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화. 끊어진 실, 미래에서 온 매듭
Code Destiny · 1,440자
제82화. 끊어진 실, 미래에서 온 매듭
타래는 두 실을 양손에 나눠 쥐었다.
한 가닥은 여전히 네오에게 이어져 있었다.
다른 한 가닥은 팽팽하게 당겨진 채 정원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이상하네요.”
치즈가 유리 조각을 든 채 조심스레 말했다.
“보통 실은 어디서 시작해요?”
타래가 고개를 끄덕이듯 실 뭉치를 기울였다.
“태어난 순간. 첫 매듭이 거기서 지어진다.”
타래가 네오 쪽 실을 들어 보였다.
“그런데 이 실은.”
실의 끝을 따라가던 빛이 어느 지점에서 뚝 끊겼다.
그리고 그 끊긴 자리에, 원래 있어야 할 첫 매듭 대신 전혀 다른 매듭이 있었다.
둥글게 말린 게 아니라, 억지로 이어붙인 자국.
“여기서부터 시작된 게 아니다.”
타래가 말했다.
“여기서, 다시 묶인 거지.”
루나가 숨을 들이켰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이 실의 진짜 시작은.”
타래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아직 오지 않은 시간에 있다.”
정원의 공기가 잠시 얼어붙은 듯했다.
모카가 작게 중얼거렸다.
“미래…….”
크림이 바구니를 꼭 끌어안았다.
“그럼 저 실은…… 미래에서 여기로 온 거예요?”
타래는 대답 대신 다른 쪽 실, 어둠 속으로 이어진 실을 마저 들어 올렸다.
그 실 끝의 매듭도 똑같이 부자연스러웠다.
“이쪽도 같다.”
“두 개 다 같은 시간에서 왔다.”
네오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만해.”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고 거칠었다.
타래는 실을 놓지 않았다.
“왜.”
“그건 봐서 좋을 게 없다.”
네오의 앞발, 아니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연이는 그 손끝을 보았다.
지금까지 네오가 이런 식으로 떤 적이 없었다.
전투 중에도, 위험 속에서도 그의 손은 늘 단단했다.
“네오.”
연이가 조용히 불렀다.
네오는 그녀를 보지 않았다.
“말리지 마라.”
타래는 여전히 실 두 가닥을 쥔 채 조용히 서 있었다.
“나는 정원의 것을 읽을 뿐이다. 감추지 않는다.”
“나는 감춰야 한다.”
네오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규칙이 있다.”
“어떤 규칙?”
연이가 물었다.
네오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작게 말했다.
“시간을 건너온 자가 자기 존재를 드러내면, 지키려던 것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연이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너…….”
“지금은 아니다.”
네오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
“지금 여기서는 아니다.”
타래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정확히는, 실이 흐르는 방향을 보았다.
“네가 지키려는 것.”
타래가 나직이 말했다.
“그 실도 여기 있다.”
타래의 시선, 아니 실이 만든 시선이 연이를 향했다.
연이는 순간 숨을 멈췄다.
“나?”
타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손에 쥔 두 실을 살짝 당겼다.
정원 전체의 실들이 낮게 진동했다.
머리 위 스물여덟 개의 매듭 중 몇 개가 유독 밝게 빛났다.
“두 개의 실.”
타래가 말했다.
“하나는 여기 있는 자에게 묶여 있고.”
실 하나가 네오 쪽으로 팽팽해졌다.
“하나는 아직 오지 않았다.”
다른 실은 여전히 어둠 속에서 흔들렸다.
네오가 낮게 말했다.
“그건 건드리지 마라.”
“왜.”
“그건 아직 여기 없어야 하는 것이니까.”
그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두려움 비슷한 것이 섞였다.
보호가 아니라, 두려움.
연이는 그 차이를 느꼈다.
“네오.”
그녀가 한 걸음 다가섰다.
“나는 네가 뭘 숨기든 상관없어.”
네오가 그녀를 보았다.
“근데 네가 무서워하는 건 상관있어.”
정원의 공기가 잠시 멎은 듯했다.
타래가 두 실을 자기 앞으로 모았다.
“매듭을 읽으면.”
타래가 말했다.
“시작이 나온다.”
“시작을 알면.”
“이름이 나온다.”
네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더는 말리지도 않았다.
그저 눈을 감았다.
받아들이겠다는 뜻인지, 포기라는 뜻인지 알 수 없었다.
타래의 손끝에서 실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한 겹.
두 겹.
세 겹.
실 안쪽에서 아주 희미한 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읽어볼까.”
타래가 말했다.
그 말과 동시에, 정원 전체의 빛이 한순간에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