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화. 숙요의 문 앞에서
Code Destiny · 1,448자
제80화. 숙요의 문 앞에서
연이는 그날 있었던 일을 팀 전원에게 알렸다.
모카, 치즈, 크림, 루나 모두 말을 잃었다.
“왕좌 뒤의 왕좌라니…….”
모카가 낮게 중얼거렸다.
“그럼 우리, 여태까지 진짜 상대는 만나지도 못한 거야?”
“그런 것 같아.”
연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치즈가 유리 조각을 조작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무성의 근원, 혹은 그를 조종하는 존재의 흔적을 찾아야 합니다.”
“어디서?”
“왕좌 방보다 더 깊은 곳. 자미성엔 아직 우리가 가보지 않은 구역이 있습니다.”
루나가 조심스레 파편을 꺼냈다.
“이 고문서에 힌트가 있을지도 몰라. 다시 읽어볼게.”
팀은 함께 자미성 안쪽으로 향했다.
왕좌 방을 지나, 이제껏 본 적 없는 좁은 계단이 나타났다.
계단은 아래로, 아래로 끝없이 이어졌다.
“여기 원래 있었어?”
모카가 물었다.
“모르겠어. 처음 봐.”
연이가 고개를 저었다.
성반이 유난히 격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이 아래에 뭔가 있어.”
계단을 내려가자, 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천장은 보이지 않을 만큼 높았고, 벽은 온통 별자리 문양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 끝에, 거대한 문이 하나 있었다.
문에는 낯선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루나가 파편을 들어 문양과 대조했다.
“…이 글자, 고문서에 있던 것과 같아.”
“뭐라고 쓰여 있는데?”
루나가 천천히 읽었다.
“숙요의…… 정원.”
그 순간 문 전체가 은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빛은 마치 문이 스스로 반응하는 것처럼 파동쳤다.
크림이 조심스레 물었다.
“숙요가 뭐예요?”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치즈가 유리 조각으로 문을 스캔했다.
“에너지 반응 최상위 등급. 지금까지 측정한 어떤 구역보다 강합니다.”
모카가 문 앞으로 조심스레 다가섰다.
“열어볼까?”
“잠깐.”
연이가 손을 들어 막았다.
“뭔가 이상해. 여기서부터는…….”
그녀는 문을 올려다보았다.
지금까지의 모든 조각들이 머릿속에서 겹쳐졌다.
무성의 “왕좌 뒤의 왕좌”.
루나의 “시간 밖에서 온 자”.
하늘의 거대한 호랑이 실루엣.
읽히지 않는 네오의 이름.
“이 문 너머에, 진짜 답이 있을 것 같아.”
루나가 파편을 품에 안으며 말했다.
“고문서엔 숙요가 인연의 끈을 관장한다고 되어 있어. 28수의 규칙, 뭐 그런 거.”
“인연의 끈?”
“정확히는 나도 몰라. 근데 왠지, 네오랑도 관련 있을 것 같아.”
연이는 성반을 꽉 쥐었다.
빛이 은은하게 손끝을 데웠다.
그 안에 아직 네오의 흐릿한 빛이 남아 있었다.
“네오도 데려와야 하지 않을까.”
모카가 말했다.
“지금 신호 잡혀?”
연이는 성반을 들여다봤다.
“아직……”
그때, 문 저편에서 낮은 진동이 울렸다.
마치 누군가 안쪽에서 문을 두드리는 듯한 소리였다.
혹은, 문 자체가 반응하는 소리였는지도 몰랐다.
치즈가 목소리를 낮췄다.
“문 너머에 무언가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크림이 빵 바구니를 꼭 끌어안았다.
“여, 열까요…?”
연이는 문 앞에 섰다.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였다.
지금까지 쌓인 모든 질문의 답이, 이 문 너머에 있을 것 같았다.
네오의 이름.
그의 진짜 정체.
무성을 조종하는 진짜 존재.
하늘의 호랑이.
연이의 손끝이 문에 거의 닿았다.
성반이 손안에서 뜨겁게 빛났다.
“다들, 준비됐어?”
모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치즈도, 크림도, 루나도.
연이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리고 문고리에 손을 얹었다.
차가운 감촉이 손끝을 타고 올라왔다.
문 너머에서, 무언가 거대한 것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듯한 예감이 스쳤다.
연이는 마지막으로 성반을 내려다보았다.
네오의 빛이 그 순간, 아주 잠깐 밝아졌다가 다시 흐려졌다.
마치 “조심해”라고 말하듯이.
연이는 힘주어 문고리를 당겼다.
문이 아주 천천히, 무겁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틈으로 새어 나오는 빛이, 지금까지 본 어떤 빛과도 달랐다.
“숙요의 정원…….”
연이는 낮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