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화. 두 개의 목소리
Code Destiny · 1,181자
제76화. 두 개의 목소리
며칠 뒤, 팀 전원이 왕좌 근처 회랑에 모였다.
무성이 다시 나타났다.
이번엔 정보 거래가 아니라, 단순한 경고를 하러 온 듯했다.
“경계가 더 얇아지고 있다. 너희 중 누구도 함부로 하늘을 올려다보지 마라.”
연이가 물었다.
“왜?”
“보면 알게 될 것이다. 지금은 알 때가 아니다.”
그때였다.
무성의 목소리가 갑자기 끊겼다.
그 자리에 정적이 흘렀다.
“…무성?”
무성의 그림자가 부르르 떨렸다.
그러다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목소리가 달랐다.
낮고, 차갑고, 완전히 다른 억양.
“아직도 이런 데서 시간을 낭비하나.”
팀 전체가 얼어붙었다.
모카가 뒤로 물러섰다.
“뭐, 뭐야 방금.”
목소리는 계속됐다.
“그릇 주제에 게으르구나.”
그리고 다음 순간, 목소리가 다시 바뀌었다.
“……죄송합니다.”
무성 자신의 목소리였다.
떨리고 있었다.
“지금 뭐라고 한 거야?”
연이가 물었다.
무성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의 그림자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두 개의 파형이 겹치는 것처럼, 형체가 두 겹으로 어른거렸다.
한쪽은 익숙한 무성.
다른 한쪽은 처음 보는 어두운 실루엣.
“무성! 정신 차려!”
연이가 소리쳤다.
무성의 눈, 아니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 두 종류의 빛이 번갈아 깜빡였다.
보랏빛과, 낯선 붉은빛.
“나는…….”
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나는 아직 그릇일 뿐이다…….”
그러다 다시 그 차가운 목소리로 바뀌었다.
“건방지게 자아를 내세우지 마라.”
크림이 겁에 질려 빵 바구니를 꼭 안았다.
“저, 저거 두 사람이 말하는 거 같아요.”
치즈가 재빨리 유리 조각을 들었다.
“음성 스펙트럼 분석 중…… 완전히 다른 성문(聲紋)입니다. 동일 개체가 낼 수 있는 파형이 아닙니다.”
루나가 낮게 중얼거렸다.
“…설마.”
“설마 뭐?”
“무성이 무성이 아닐 수도 있어.”
그 말이 회랑 전체에 무겁게 내려앉았다.
무성의 그림자가 다시 격렬히 흔들렸다.
“가라.”
이번엔 다시 익숙한, 여유로운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 여유 밑에 뭔가 필사적인 떨림이 섞여 있었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기다려!”
연이가 소리쳤지만, 그의 형체는 빠르게 흐려지고 있었다.
“다음번엔 나도 통제 못 할 수 있다.”
무성은 그 말을 남기고 완전히 사라졌다.
회랑엔 정적만 남았다.
모카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방금 그거…… 진짜였지? 우리 다 봤지?”
“봤어.”
연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들었어.”
치즈가 유리 조각을 내리며 말했다.
“가설을 수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떤 가설?”
“무성이 최종 배후라는 가설.”
치즈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어쩌면 그도, 저 위의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는 도구일 수 있습니다.”
연이는 지난번 무성이 흘렸던 말을 떠올렸다.
“그릇이 명령을 거부하지 못하니까.”
그 말이 이제야 무섭도록 선명하게 다가왔다.
“그럼 진짜 배후는 대체 누구야?”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하늘 저편, 회랑의 창밖으로 무언가 거대한 그림자가 스치듯 지나갔다.
너무 커서, 전체 형체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줄무늬 같은 무늬만 언뜻 스쳤다.
연이는 그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저거…….”
아무도 그 말을 끝맺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