미 들었고. 왜 사자냐고.”
“사자는 지키는 자의 형상에 가깝다.”
“가깝다?”
연이가 바로 물고 늘어졌다.
“그 말은 원래 모습은 따로 있다는 뜻이야?”
네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연이는 눈을 더 가늘게 떴다.
“너 진짜 뭐 숨기지?”
“앞을 봐라.”
“화제 돌리지 마.”
“곧 도착한다.”
“완전 돌렸잖아.”
그때 안개 너머에서 냄새가 밀려왔다.
달콤한 냄새.
고소한 냄새.
기름에 뭔가가 바삭하게 익는 냄새.
갓 구운 빵 냄새.
과일 시럽이 끓는 냄새.
어딘가에서 치즈가 녹는 냄새.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지만, 맡는 순간 “이건 무조건 맛있다”는 확신이 드는 냄새.
연이의 눈빛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네오.”
“왜.”
“방금 질문은 잠깐 보류할게.”
“왜지?”
연이는 안개 너머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 냄새 앞에서는 세계관 떡밥보다 식욕이 먼저야.”
네오는 한숨을 쉬었다.
연잎 배가 안개를 통과했다.
식신·상관의 섬이 모습을 드러냈다.
비겁의 섬이 차갑고 조용한 거울의 섬이었다면, 이곳은 완전히 달랐다.
하늘에는 색색의 천들이 길게 걸려 있었다.
거리마다 등불이 흔들렸고, 공중에는 풍선처럼 둥둥 떠다니는 과일 바구니들이 있었다.
길바닥에는 별 모양 타일이 깔려 있었고, 발을 디딜 때마다 작은 음표가 튀어나왔다.
통.
딩.
톡.
연이가 한 발을 내딛자 바닥에서 작은 북소리가 났다.
그녀는 바로 눈을 빛냈다.
“어?”
다시 한 발.
통.
또 한 발.
딩.
연이는 양쪽 앞발을 번갈아 디뎠다.
통, 딩, 통, 딩.
“네오. 여기 바닥이 반응해.”
“식상 기운이 깔린 길이다. 움직임이 리듬으로 바뀌는 구조군.”
연이는 곧장 제자리에서 통통 뛰었다.
통딩통딩통딩.
“오. 나 비트 찍을 수 있어.”
네오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만해라.”
“왜? 나 지금 재능 발견한 것 같은데?”
“그건 걷는 소리다.”
“감성적으로 보면 데뷔 전 비트야.”
그때 옆을 지나가던 작은 염소가 박수를 쳤다.
“리듬 좋은데요?”
연이는 바로 네오를 봤다.
“들었지?”
네오는 조용히 시선을 피했다.
선착장 앞에는 커다란 간판이 있었다.
연이는 마지막 문장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주의 문구가 마음에 드네.”
네오가 말했다.
“흑역사도 마음에 드나?”
“그건 이미 충분히 쌓였어.”
첫 번째 골목은 음식 거리였다.
왼쪽에는 달빛 크림빵 가게가 있었다.
빵은 둥근 달처럼 부풀어 있었고, 한입 베어 물면 안쪽에서 은은한 크림이 흘러나올 것 같았다.
오른쪽에는 별가루 떡꼬치 가게가 있었다.
떡꼬치 위에는 반짝이는 가루가 뿌려져 있었고, 소스는 매콤달콤하게 끓고 있었다.
조금 더 안쪽에는 구름솜 튀김, 노을빛 과일탕후루, 박자에 맞춰 익는 리듬 팬케이크, 먹으면 잠깐 목소리가 맑아진다는 보컬 사탕까지 팔고 있었다.
연이는 완전히 넋을 잃었다.
“네오.”
“안 된다.”
“아직 말도 안 했는데?”
“먹고 싶다는 표정이었다.”
“표정 읽기 금지.”
달빛 크림빵 가게 주인은 둥근 얼굴의 곰이었다.
곰은 커다란 집게로 갓 구운 빵을 집어 올렸다.
“처음 온 손님인가?”
연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곰은 연이를 보더니 눈을 반짝였다.
“꽃돼지 손님은 처음이군.”
연이의 눈썹이 꿈틀했다.
“여기도 첫인사가 그거야?”
곰은 당황했다.
“아, 기분 나빴다면 미안하네. 이 섬에서는 개성이 곧 맛이라서.”
“개성이 곧 맛?”
“그렇지. 말투도 맛, 표정도 맛, 노래도 맛, 실패도 맛.”
곰은 달빛 크림빵 하나를 건넸다.
“처음 온 손님에게는 첫 입 무료.”
연이는 바로 받으려다가 멈칫했다.
“무료?”
네오를 봤다.
“받아도 돼?”
네오가 곰을 살폈다.
“대가를 요구하는 기운은 느껴지지 않는다.”
곰이 크게 웃었다.
“하하! 이 섬에서 첫 입은 언제나 선물이야. 맛있는 건 나눌수록 커지거든.”
연이는 안심하고 빵을 받았다.
그리고 한입 베어 물었다.
순간, 세상이 조용해졌다.
아니, 정확히는 빵이 먼저 말한 것 같았다.
따뜻해.
괜찮아.
일단 먹어.
연이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크림은 달콤했지만 느끼하지 않았다.
빵은 부드러운데 씹을수록 고소했다.
안쪽에는 살짝 짭짤한 별소금이 들어 있어서 단맛을 더 살렸다.
연이는 진심으로 말했다.
“미쳤다.”
곰이 뿌듯하게 웃었다.
“그 정도인가?”
“네. 이건 운명 세계가 나한테 한 첫 번째 제대로 된 사과예요.”
네오가 말했다.
“운명 세계가 사과한 것은 아니다.”
연이는 빵을 한입 더 먹으며 말했다.
“내 마음속에서는 사과했어.”
달빛 크림빵을 먹자 몸 안에 따뜻한 기운이 퍼졌다.
비겁의 섬에서 계속 긴장했던 마음이 조금 풀렸다.
연이는 그제야 식신이라는 말을 이해할 것 같았다.
먹는다는 건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게 아니었다.
살아 있다는 감각을 되찾는 일이었다.
맛있다고 느끼는 것.
따뜻하다고 느끼는 것.
좋다고 말하는 것.
그것도 운이었다.
연이는 작게 중얼거렸다.
“식신 좋네.”
네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식신은 생명을 부드럽게 이어가는 힘이다. 먹고, 만들고, 기르고, 나누는 힘.”
“그럼 상관은?”
그때 바로 옆 골목에서 큰 소리가 났다.
“비켜비켜! 즉흥 말싸움 대회 시작합니다!”
연이는 고개를 돌렸다.
거리 한복판에 작은 무대가 있었다.
그 위에서는 두 마리 동물이 마주 서 있었다.
한쪽은 붉은 여우.
다른 쪽은 초록 앵무새.
둘은 서로를 노려보더니, 갑자기 빠르게 말을 주고받았다.
“네 모자 너무 튀어!”
“네 꼬리보다 낫지!”
“내 꼬리는 패션!”
“네 패션은 과식!”
관객들이 폭소했다.
연이는 빵을 문 채 멈췄다.
“저건 뭐야?”
네오가 말했다.
“상관이다.”
“말싸움이?”
“틀을 깨고, 재치로 뒤집고, 밖으로 터뜨리는 힘.”
연이는 무대를 바라봤다.
여우와 앵무새의 말은 날카로웠지만, 이상하게 불쾌하지 않았다.
서로의 말을 받아치고, 비틀고, 웃음으로 바꾸고 있었다.
상처 주려는 말이 아니라, 표현을 겨루는 놀이였다.
연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 상관은 좀 위험하지만 재밌네.”
“그래서 다루기 어렵다.”
“나랑 좀 잘 맞을지도.”
“그럴 것 같아 걱정이다.”
그때 작은 갈색 수달 하나가 골목 끝에서 달려왔다.
양손에는 음식 봉투가 잔뜩 들려 있었다.
머리 위에는 작은 모자가 삐뚤게 얹혀 있었고, 목에는 낡은 헤드폰이 걸려 있었다.
“비켜요오오오!”
수달은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너무 빠르게.
연이는 빵을 들고 그를 보았다.
“어?”
수달은 연이 앞에서 급히 멈추려 했다.
하지만 손에 든 봉투가 너무 많았다.
발이 미끄러졌다.
몸이 빙글 돌았다.
“으아아아아!”
음식 봉투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달빛 크림빵.
떡꼬치.
구름솜 튀김.
보컬 사탕.
리듬 팬케이크.
모든 음식이 하늘로 떠올랐다.
연이는 반사적으로 외쳤다.
“내 음식은 아니지만 아까워!”
네오가 꼬리로 바닥을 쳤다.
탁.
금빛 바람이 일어났다.
날아가던 음식들이 공중에서 천천히 멈췄다.
연이는 앞발을 뻗어 달빛 크림빵 하나를 받았다.
네오가 떡꼬치를 꼬리로 받았다.
수달은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다.
퍽.
잠시 침묵.
그리고 수달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내 비상식량!”
연이는 음식 봉투들을 내려다봤다.
“사람보다 비상식량이 먼저야?”
수달은 벌떡 일어나 봉투들을 확인했다.
“이건 그냥 식량이 아니에요. 오늘 노바 스테이지 대기 줄 서면서 먹을 전략 물자예요.”
연이는 눈을 가늘게 떴다.
“전략 물자?”
“네. 공연 대기는 체력전이니까요.”
수달은 아주 진지했다.
그 진지함이 조금 웃겼다.
연이는 빵 봉투를 건넸다.
“여기.”
수달은 두 손으로 받아 들었다.
“감사합니다!”
그는 연이와 네오를 번갈아 보더니, 눈을 반짝였다.
“처음 보는 분들이네요. 관광객?”
연이는 잠깐 생각했다.
“강제 접속자?”
수달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런 타입.”
“납득이 빠르네?”
“이 섬에는 별사람 다 와요.”
수달은 가슴을 쳤다.
“저는 모카입니다.”
“모카?”
“네. 언젠가 식신·상관의 섬 최고의 무대에 설 래퍼예요.”
연이는 바로 눈을 반짝였다.
“래퍼?”
“네!”
모카는 기다렸다는 듯 자세를 잡았다.
“들어보실래요?”
네오가 조용히 말했다.
“우리는 바쁘다.”
연이가 말했다.
“아니, 들어보자.”
모카는 눈을 빛냈다.
그리고 바로 비트를 탔다.
“나는 모카, 아직 무명 수달, 대기 줄 백 년, 그래도 꿈은 무한, 빵은 왼손, 랩은 오른손, 오늘도 연습해, 데뷔 전 혼돈!”
연이는 잠시 침묵했다.
네오도 침묵했다.
모카가 기대에 찬 얼굴로 물었다.
“어때요?”
연이는 신중하게 말했다.
“진심은 엄청 느껴져.”
모카가 환하게 웃었다.
“진심이면 됐죠!”
네오가 말했다.
“호흡 배분과 라임 정리가 필요하다.”
모카는 바로 상처받은 얼굴이 되었다.
“너무 정확해서 아파요.”
연이가 네오를 째려봤다.
“꿈나무한테 부드럽게.”
“정확한 피드백이 성장에 도움이 된다.”
“가끔은 성장 전에 회복이 필요해.”
모카는 금세 다시 밝아졌다.
“괜찮아요. 저 백 년째 데뷔 전이라 멘탈은 튼튼해요.”
연이는 멈칫했다.
“백 년째?”
“네!”
“수달 수명이 그렇게 길어?”
모카는 잠시 생각했다.
“운명 세계라서요.”
연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납득.”
네오는 납득하지 말라는 얼굴로 연이를 봤다.
모카는 그제야 네오를 자세히 보았다.
작은 몸.
황금빛 갈기.
밤하늘색 망토.
별 모양 장식.
그리고 어딘가 귀찮아 보이지만 묘하게 위엄 있는 얼굴.
모카가 고개를 갸웃했다.
“근데 이분은 누구예요?”
연이가 말했다.
“네오.”
네오는 앞발을 가슴에 얹었다.
“사주의 강을 지키는 가디언이다.”
모카는 잠시 멈췄다.
“……사주 가디언?”
연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사주 가디언.”
모카는 더 이상한 얼굴이 되었다.
“그런 건 처음 듣는데요?”
공기가 아주 잠깐 멈췄다.
연이는 천천히 네오를 봤다.
네오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멈췄다.
연이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오.”
그녀가 낮게 말했다.
“또 수상해졌어.”
네오가 말했다.
“모든 존재가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니다.”
모카는 눈을 깜빡였다.
“아니, 제가 이 섬에서 오래 살았는데요. 사주의 강 이야기도 들어봤고, 사주 글자 전설도 들어봤고, 운명의 강을 건너온 사람 이야기까지는 들어봤거든요.”
그는 네오를 가리켰다.
“근데 사주 가디언은 진짜 처음 들어요.”
연이의 눈빛이 더 날카로워졌다.
“네오.”
“왜.”
“너 유명한 가디언 아니었어?”
“유명해야만 가디언인 것은 아니다.”
“말 돌리는 중이지?”
“아니다.”
모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 비밀 조직 같은 거예요?”
네오가 모카를 보았다.
“호기심이 많군.”
“랩 하려면 세계를 관찰해야 해서요.”
“그럼 관찰만 해라. 파고들지는 말고.”
연이는 바로 말했다.
“그 말 완전 파고들라는 플래그잖아.”
네오는 못 들은 척했다.
모카는 눈을 반짝였다.
“수상하지만 멋있네요.”
“수상하다는 말은 빼라.”
“그럼 멋있네요.”
네오는 잠시 침묵했다.
“그건 괜찮다.”
연이는 어이없다는 듯 그를 봤다.
“칭찬은 또 받네.”
모카는 갑자기 손목의 작은 시계를 보고 기겁했다.
“아! 노바 스테이지 사전 이벤트 시작하겠다!”
“노바 스테이지?”
모카의 눈이 커졌다.
“설마 DEST1NOVA 몰라요?”
연이는 네오를 봤다.
“유명한 애들이야?”
네오가 말했다.
“식신·상관의 섬 최고의 아이돌 그룹이다.”
모카는 양손을 번쩍 들었다.
“최고라는 말로 부족해요! DEST1NOVA는 이 섬의 심장! 먹고, 말하고, 노래하고, 춤추고,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모든 힘의 상징!”
연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팬이구나.”
“팬이자 미래의 동료입니다.”
“오.”
“물론 아직 멤버들은 절 모르지만요.”
“그건 동료라기보다 팬이잖아.”
“미래형 동료예요.”
연이는 웃었다.
마음에 들었다.
조금 허술하지만 진심인 수달.
음식 봉투를 전략 물자라고 부르고, 백 년째 데뷔 전인데도 꿈을 포기하지 않은 래퍼.
그리고 네오의 정체에 처음으로 의문을 던진 존재.
비겁의 섬에서 자기 자신과 싸우고 온 연이에게, 모카의 밝은 무모함은 이상하게 반가웠다.
모카가 앞장섰다.
“오세요! 처음 오셨으면 노바 스테이지는 무조건 봐야 해요. 오늘은 공연 전 축제까지 있어서 완전 레전드예요!”
연이는 네오를 봤다.
“가도 되지?”
네오가 말했다.
“목적지 자체는 섬의 중심이다. 가야 한다.”
“좋아. 합법적으로 놀 수 있다.”
“놀러 가는 게 아니다.”
“겸사겸사지.”
모카는 벌써 저 멀리 뛰고 있었다.
“빨리요! 늦으면 좋은 자리 끝나요!”
연이는 달빛 크림빵을 한입 더 먹고, 모카를 따라 달렸다.
정확히는 짧은 다리로 열심히 뛰었다.
통딩통딩.
바닥이 그녀의 걸음에 맞춰 작은 리듬을 만들었다.
식신·상관의 섬은 계속 웃고 있었다.
음식 냄새와 음악, 장난, 말소리, 박수.
그 모든 것이 섬 전체를 채우고 있었다.
연이는 달리며 생각했다.
이 섬은 자신을 밖으로 꺼내는 섬이다.
좋으면 좋다고 말하고.
맛있으면 맛있다고 웃고.
틀리면 틀린 대로 다시 해보는 섬.
그리고 네오의 정체에 대해서는.
연이는 앞서 달리는 작은 사자의 등을 바라봤다.
나중에 꼭 다시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위기는 없었다.
아직은.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정말로 축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