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5화. 줄무늬가 있는 침묵
Code Destiny · 1,560자
제65화. 줄무늬가 있는 침묵
문 안쪽은 조용했다.
너무 조용했다.
연이는 그 조용함이 오히려 무서웠다.
발밑에 별빛이 깔려 있었다.
밟을 때마다 잔물결처럼 흔들렸다.
그녀는 앞으로 걸었다.
“……계세요?”
목소리가 이상하게 크게 울렸다.
메아리조차 없었다.
그저 삼켜졌다.
방 한가운데, 보랏빛 별이 떠 있었다.
자미성의 심장.
계속 흔들리던 그 별이었다.
지금은 이상하게 잠잠했다.
너무 잠잠했다.
연이는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이게 자미성의 진짜 중심이구나.”
별빛에 손을 뻗으려는 순간, 공기가 바뀌었다.
무거워졌다.
압박이 밀려왔다.
연이는 숨을 삼켰다.
“……뭐야, 이거.”
대답 대신, 소리가 들렸다.
포효였다.
그런데 어디서 나는지 알 수 없었다.
주변을 둘러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소리만 존재했다.
거대한, 짐승의 것 같은 울림.
벽이 흔들렸다.
바닥이 흔들렸다.
연이의 성반이 미친 듯이 진동했다.
“이거 뭔데, 무성 너야?!”
대답은 없었다.
무성의 흑천의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건 무성의 힘이 아니었다.
연이는 본능적으로 그걸 알았다.
포효가 한 번 더 울렸다.
이번엔 방 전체가 떨렸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무늬가 보였다.
줄무늬.
가로로 길게 뻗은, 살아 움직이는 줄무늬.
형체는 보이지 않았다.
그저 무늬만, 어둠 위에 어둠으로 새겨져 있었다.
연이는 뒷걸음질 쳤다.
“……뭐야, 저거.”
줄무늬가 천천히 움직였다.
그것이 다가오는 것인지, 그저 흔들리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있었다.
무성보다 크다.
무성보다 오래됐다.
그리고 무성보다, 훨씬 위험하다.
연이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때, 무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가라.”
연이는 놀라 돌아봤다.
흑천의가 문가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평소보다 창백했다.
“당장 나가라.”
“무성?”
“지금 당장!”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리고 그 순간, 아주 짧게, 목소리가 완전히 달라졌다.
낮고, 거칠고, 다른 사람의 것 같은 음색.
“……돌아가.”
한 음절뿐이었다.
하지만 연이는 분명히 들었다.
그건 무성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같은 입에서 나왔지만, 전혀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였다.
연이는 눈을 크게 떴다.
“……방금 뭐야.”
무성은 순간 멈칫했다.
그리고 다시, 원래의 목소리로 돌아왔다.
“무슨 소리냐.”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연이는 입을 열었다가 다물었다.
지금은 물을 시간이 없었다.
줄무늬가 다시 크게 일렁였다.
포효가 방 전체를 뒤흔들었다.
콰아앙!
바닥에 금이 갔다.
보랏빛 별이 흔들리며 빛을 잃어갔다.
연이는 성반을 움켜쥐었다.
“……일단 나가야겠다.”
무성이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이번엔 공격이 아니었다.
“이쪽이다.”
연이는 순간 망설였지만, 몸이 먼저 움직였다.
무성을 따라 뛰었다.
등 뒤에서 줄무늬가 커졌다.
포효가 가까워졌다.
연이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보면 다리가 멈출 것 같았다.
문이 눈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몸을 던지듯 뛰어들었다.
쾅!
문이 닫혔다.
포효가 문 너머로 잦아들었다.
연이는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었다.
“……하아, 하아.”
무성은 그녀와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내가 말했을 텐데.”
“아직 안 된다고.”
연이는 고개를 들어 그를 노려봤다.
“저게 뭔데.”
무성은 대답하지 않았다.
“저거 네 힘 아니잖아.”
“네 목소리도 아니었어.”
무성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거짓말.”
연이는 힘겹게 일어섰다.
“너 방금 다른 목소리로 말했어.”
“분명히 들었어.”
무성은 흑천의를 정돈하며 등을 돌렸다.
“피곤한 모양이군.”
“환청이다.”
“아니야.”
연이는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무성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연이는 홀로 남아 문을 바라보았다.
그 너머에서 들리던 포효.
줄무늬.
그리고 무성의 것이 아니었던 그 짧은 목소리.
무언가 크게 어긋나 있었다.
연이는 성반을 꺼내 손끝으로 매만졌다.
작은 빛 다섯 개가 여전히 깜빡이고 있었다.
“……다들 무사해야 할 텐데.”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무거운 걸음으로 계단을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