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화. 밤의 온기
Code Destiny · 1,481자
제69화. 밤의 온기
연이는 자미성에서 겨우 빠져나와, 현실로 돌아왔다.
방문을 열자 익숙한 냄새가 났다.
섬유유연제 냄새.
책상 위에 쌓인 노트.
평범한 자기 방.
그 평범함이 오늘따라 유난히 고마웠다.
그녀는 침대에 그대로 쓰러졌다.
“……하, 진짜 오늘 하루 뭐야.”
몸은 물론 현실에서 다치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은 완전히 지쳐 있었다.
발톱 자국.
줄무늬.
무성의 갈라진 목소리.
그리고 완전히 다른 얼굴.
그녀는 이불을 끌어안고 눈을 감았다.
그때, 창문 밖에서 작은 소리가 났다.
톡.
톡톡.
연이는 눈을 떴다.
창밖에, 흰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네오?”
그녀는 벌떡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밤공기가 차갑게 들어왔다.
네오가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다.
발소리도 없이, 조용히.
연이는 그를 보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살아있었네.”
“당연하다.”
네오가 짧게 답했다.
평소와 같은 건조한 말투였다.
하지만 연이는, 그 말투 아래 뭔가 다르다는 걸 느꼈다.
“……너 뭔가 있었지.”
“없다.”
네오는 그렇게 말하며 침대 위로 올라왔다.
연이 옆에 자리를 잡았다.
평소보다 조금 더 가까이.
연이는 그 거리를 알아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 있었어.”
그녀가 먼저 말을 꺼냈다.
“자미성 안쪽에서, 진짜 이상한 거 봤어.”
“무성이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변했다가 돌아왔어.”
네오의 귀가 움찔했다.
“……다른 사람.”
“응.”
연이는 무릎을 세우고 앉았다.
“목소리도 다르고, 얼굴도 다르고. 진짜 딴 사람 같았어.”
“그리고 자기도 그거 기억 못 하는 것 같았어.”
네오는 오래 침묵했다.
“……나도 봤다.”
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균열 너머에, 거대한 줄무늬 그림자가 있었다.”
연이는 숨을 삼켰다.
“나도!”
“나도 그 안에서 그거 느꼈어. 줄무늬. 실체 없는 포효.”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바라봤다.
같은 걸 각자 다른 곳에서 겪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더 무겁게 다가왔다.
“……이거, 우리 생각보다 큰일이지.”
연이가 낮게 물었다.
네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손등에 얼굴을 가볍게 비볐다.
따뜻했다.
작은 위로였다.
연이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너 원래 이런 거 잘 안 하잖아.”
“오늘은 해도 된다.”
네오가 짧게 답했다.
연이는 그의 등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부드러운 털.
일정한 숨소리.
평소보다 오래, 그녀의 손이 그 자리에 머물렀다.
네오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더 다가왔다.
“……오늘 진짜 무서웠어.”
연이가 작게 말했다.
“그 발톱 자국 봤을 때. 그거 진짜 크더라.”
“건물 하나는 그냥 무너뜨릴 크기였어.”
네오의 눈이 순간 날카로워졌다.
“……발톱 자국.”
“어. 무성 옷이랑 똑같은 무늬였어.”
네오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봤다.
“그건 나도 봤다.”
“빗속에서.”
연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빗속에서?”
네오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저었다.
“……나중에 말해주겠다.”
연이는 더 캐묻지 않았다.
기다리는 법을 이미 배운 뒤였다.
그녀는 그의 등에 얼굴을 살짝 기댔다.
“그래, 그럼.”
“오늘은 그냥 이렇게 있자.”
네오는 대답 대신, 그녀 쪽으로 몸을 조금 더 밀착시켰다.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침묵이, 오늘은 무겁지 않았다.
오히려 편안했다.
연이의 손끝이 네오의 앞발 위에 살며시 얹혔다.
네오는 그 손을 밀어내지 않았다.
오히려 앞발을 살짝 움직여, 그녀의 손끝을 감쌌다.
짧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평소보다 훨씬 오래 머물렀다.
연이의 심장이 조용히 뛰었다.
“……네오.”
“왜.”
“아니, 그냥.”
그녀는 웃었다.
“오늘은 네가 옆에 있어서 다행이다 싶어서.”
네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낮게, 아주 낮게 목을 울렸다.
고양이가 편안할 때 내는 소리였다.
연이는 그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창밖의 밤은 여전히 고요했다.
하지만 방 안에는, 오늘 하루의 두려움을 잠시 잊게 하는 온기가 흐르고 있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말없이 오래 붙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