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화. 루나의 오래된 책
Code Destiny · 1,210자
제74화. 루나의 오래된 책
부모궁 서고, 정인의 자리 안쪽.
루나는 며칠째 그곳에 틀어박혀 있었다.
류트를 내려놓고, 대신 오래된 책을 뒤지는 중이었다.
“찾았다…….”
루나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 앞에 펼쳐진 것은 종이도, 양피지도 아닌 이상한 재질의 파편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부스러진 듯, 절반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남은 절반에는 글자가 있었다.
낯선 글자.
그러면서도 어딘가 익숙한 획.
“연이! 연이 여기 있어?”
연이가 서고로 뛰어들어왔다.
“왜, 무슨 일이야?”
루나는 손에 든 파편을 내밀었다.
“이거 좀 봐.”
연이는 파편을 받아 들었다.
글자들이 눈앞에서 흔들리듯 움직였다.
“이거…… 뭐라고 쓰여있는지 모르겠는데.”
“나도 다는 못 읽어. 그런데 이 부분은 읽혀.”
루나가 손끝으로 한 구절을 짚었다.
“시간 밖에서 온 자.”
연이는 숨을 멈췄다.
“뭐?”
“여기, 또.”
루나가 다른 부분을 짚었다.
“과거를 바꾸기 위해 미래를 떠난 자.”
연이의 손이 떨렸다.
“이거 어디서 났어?”
“부모궁 서고 가장 안쪽. 아무도 안 건드린 서가였어.”
루나는 파편을 조심스럽게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이 서가, 봉인이 걸려 있었거든. 그런데 요 며칠 봉인이 약해졌어.”
“왜?”
“모르겠어. 경계가 얇아지면서 같이 풀린 것 같기도 하고.”
연이는 파편을 다시 들여다봤다.
“미래에서 온 자……”
그 순간 회중시계에서 스치듯 봤던 회중시계, 자미성, 검은 관측자.
그리고 눈앞의 웃는 남자 그림자가 겹쳐 떠올랐다.
“루나, 이거…… 네오랑 관련 있는 거 아닐까?”
루나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 생각했어. 근데 확신은 못 해.”
“왜 확신을 못 해?”
“파편이 너무 적어. 이거 말고도 더 있을 것 같은데, 나머지는 완전히 부스러져서 못 읽어.”
연이는 파편을 다시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이거 다른 애들한테도 보여주자.”
“그래야지. 근데…….”
루나가 말끝을 흐렸다.
“근데?”
“이거 네오한테 보여줘도 될까?”
연이는 잠깐 멈칫했다.
며칠 전 성반 너머로 들었던 침묵이 떠올랐다.
“때가 되면 말해준다”던 그 말.
“…아직은.”
연이는 낮게 말했다.
“아직은 우리끼리만 알고 있자.”
“괜찮겠어?”
“모르겠어. 근데 이거, 네오한테 보여주면 그가 대답 못 할 걸 억지로 캐묻는 것 같아서.”
루나는 그 마음을 이해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일단 팀한테만 공유하자. 모카랑 치즈, 크림한테.”
“응.”
연이는 파편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았다.
글자들이 여전히 흔들리듯 눈앞에서 움직였다.
“미래에서 온 자……”
그녀는 그 문장을 되뇌었다.
만약 그게 정말 네오라면.
무엇을 바꾸기 위해 그렇게 먼 길을 왔는지.
연이는 파편을 조심스레 감쌌다.
“루나, 이거 잘 보관해줘. 절대 잃어버리면 안 돼.”
“당연하지.”
루나는 파편을 낡은 천으로 감쌌다.
“근데 연이야.”
“응?”
“너 요즘 표정이 좀…… 복잡해 보여.”
연이는 순간 움찔했다.
“그런 거 아니야.”
“진짜?”
“진짜.”
루나는 더 캐묻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파편을 서랍 깊숙이 넣었다.
“일단 이 정보는 우리끼리만.”
“응. 우리끼리만.”
두 사람은 그렇게 약속했다.
하지만 그 비밀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