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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Destiny제9화. 검은 깃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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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9

제9화. 검은 깃털

Code Destiny · 4,818자

제9화. 검은 깃털

무대 위에 네 개의 실루엣이 섰다.

은빛.

하얀빛.

달빛.

검은 별빛.

관객석은 한순간에 폭발했다.

“DEST1NOVA!”

“DEST1NOVA!”

“OUR CODE!”

모카는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눈이 이미 울기 직전이었다.

“진짜…… 진짜 시작해요.”

연이는 관객석의 열기를 온몸으로 느꼈다.

식신·상관의 섬 전체가 이 무대를 향해 뛰는 것 같았다.

발밑의 별 타일들이 관객들의 함성에 맞춰 빛났고, 하늘의 달 조명은 천천히 회전했다.

음식 거리의 냄새도, 악기 골목의 리듬도, 말놀이 무대의 웃음도 전부 이곳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그 중심에 DEST1NOVA가 있었다.

첫 번째로 움직인 건 SOLV였다.

은빛 늑대가 마이크를 들어 올렸다.

아무 음악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관객석은 조용해졌다.

SOLV가 숨을 들이켰다.

낮은 목소리가 무대 위로 깔렸다.

“말하지 못한 밤이 길어도, 숨은 아직 남아 있어. 삼킨 문장 끝에서, 우리는 다시 이름을 불러.”

베이스가 뒤늦게 깔렸다.

쿵.

심장처럼 낮고 깊은 소리.

연이는 순간 팔에 소름이 돋았다.

아니, 꽃돼지라 팔이라고 해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소름이 돋았다.

“와…….”

그녀가 작게 말했다.

“진짜 잘한다.”

모카는 눈물 고인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SOLV 형은 첫 줄부터 세계관을 열어요.”

“그 말 팬심 과장인 줄 알았는데 좀 맞네.”

두 번째로 BAMBI가 노래를 이었다.

하얀 판다의 목소리는 따뜻했다.

하지만 가볍지 않았다.

“너의 작은 숨도 들려, 무너진 하루 끝에도, 네 마음이 식지 않았다면, 그건 아직 노래야.”

무대 위 조명이 부드럽게 퍼졌다.

관객석 곳곳에서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방금 전까지 떠들던 아이들도 조용해졌다.

노래가 사람을 조용하게 만든 게 아니었다.

마음 안쪽을 데우고 있었다.

연이는 자기도 모르게 가슴을 눌렀다.

[乙亥]가 조용히 흔들렸다.

작은 새싹과 깊은 물.

그 위로 아주 희미한 불씨가 튀었다.

아직 글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무언가가 반응하고 있었다.

“네오.”

연이가 낮게 말했다.

“나 안쪽에서 뭐가 따뜻해.”

네오는 무대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식상 기운이다. 아직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위험한 건 아니고?”

“아직은.”

아직은.

연이는 그 말이 조금 걸렸다.

하지만 다음 순간, LUNE의 기타가 터져 나왔다.

딩!

달빛 토끼가 무대 앞으로 뛰어 나왔다.

그는 기타를 어깨에 걸고 웃었다.

“틀린 코드도 살리면 후렴이지!”

관객들이 환호했다.

기타 소리가 무대 위를 가로질렀다.

딩딩딩!

별빛 조명이 기타 줄을 따라 튀었다.

한 줄이 울릴 때마다 하늘의 달 조명이 색을 바꿨다.

푸른빛.

분홍빛.

노란빛.

다시 달빛.

연이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흔들었다.

발밑이 통딩, 하고 반응했다.

그 소리에 주변 관객 몇 명이 웃었다.

연이는 바로 몸을 멈췄다.

“아, 내 바닥 효과음 너무 튀어.”

모카가 말했다.

“괜찮아요. 여기서는 관객도 무대의 일부예요.”

“이 섬 논리 진짜 좋다.”

마지막으로 RAVEN이 움직였다.

검은 흑표범은 말이 없었다.

그는 무대 뒤쪽의 그림자 속에서 한 걸음 나왔다.

쿵.

발끝이 바닥에 닿는 순간, 무대 전체의 그림자가 파도처럼 갈라졌다.

두 번째 걸음.

쿵.

조명들이 일제히 낮아졌다.

세 번째 걸음.

쿵.

RAVEN의 몸이 회전했다.

말보다 빠른 춤이었다.

날카롭지만 부드러웠고, 조용하지만 강했다.

그의 발끝이 지나간 자리마다 검은 별빛이 흩어졌다.

연이는 숨을 삼켰다.

“저건 진짜 말이 필요 없네.”

네오가 낮게 말했다.

“몸도 표현이다.”

무대가 완전히 열렸다.

SOLV의 랩.

BAMBI의 보컬.

LUNE의 기타.

RAVEN의 춤.

네 명의 기운이 하나로 섞이자, 노바 스테이지 전체가 빛나기 시작했다.

관객들이 손을 들었다.

“DEST1NOVA!”

“OUR CODE!”

함성은 물결이 되어 무대 위로 밀려갔다.

모카는 가사 노트를 품에 안고 있었다.

그의 손이 떨렸다.

연이는 그걸 보고 물었다.

“괜찮아?”

“네.”

모카는 울 것 같은 얼굴로 웃었다.

“너무 좋아서 손이 떨려요.”

“그건 인정.”

모카는 무대를 보며 중얼거렸다.

“나도 언젠가 저렇게…….”

그 순간.

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아주 작았다.

연이는 처음에는 별가루인 줄 알았다.

노바 스테이지에는 워낙 많은 조명이 떠 있었고, 무대 연출도 화려했다.

하늘에서 반짝이는 것이 떨어지는 건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반짝이지 않았다.

검었다.

깃털이었다.

처음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SOLV는 마이크를 쥐고 있었다.

BAMBI는 숨을 들이켰다.

LUNE은 기타 줄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RAVEN은 다음 동작을 위해 몸을 낮췄다.

관객들은 함성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짧은 순간.

식신·상관의 섬 전체가 다음 표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랩.

다음 노래.

다음 코드.

다음 춤.

다음 웃음.

다음 박수.

다음 한입.

그때 검은 깃털이 바닥에 닿았다.

툭.

단지 깃털이 떨어졌을 뿐이지만

그 소리는 섬 전체에 퍼졌다.

아니.

소리를 들은 것이 아니었다.

'느낀 것'이다.

무언가가 세상의 바깥에서 거대한 손을 뻗어, 이 섬의 모든 “밖으로 나오는 것”을 눌러버린 것처럼.

가장 먼저 사라진 것은 소리였다.

LUNE의 기타 줄이 떨렸다.

분명 줄은 움직였다.

하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다음은 색이었다.

무대 조명이 꺼진 게 아니었다.

조명은 여전히 켜져 있었다.

그런데 색이 빠졌다.

은빛은 회색이 되었고, 달빛은 탁해졌고, BAMBI의 따뜻한 흰빛은 종이처럼 창백해졌다.

연이는 숨을 삼켰다.

“뭐야…….”

그 순간, 음식 거리의 냄새가 사라졌다.

방금 전까지 공기를 가득 채우던 달빛 크림빵의 달콤한 냄새.

불꽃 라면의 매콤한 냄새.

구름솜 튀김의 고소한 냄새.

전부 끊겼다.

마치 누군가가 섬 전체의 코를 막아버린 것처럼.

연이는 손에 들고 있던 빵을 내려다봤다.

빵은 그대로 있었다.

따뜻해 보였다.

하지만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연이는 조심스럽게 한입 베어 물었다.

맛이 없었다.

달지도 않았다.

고소하지도 않았다.

그냥 씹히는 무언가였다.

연이의 얼굴이 굳었다.

“이건…… 너무한데.”

그다음 사라진 것은 움직임이었다.

RAVEN의 발끝이 바닥에 닿았다.

하지만 다음 동작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춤이 멈춘 것이 아니었다.

춤이 되기 전의 충동이 사라진 것 같았다.

몸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잊어버린 것처럼.

RAVEN의 그림자가 바닥에 달라붙었다.

검은 늪처럼.

BAMBI는 입을 열었다.

노래가 나오지 않은 것보다 더 이상했다.

노래하려는 마음이 흐려졌다.

방금 전까지 가슴 안에 차오르던 멜로디가, 누군가 손으로 문질러 지운 것처럼 사라졌다.

BAMBI의 눈이 흔들렸다.

LUNE은 기타를 다시 잡았다.

하지만 손가락이 다음 코드를 찾지 못했다.

틀린 게 아니었다.

실수도 아니었다.

그는 처음으로 “다음 박자”가 떠오르지 않는 얼굴이었다.

SOLV가 마이크를 들었다.

입술이 움직였다.

하지만 랩이 나오지 않았다.

소리만 막힌 게 아니었다.

단어가 사라졌다.

머릿속에서 라임이 끊겼다.

한 줄이 완성되기 직전, 보이지 않는 손이 종이를 찢어버리는 것처럼.

SOLV의 눈빛이 차갑게 굳었다.

모카는 품에 안고 있던 가사 노트를 펼쳤다.

“안 돼…….”

노트 위의 글자들이 흐려지고 있었다.

지운 흔적도.

고친 문장도.

삐뚤빼뚤한 라임도.

전부 회색 먼지처럼 번지고 있었다.

모카가 떨리는 손으로 글자를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글자는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

“내 가사…….”

모카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내가 쓴 줄들이…….”

관객석도 변했다.

함성을 지르려던 이들은 입을 벌린 채 멈췄다.

손뼉을 치려던 이들의 손은 허공에서 멎었다.

웃으려던 아이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감동해 눈물을 흘리던 관객의 눈물도 멈췄다.

눈물방울이 뺨 위에서 그대로 굳어 있었다.

슬픔도.

기쁨도.

환호도.

웃음도.

전부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연이는 그제야 깨달았다.

이건 침묵이 아니었다.

침묵보다 더 끔찍한 것이었다.

말을 못 하게 하는 게 아니었다.

표현 자체를 없애고 있었다.

좋아도 좋아할 수 없게.

아파도 아프다고 할 수 없게.

맛있어도 맛있다고 느끼지 못하게.

움직이고 싶어도 몸이 나아가지 못하게.

생각이 문장이 되기 전에.

마음이 노래가 되기 전에.

몸이 춤이 되기 전에.

전부 잘라내고 있었다.

공중에 붉은 글자가 떠올랐다.

[표현 봉쇄 진행률: 21%]
[식신의 힘이 약해짐]
[상관의 힘 봉인]
[맛 / 냄새 / 색 / 리듬 / 언어 / 몸짓 출력 제한]

연이의 머리 위 꽃이 떨렸다.

가슴 안쪽의 [乙亥]가 차갑게 흔들렸다.

비겁의 섬에서 되찾은 자기 자리도, 이곳의 압도적인 무표현 앞에서는 움츠러드는 것 같았다.

그때 검은 깃털이 갈라졌다.

그 안에서 검은 연미복을 입은 까마귀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 눈.

긴 부리.

흰 장갑을 낀 손.

그 손에는 붉은 도장이 들려 있었다.

도장 면에는 검은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封]

까마귀는 조용히 무대를 둘러보았다.

그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섬 전체에 박혔다.

“시끄럽군.”

그는 SOLV를 보았다.

“말은 칼이 된다.”

BAMBI를 보았다.

“노래는 마음을 흔든다.”

LUNE을 보았다.

“틀을 깨는 소리는 질서를 어지럽힌다.”

RAVEN을 보았다.

“몸짓은 숨겨야 할 진실을 드러낸다.”

그리고 관객석을 보았다.

“웃음은 번지고, 박수는 선동하며, 감동은 통제를 무너뜨린다.”

까마귀는 도장을 들어 올렸다.

“그러니 막겠다.”

무대 위에 거대한 붉은 문장이 떠올랐다.

[무표현]

그 글자가 나타나는 순간, 섬 전체의 공기가 납처럼 무거워졌다.

음식은 맛을 잃었다.

악기는 소리를 잃었다.

노트는 문장을 잃었다.

관객은 표정을 잃었다.

무대는 다음 장면을 잃었다.

모카가 무릎을 꿇었다.

“이건…….”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말을 못 하는 게 아니야.”

연이는 이를 악물었다.

“응.”

그녀는 무대 위의 까마귀를 노려봤다.

“아무것도 못 꺼내게 하는 거야.”

네오의 갈기가 금빛으로 타올랐다.

하지만 그의 얼굴도 굳어 있었다.

“연이.”

“왜.”

“이번 상대는 강하다.”

“얼마나?”

네오는 무대 위에 떠오른 [무표현]을 바라봤다.

“식신·상관의 섬 자체를 꺼버릴 수 있을 정도로.”

그 순간 공중의 숫자가 올라갔다.

[표현 봉쇄 진행률: 34%]

까마귀가 다시 도장을 들었다.

“입을 닫아라.”

붉은 도장이 하늘에 찍혔다.

[무언]

“손을 멈춰라.”

두 번째 도장.

[무작]

“맛을 잊어라.”

세 번째 도장.

[무미]

“색을 지워라.”

네 번째 도장.

[무색]

마지막으로 까마귀는 도장을 높이 들었다.

“꿈을 꺼라.”

하늘 전체에 거대한 봉인진이 펼쳐졌다.

[절대표현봉인]

연이는 숨을 멈췄다.

그것은 침묵보다 거대했다.

어둠보다 차가웠다.

마치 이 섬의 모든 존재에게서 “나를 밖으로 꺼내는 힘”을 빼앗아가는 법칙 같았다.

모카의 가사 노트에서 마지막 글자가 흐려졌다.

“연이…….”

모카가 간신히 말했다.

“제 머릿속에서 다음 줄이 사라지고 있어요.”

연이는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 안쪽에서 작은 불씨가 튀는 것을 느꼈다.

아직 작았다.

아직 이름도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있었다.

말이 되기 전의 숨.

노래가 되기 전의 떨림.

꺼지지 않으려는 아주 작은 불.

네오가 낮게 말했다.

“식상의 글자가 반응하고 있다.”

연이는 가슴을 눌렀다.

“이번 글자…….”

불씨가 아주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丁]

그러나 그 아래에는 갈라진 흙빛도 함께 있었다.

[未]

네오가 말했다.

“丁未다.”

연이는 무대 위를 바라봤다.

까마귀의 절대표현봉인이 점점 내려오고 있었다.

만약 저게 완전히 닿으면.

이 섬은 조용해지는 정도가 아닐 것이다.

맛없는 음식.

색 없는 조명.

가사 없는 노트.

움직이지 않는 몸.

웃지 못하는 관객.

그리고 다시는 무대가 되지 못하는 무대.

그런 섬이 될 것이다.

연이는 앞발에 힘을 줬다.

손가락은 없었다.

하지만 힘은 들어갔다.

“네오.”

“말해라.”

“이번엔 그냥 말하면 안 되겠지?”

“그래.”

네오가 낮게 대답했다.

“이번엔 네가 직접 표현해야 한다.”

연이는 무대 위를 바라봤다.

DEST1NOVA가 멈춰 있었다.

모카가 떨고 있었다.

관객들이 색을 잃어가고 있었다.

생명력 넘치던 섬이 죽어가고 있었다.

연이는 짧게 숨을 들이켰다.

무서웠다.

하지만 더 화가 났다.

“좋아.”

그녀가 말했다.

“꽃돼지든 뭐든.”

머리 위 꽃이 붉게 흔들렸다.

“내가 먼저 꺼내볼게.”

까마귀의 붉은 눈이 연이를 향했다.

“작은 생물이군.”

연이는 그를 노려봤다.

“다들 진짜 첫인사 좀 고쳐라.”

까마귀가 도장을 그녀에게 겨누었다.

“너도 곧 아무것도 표현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절대표현봉인]이 천천히 내려왔다.

식신·상관의 섬 전체가 숨을 죽였다.

연이의 가슴 안쪽에서 [丁未]가 꺼질 듯 흔들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연이는 무대 쪽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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