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화. 왕좌 뒤의 왕좌
Code Destiny · 1,191자
제79화. 왕좌 뒤의 왕좌
며칠 후, 자미성 중심부.
연이는 홀로 왕좌가 있는 방 근처까지 잠입했다.
무성이 이번엔 이상하리만치 자리를 비운 듯했다.
성반이 미약하게 진동했다.
“왕좌 방향에서 반응 있음.”
연이는 벽 뒤에 몸을 숨긴 채 안쪽을 살폈다.
무성이 왕좌 앞에 홀로 서 있었다.
등을 돌린 채였다.
그리고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예. 아직 이름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연이는 숨을 죽였다.
무성이 누군가에게 보고하듯 말하고 있었다.
“그릇의 저항이 예상보다 큽니다.”
정적.
마치 대답을 듣는 것처럼 무성이 잠시 침묵했다.
“…죄송합니다. 시간을 더 주십시오.”
연이의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이건 명령을 내리는 자의 말투가 아니었다.
명백히, 누군가에게 결과를 보고하는 자의 태도였다.
“연이 쪽은 아직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그 순간 연이는 온몸이 굳었다.
자신의 이름이 나왔다.
“……저 존재를 완전히 제거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됩니다.”
무성의 목소리가 낮게 떨렸다.
“그녀는, 아직 도구로서 가치가 있습니다.”
연이는 이를 악물었다.
도구.
또 그 단어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무성은 그 말을 끝으로 고개를 숙였다.
한참 동안 그 자세로 서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목소리가 이번엔 완전히 무성 본인의 것이었다.
“내가 지금 누구한테…….”
그는 스스로도 혼란스러운 듯했다.
“나는 왜 이렇게…….”
연이는 더 참지 못하고 벽 뒤에서 걸음을 옮겼다.
바스락.
작은 소리였지만, 무성이 바로 고개를 돌렸다.
“…연이.”
“다 들었어.”
연이가 앞으로 나섰다.
“너, 누군가한테 보고하고 있었지.”
무성의 얼굴, 아니 얼굴이 있어야 할 그림자가 딱딱하게 굳었다.
“못 들은 걸로 해라.”
“못 들은 걸로 못 해. 방금 내 이름도 나왔잖아.”
무성은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다 낮게 물었다.
“무섭지 않나.”
“뭐가?”
“내가 최종 배후가 아니라는 것.”
연이는 숨을 삼켰다.
“그럼 넌 뭔데.”
“나는……”
무성이 말끝을 흐렸다.
“나는 결국, 누군가의 대리인일 뿐이다.”
“누구의?”
“그건 아직 말할 수 없다.”
“왜! 너도 조종당한다며. 그럼 우리가 도와줄 수도 있잖아!”
무성은 고개를 저었다.
“도움을 청할 자격도, 시간도 없다.”
“무슨 뜻이야?”
무성의 그림자가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곧 다시 명령이 내려올 것이다.”
“그러니까 그 명령을 내리는 게 대체 누구냐고!”
무성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다른 말을 남겼다.
“하나만 기억해라.”
“뭘.”
“나는 왕좌를 지키는 자가 아니다.”
그의 목소리가 낮게 갈라졌다.
“나는, 왕좌 뒤에 있는 진짜 왕좌를 위한 그림자일 뿐이다.”
그 말을 끝으로, 무성은 완전히 사라졌다.
연이는 텅 빈 왕좌 앞에 홀로 서 있었다.
“왕좌 뒤의 왕좌…….”
그녀는 그 말을 곱씹었다.
무성이 최종보스가 아니라는 것.
이제는 확실했다.
그렇다면 진짜는 누구인가.
며칠 전 하늘에서 본 거대한 호랑이 실루엣이 다시 떠올랐다.
연이는 성반을 꽉 쥐었다.
“찾아야 해. 진짜 배후를.”
왕좌 위, 보랏빛 별이 희미하게 흔들렸다.
마치 그 말에 동의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