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화. 두 개의 선택지
Code Destiny · 1,432자
제88화. 두 개의 선택지
타래가 다급히 몸을 넓게 펼쳤다.
“멈춰라.”
그 말과 동시에, 정원 전체의 실들이 하나로 모여 거대한 방벽을 이뤘다.
묘아의 발톱이 그 벽에 부딪혔다.
콰앙!
벽이 크게 흔들렸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이 정원에서 나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
묘아가 낮게 웃었다.
타래의 몸을 이루던 실들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완전히 막을 순 없다.”
타래가 인정했다.
“그러나 시간은 벌 수 있다.”
묘아는 그 말에 코웃음을 쳤다.
“시간이 무슨 의미가 있어. 나는 이미 시간을 넘어온 존재인데.”
그녀가 다시 발톱을 세웠다.
그 순간, 타래가 목소리를 높였다.
“기다려라.”
“너희 모두.”
타래의 목소리가 정원 전체를 울렸다.
묘아마저 잠시 멈칫했다.
“말해라.”
박병하가 낮게 말했다.
타래는 자신의 몸을 이루던 실 일부를 풀어, 허공에 새로운 매듭을 지었다.
그 매듭이 서서히 빛나며 두 갈래로 갈라졌다.
“이 정원의 법칙은 단순하다.”
타래가 말했다.
“시간 밖에서 온 실은, 결국 이 시간 안에서 매듭지어져야 한다.”
“둘 중 하나로.”
첫 번째 갈래의 빛이 박병하를 향해 흘러갔다.
“묘아를 완전히 제압하면.”
“시공의 균형이 풀린다.”
“그리고 박병하는.”
빛이 박병하의 가슴께에서 사람의 형상으로 잠시 어른거렸다.
“다시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
연이의 눈이 크게 떠졌다.
“정말이에요?”
“그래.”
타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두 번째 갈래의 빛이 이번엔 연이를 향했다.
그 빛이 그녀의 머리 위, 성반이 떠 있던 자리를 스쳤다.
“그 대가로.”
타래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너는 이 운명 세계의 모든 기억을 잃는다.”
정원 전체가 조용해졌다.
“…뭐?”
연이가 되물었다.
“전부?”
“전부.”
타래가 답했다.
“이곳에서 만난 모두. 이곳에서 겪은 모든 일. 박병하라는 이름도, 이 정원도, 성반도.”
“완전히, 지워진다.”
연이는 순간 말을 잃었다.
박병하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건 안 돼.”
그가 낮게 말했다.
“그런 대가라면 필요 없다.”
“네가 정할 일이 아니다.”
타래가 조용히 말했다.
“이건 정원의 법칙이지, 너희의 선택이 아니다.”
“선택은.”
타래의 시선이 연이를 향했다.
“이 아이의 것이다.”
연이는 자신을 향한 시선들을 느꼈다.
모카, 치즈, 크림, 루나.
모두 숨죽인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박병하는 시선을 피했다.
마치 그녀가 무엇을 선택하든 감당할 자신이 없다는 듯이.
“…생각할 시간을 줘.”
연이가 겨우 말했다.
타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시간은 많지 않다.”
그 순간, 정원의 방벽이 다시 크게 흔들렸다.
묘아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재밌는 얘기를 하고 있었네.”
그녀가 발톱을 세우며 다가왔다.
“그럼 내가 정해줄까?”
“너희 중 누구도 선택 못 하게.”
그녀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방벽에 거대한 균열이 갔다.
쩌적!
타래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정원이…….”
“버티지 못한다.”
박병하가 몸을 낮췄다.
금빛 기운이 그의 몸에서 다시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연이, 뒤로.”
연이는 물러나지 않았다.
“아니.”
그녀가 앞발을 들었다.
성반이 흔들리며 떠올랐다.
“나도 같이 싸울 거야.”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맞아, 지금은.”
연이가 그의 말을 끊었다.
“선택할 때가 아니라, 버틸 때야.”
방벽의 균열이 점점 커졌다.
묘아의 형체가 그 틈으로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번뜩이는 눈.
날카로운 발톱.
그리고 그 뒤로, 짙은 슬픔을 감춘 미소.
“자, 이제.”
묘아가 낮게 말했다.
“누가 무엇을 잃을지, 직접 보여줄게.”
정원의 벽이 완전히 무너지기 직전, 연이는 박병하의 손을 꽉 잡았다.
두 개의 선택지.
그리고 그 사이에서,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채.
정원 전체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