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화. 혼자 막는 법
Code Destiny · 1,518자
제63화. 혼자 막는 법
검은 문이 닫혔다.
네오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볼 시간이 없었다.
현실의 하늘이 이미 갈라지고 있었다.
밤하늘 한가운데, 유리에 금이 가듯 얇은 선이 번졌다.
쩌적.
그 선을 따라 별빛이 새어 나왔다.
원래 있어서는 안 될 빛이었다.
네오는 발밑의 옥상 난간을 밟고 뛰어올랐다.
흰 고양이의 몸으로는 부족했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몸 안쪽에서 금빛이 끓어올랐다.
으르렁.
작은 몸 뒤로, 거대한 형상이 흐릿하게 겹쳐졌다.
갈기.
그림자.
빛.
완전히 드러나지는 않았다.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네오는 앞발을 균열 한가운데로 뻗었다.
콰득.
균열의 가장자리가 그의 발톱에 붙잡혔다.
당겨졌다.
찢어지려던 하늘이 잠시 멈췄다.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사람이 아니라 하늘이 우는 소리 같았다.
민지가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저게 뭐야.”
그녀의 휴대폰 화면이 저절로 밝아졌다.
민지는 숨을 삼켰다.
“연이야, 지금 어디야.”
대답은 없었다.
네오는 그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균열을 붙잡는 데 온 신경이 쏠려 있었다.
찢어지려는 하늘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무성의 흑천의처럼 검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깊었다.
바닥이 없는 검음이었다.
네오는 균열 사이로 눈을 좁혔다.
그 안쪽에 뭔가 있었다.
처음엔 그저 어둠인 줄 알았다.
하지만 어둠이 움직였다.
느리게.
굵게.
가로로 흐르는 무늬가 보였다.
한 줄.
두 줄.
세 줄.
줄무늬였다.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살아 있는 줄무늬.
너무 커서 전체가 보이지 않았다.
한 조각의 그림자만으로도 도시 하나를 덮을 크기였다.
네오의 갈기가 곤두섰다.
이건 무성의 힘이 아니었다.
무성의 흑천의는 찢고 감고 조이는 방식이었다.
이건 달랐다.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공간을 누르고 있었다.
숨을 쉬듯, 아주 천천히, 압박이 밀려왔다.
네오는 낮게 신음했다.
발톱에 힘을 더 주었다.
콰드득.
균열이 다시 좁혀지기 시작했다.
줄무늬 그림자가 균열 너머에서 아주 잠깐 멈췄다.
마치 이쪽을 알아챈 것처럼.
네오는 순간 숨을 멈췄다.
그것과 눈이 마주친 것은 아니었다.
눈이라 할 만한 것이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분명히 느껴졌다.
보고 있다는 감각.
가늠하고 있다는 감각.
네오는 이를 드러냈다.
“……뭐냐, 너는.”
대답은 없었다.
그저 저 너머에서, 줄무늬가 한 번 크게 일렁였다.
파도처럼.
혹은 웃음처럼.
그리고 다시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균열이 마침내 닫혔다.
철컥.
빛이 사라졌다.
하늘은 다시 평범한 밤하늘로 돌아갔다.
네오는 그 자리에 주저앉듯 멈췄다.
몸이 무거웠다.
숨이 거칠었다.
혼자 막는다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 줄은 몰랐다.
아니, 알고 있었다.
그저 처음으로 실감했을 뿐이다.
그는 옥상 난간에 앞발을 얹고 도시를 내려다보았다.
불빛들.
조용한 거리.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
그리고 그 어딘가에 연이가 있었다.
자미성 안쪽으로 혼자 들어간 연이.
네오는 눈을 감았다.
걱정하지 않으려 했다.
원래 그런 식으로 자신을 다잡아 왔다.
감정은 판단을 늦춘다.
걱정은 힘을 뺀다.
그렇게 정리해 왔다.
하지만 지금은 이상하게, 그 정리가 잘 되지 않았다.
연이의 목소리가 자꾸 떠올랐다.
“이번엔 사라지지 마!”
그 말이 귓가에 남아 있었다.
네오는 낮게 중얼거렸다.
“안 사라진다.”
“그러니까 너도.”
그는 문장을 끝맺지 않았다.
끝맺을 필요가 없었다.
혼자서도, 그 정도는 스스로에게 허락할 수 있었다.
민지가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봤다.
“……고양이?”
하얀 고양이 한 마리가 옥상 난간 위에 앉아 있었다.
평범한 자세로.
평범한 얼굴로.
민지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요즘 내가 너무 이상한 걸 본다.”
네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균열은 닫혔다.
하지만 그 너머에서 본 줄무늬는, 사라지지 않고 그의 눈 안쪽에 남아 있었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는 감각이었다.
네오는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 그 감각을, 연이가 아직 모르는 채로 혼자 짊어져야 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