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화. 무성이 아닌 얼굴
Code Destiny · 1,459자
제68화. 무성이 아닌 얼굴
연이는 다시 왕좌의 방으로 향했다.
무성에게 확인할 게 남아 있었다.
방에 들어서자, 그는 이미 왕좌에 앉아 있었다.
흑천의가 왕좌 아래로 늘어져 있었다.
“또 왔군.”
무성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여유로웠다.
방금 전 통로에서의 서늘함은 사라져 있었다.
연이는 그 앞에 섰다.
“그 발톱 자국, 다시 얘기 좀 해.”
“얘기할 게 없다고 했을 텐데.”
“나는 있어.”
연이는 물러서지 않았다.
“너 그 안쪽에서 뭔가한테 쫓기는 것처럼 굴었잖아.”
“그거, 무성답지 않았어.”
무성이 천천히 웃었다.
“나답지 않다니, 재미있는 표현이군.”
“나는 늘 나다.”
“글쎄.”
연이는 팔짱을 꼈다.
“원래 너는 여유 있게 시나 읊고, 철학적인 척하면서 사람 약 올리는 스타일이잖아.”
“근데 아까는 진짜 겁먹은 것 같았어.”
무성의 미소가 서서히 사라졌다.
“……겁을 먹었다고?”
“그래.”
연이는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
“누구한테.”
무성은 순간 대답하지 않았다.
침묵이 길어졌다.
방 안의 공기가 서서히 무거워졌다.
그러다 갑자기.
그의 표정이 변했다.
완전히.
눈빛이 달라졌다.
부드럽던 눈매가 순식간에 날카로워졌다.
입꼬리가 비틀리듯 올라갔다.
전혀 다른 사람의 얼굴이었다.
목소리도 달라졌다.
낮고, 걸걸하고, 조롱기 가득한 목소리.
“……겁을 먹어? 내가?”
연이는 숨을 삼켰다.
“……무성?”
그 얼굴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낮게 웃었다.
키득.
키드득.
이질적인 웃음소리였다.
“이 그릇은 아직도 그런 감정을 느끼나.”
연이의 등에 소름이 돋았다.
“그릇……?”
그 말과 동시에, 무성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흑천의가 발작하듯 펄럭였다.
그의 손이 자신의 얼굴을 움켜쥐었다.
“……크윽.”
목소리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려 했다.
싸우는 것 같았다.
무언가와.
자기 자신 안에서.
연이는 뒷걸음질도 못 치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무성, 너 지금.”
“괜찮아?”
대답 대신, 그의 얼굴이 다시 한번 일그러졌다.
아까 그 낯선 표정이 다시 스쳤다.
이번엔 더 짧았다.
한순간.
그리고 다시, 원래의 무성으로 돌아왔다.
평소의 여유로운, 서늘한 표정.
“……무슨 얼굴을 하고 있나.”
무성이 손을 내리며 물었다.
목소리는 이미 평소로 돌아와 있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연이는 입을 열지 못했다.
방금 본 것이, 방금 들은 것이, 너무 선명했다.
“……너 방금.”
“방금 뭐.”
무성이 되물었다.
정말로 모르는 것 같았다.
혹은, 모르는 척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연이는 그 눈빛에서 확신했다.
이건 연기가 아니었다.
“……너 진짜 방금 네가 뭐라고 했는지 몰라?”
무성은 미간을 좁혔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나는 계속 여기 앉아 있었다.”
연이는 몸이 떨리는 걸 느꼈다.
무서워서가 아니었다.
이해할 수 없어서였다.
“……그릇이라고 했어.”
“네가.”
“다른 목소리로.”
무성의 눈빛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
그러나 곧 평소의 서늘함으로 덮였다.
“헛소리를 오래 듣고 있었군.”
“이만 물러가라.”
연이는 물러서지 않았다.
“무성.”
“너 괜찮은 거 맞아?”
그 물음에, 무성은 순간 대답하지 못했다.
정말로, 아주 짧게, 대답을 찾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는 고개를 돌렸다.
“……신경 쓸 것 없다.”
“이만 가라.”
연이는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러다 천천히 몸을 돌렸다.
방을 나서면서도, 뒤를 몇 번이나 돌아봤다.
무성은 왕좌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치 그 손이 자기 것이 아닌 것처럼.
연이는 통로를 걸으며 낮게 중얼거렸다.
“……저건 무성이 아니었어.”
“적어도 저 순간만큼은.”
그녀는 성반을 꽉 쥐었다.
돌아가야 했다.
팀에게 알려야 했다.
그리고 네오에게도.
이 자미성 안에서, 무성조차 온전히 무성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그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