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화. 하늘이 찢어진 자리
Code Destiny · 1,113자
제77화. 하늘이 찢어진 자리
다음 날, 자미성 상공.
하늘이 이상하게 얇아 보였다.
마치 종이 한 장처럼, 빛이 뒤쪽에서 비쳐 보였다.
연이 일행은 왕좌 근처 첨탑 위에 올라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제부터 계속 이래.”
모카가 하늘을 가리켰다.
“저기, 저 부분. 색이 이상해.”
치즈가 유리 조각을 하늘 쪽으로 들어 올렸다.
“경계 밀도 측정 중…… 수치가 임계점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임계점 넘으면 어떻게 되는데?”
“모릅니다. 이런 수치는 처음입니다.”
그 순간, 하늘 한가운데가 쩍 하고 갈라졌다.
소리도 없이, 그저 시야만 갈라지는 느낌이었다.
빛이 새어 나왔다.
그 빛 사이로, 무언가 거대한 것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저게 뭐야…….”
크림이 숨을 삼켰다.
거대한 형체.
호랑이의 실루엣.
검은 줄무늬, 그러나 그 줄무늬 사이로 짙은 보랏빛 광채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몸집은 성궁 전체를 뒤덮을 만큼 거대했다.
눈은 붉은빛으로 타올랐다.
포효는 들리지 않았지만, 그 정적조차 공기를 짓누를 만큼 무거웠다.
“저게 발톱 자국의 주인이야.”
연이가 낮게 말했다.
“틀림없어.”
루나가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고문서에 있던 ‘시간 밖에서 온 자’…… 저것도 그중 하나 아닐까.”
치즈가 재빨리 데이터를 정리했다.
“몸의 규모, 발산되는 힘의 파형이 무성의 기존 데이터와 전혀 다릅니다. 별개의 개체로 판단됩니다.”
모카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저게 무성을 조종하는 그거야?”
아무도 확답하지 못했다.
거대한 실루엣은 잠시 하늘에 머물렀다.
마치 지상을 내려다보는 것처럼.
그러다 다시 갈라진 하늘 속으로 서서히 스며들듯 사라졌다.
하늘의 균열이 서서히 아물었다.
정적이 첨탑 위를 덮었다.
“…끝난 거야?”
크림이 조심스레 물었다.
“아니.”
연이가 고개를 저었다.
“이건 시작이야.”
치즈가 마지막 데이터를 확인했다.
“경계 밀도, 어제보다 22퍼센트 더 얇아졌습니다. 이 추세라면.”
“이 추세라면?”
“조만간 현실에서도 육안으로 목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연이는 성반을 꽉 쥐었다.
민지가 떠올랐다.
이미 균열을 목격하기 시작한 친구.
“네오한테도 알려야 해.”
“신호는?”
“아직 안 잡혀.”
연이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방금 본 거대한 실루엣이 눈앞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저게 뭐든, 우리가 상대할 수 있는 크기가 아니야.”
루나가 낮게 말했다.
“그럼 어떡해?”
“일단 알아야지.”
연이는 결심한 듯 말했다.
“저게 뭔지, 왜 무성을 조종하는지, 그리고 왜 하필 지금 나타났는지.”
모카가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무성이 저것 때문에 그렇게 흔들렸던 거구나.”
“맞아.”
연이는 성반을 품에 안았다.
그 안에 아직 미약하게 남아 있는 네오의 빛을 바라보았다.
“조금만 기다려.”
그녀는 낮게 중얼거렸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엔 내가 먼저 알아낼게.”
하늘은 다시 평소처럼 푸르렀다.
하지만 아무도 그 하늘을 예전처럼 바라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