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화. 질투가 아니라 두려움
Code Destiny · 1,230자
제78화. 질투가 아니라 두려움
현실 세계, 늦은 밤.
연이의 방 창가.
흰 고양이 한 마리가 조용히 창틀에 앉아 있었다.
“네오.”
연이가 창문을 열자, 네오가 가볍게 뛰어내렸다.
“괜찮아? 그때 신호 끊기고 계속 걱정했어.”
“살아 있다.”
“그 말 좀 그만해.”
연이가 웃으려 했지만, 웃음이 어색하게 끊겼다.
네오는 그 어색함을 놓치지 않았다.
“무슨 일 있었나.”
“…아니.”
“얼굴에 다 쓰여 있다.”
연이는 침대에 걸터앉아 무릎을 끌어안았다.
말할까, 말까.
인간 시절 잔상이 두 번이나 나타났다는 것.
그 웃는 얼굴을 본 뒤로, 자꾸만 딴생각이 든다는 것.
“…그 남자, 또 나타났었어.”
네오의 눈빛이 순간 굳었다.
“검은 비 속 남자.”
“응.”
“뭐라고 했나.”
연이는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
“네가 원래 인간이었다는 거, 그리고 그때의 모습을 보여줬어.”
네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연이의 표정을 살폈다.
“…흔들렸나.”
연이는 순간 부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번엔 거짓말하지 않기로 했다.
“…응. 조금.”
네오의 눈빛이 흐려졌다.
“그럴 줄 알았다.”
“화났어?”
“아니.”
네오는 낮게 고개를 저었다.
“화가 아니다.”
“그럼 뭐야.”
네오는 잠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달빛이 그의 하얀 털을 비췄다.
“두려운 거다.”
연이는 눈을 크게 떴다.
“두려워? 네가?”
“질투가 아니라.”
네오의 목소리가 낮고 단단했다.
“네가 진짜가 아닌 걸 진짜라고 믿을까 봐.”
연이의 가슴이 철렁했다.
“무슨 뜻이야?”
“그 그림자는, 나를 완전히 보여준 게 아니다.”
네오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왔다.
“네가 본 건 진짜가 아니다.”
연이는 숨을 죽였다.
“그럼 뭔데. 그거 다 거짓이야?”
“거짓이라고도 못 한다.”
네오의 눈빛이 흔들렸다.
“다만…… 완전하지 않다.”
“완전하지 않다는 게 무슨 소리야.”
네오는 대답 대신 그녀를 오래 바라보았다.
그 눈빛엔 그리움과, 두려움과, 말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뒤섞여 있었다.
“언젠가 다 말할 거다.”
“지금은 왜 안 되는데?”
“지금 말하면, 너를 지킬 수 없게 된다.”
연이는 목이 메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진실을 안다고 왜 못 지켜.”
“시간이…….”
네오는 말을 멈췄다.
“시간이 뭐?”
“…아무것도 아니다.”
그가 다시 입을 닫았다.
연이는 답답함에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감쌌다.
부드러운 흰 털.
따뜻했다.
“네오.”
“말해.”
“나, 그 남자의 그림자한테 안 넘어가.”
그녀의 목소리가 단단해졌다.
“지금의 너를 좋아하는 거야. 완전하든 안 하든.”
네오의 눈이 흔들렸다.
“…연이.”
“응.”
“네가 그 말을 할 때마다.”
그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내가 하려던 말을 삼키게 된다.”
“무슨 말인데?”
네오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결국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아니다.”
연이는 서운했지만, 이번엔 다그치지 않았다.
대신 그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가만히 맞댔다.
“그럼 기다릴게.”
“…….”
“근데 그다음엔 진짜 다 말해줘야 해.”
네오는 아주 작게, 거의 들리지 않게 대답했다.
“약속한다.”
창밖으로 달빛이 두 사람을 조용히 비췄다.
말하지 못한 것들이 그 침묵 속에 여전히 쌓여 있었다.
하지만 그 침묵은 이제 예전과는 조금 다른 무게를 가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