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화. 묘아
Code Destiny · 1,374자
제85화. 묘아
박병하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동안, 정원 저편에서 뭔가가 일렁였다.
타래가 조용히 그쪽을 돌아보았다.
“나머지 실이 움직인다.”
연이도 그쪽을 보았다.
어둠 속으로 이어졌던, 아직 풀리지 않은 두 번째 실이 스스로 팽팽해지고 있었다.
“저건 아직 안 읽었잖아.”
모카가 조심스레 말했다.
타래가 손을 뻗어 그 실을 잡으려 했다.
그 순간, 실이 스스로 뒤로 물러났다.
마치 잡히지 않으려는 듯이.
“…스스로 숨는군.”
타래가 낮게 말했다.
“이건 처음이다.”
박병하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그 실은 건드리지 마.”
“왜.”
연이가 물었다.
“위험해서?”
“그래.”
박병하의 목소리가 낮았다.
“그 실의 주인은 여기서도 자기 존재를 감출 수 있는 자다.”
타래는 그래도 손을 거두지 않았다.
“정원 안에서는 완전히 숨을 수 없다.”
타래가 말했다.
그리고 다시 손을 뻗어 실 끝을 붙잡았다.
이번엔 실이 물러나지 못했다.
빛이 실을 따라 흐르며 매듭을 향해 다가갔다.
매듭이 풀리기 시작하자, 정원 전체의 공기가 갑자기 서늘해졌다.
바닥의 실들이 파르르 떨렸다.
머리 위 스물여덟 개의 매듭 중 하나, 유독 짙은 보랏빛을 띤 것이 거칠게 흔들렸다.
“昴.”
타래가 그 글자를 읽었다.
“이 실은 저 매듭에서 나왔다.”
“묘수…….”
박병하가 낮게 중얼거렸다.
그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었다.
“그 이름을 아는군.”
타래가 그를 보았다.
박병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실이 마저 풀리며 떠오른 두 번째 글자를 노려보았다.
娥.
“묘아.”
타래가 두 글자를 합쳐 읽었다.
정원 전체가 그 이름에 반응하듯 크게 흔들렸다.
멀리서, 낮고 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포효라기보다는, 슬픈 노래에 가까웠다.
“그게 검은 호랑이야?”
연이가 물었다.
박병하는 눈을 감았다.
“그래.”
“나와 같은 시간에서 왔다.”
“같은 방식으로.”
타래가 조용히 덧붙였다.
“이 실도 처음 시작점이 없다. 억지로 이어붙인 매듭뿐.”
“왜 같이 왔는데?”
연이가 물었다.
박병하는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표정에서, 죄책감과 오래된 상처가 동시에 스쳤다.
“나를 따라왔다.”
그가 낮게 말했다.
“내가 시간을 건너기로 했을 때, 그도 함께 건넜다.”
“이유는?”
박병하는 시선을 떨궜다.
“……나를 붙잡고 싶어서.”
정원 안에 침묵이 흘렀다.
“무슨 뜻이야, 그게.”
연이가 조심스레 물었다.
박병하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내가 말하기보다.”
그가 정원 저편, 실이 사라진 어둠을 보았다.
“직접 듣는 게 낫겠지.”
타래가 실을 접으며 말했다.
“그녀는 너희를 오랫동안 지켜봤다.”
“이 정원에서도, 다른 궁에서도.”
“그리고 지금, 자신이 읽혔다는 걸 알았다.”
정원의 어둠 저편에서 다시 그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엔 더 가까웠다.
연이는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
“박병하를…… 사랑했던 거야?”
그녀가 조심스레 물었다.
박병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가 낮게 말했다.
“그게 그녀를 이렇게 만들었다.”
“네 잘못은 아니잖아.”
연이가 얼른 말했다.
“마음을 안 받아준 게 죄는 아니야.”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박병하의 목소리가 무거웠다.
“가질 수 없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정원 저편에서 어둠이 짙어졌다.
그 안에서, 무언가 거대한 것의 윤곽이 아주 잠깐 비쳤다.
검은 줄무늬.
번뜩이는 두 눈.
그리고 그 눈은, 정확히 박병하를 향하고 있었다.
타래가 낮게 말했다.
“이제 정원 밖으로도 숨을 곳이 없다.”
“진짜 얼굴을 드러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