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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의 운명 노벨2부 · 식상의 섬

EP.07 · 8 / 44

먹고 노는 섬, 식상

먹고 노는 섬에 도착한다. 여기서는 재능이 곧 화폐다.

한글 약 3,174자 · 읽는 시간 약 8분

연잎 배가 사주의 강 위를 미끄러지듯 갈랐다. 비겁의 섬이 등 뒤로 천천히 멀어졌다.

거울로 이루어진 섬은 안개 속으로 사라졌고, 연이의 가슴 안쪽엔 새로 되찾은 두 글자가 조용히 빛났다.

乙亥 · 을해. 작은 새싹과 깊은 물.

연이—을해일주라……. (앞발로 가슴을 톡톡 두드렸다) 말로 꺼내니 조금 낯간지럽네.

연이—근데 네오.

네오—왜.

연이—이 세계 존재들은 왜 다 동물이야?

네오의 귀가 아주 살짝 움직였다.

연이—나는 꽃돼지 됐고, 너는 갈기 달린 고양이…… 아니, 사자고.

네오—운명 세계는 본질을 숨기지 못한다.

연이—뭐야. 갑자기 말 멋있게 하지 마.

네오—현실에선 누구나 말투와 옷, 표정으로 자신을 가린다.

네오—하지만 이곳에선 기운이 그대로 형태로 드러난다.

연이—그러니까 사람 성향이 동물처럼 보인다는 거야?

네오—비슷하다.

강물 속에서 희미한 한자들이 물고기처럼 떠다녔다.

네오—느리고 단단하면 거북이, 날카롭고 빠르면 여우나 매로 보인다.

연이—그럼 나는 왜 돼지야?

네오는 대답을 미뤘다.

연이—왜 바로 대답 안 해?

네오—상처받을까 봐.

연이—이미 상처받았어. 말해.

네오—식복, 감각, 생명력, 귀여움, 그리고 아직 덜 다듬어진 본능이 섞인 형태다.

연이는 한참 침묵했다.

연이—결국 먹는 거 좋아하고 귀엽고 좀 충동적이란 뜻이지?

네오—해석이 빠르군.

연이—기분 나빠.

네오—그래도 꽃이 있다. 그냥 돼지보다 낫다.

연이—이 대화 비겁의 섬보다 아픈데.

연이—그럼 너는? 너는 왜 사자야?

네오의 표정이 아주 잠깐 굳었다. 정말 짧은 순간이었다.

연이—오. 방금 반응했어.

네오—착각이다.

네오—사자는 지키는 자의 형상에 가깝다.

연이—가깝다? 그럼 원래 모습은 따로 있단 뜻이야?

네오—앞을 봐라. 곧 도착한다.

연이—화제 완전 돌렸잖아.

그때 안개 너머에서 냄새가 밀려왔다. 달콤하고 고소하고 바삭한 냄새.

갓 구운 빵, 끓는 시럽, 녹는 치즈. 맡는 순간 무조건 맛있다고 몸이 먼저 아는 냄새였다. 연이의 눈빛이 확 바뀌고, 콧등이 저 혼자 씰룩였다.

연이—(코에서 저절로) 꿀. ……방금 건 내가 안 했어. 코가 먼저 반응했어.

연이—네오. 방금 질문은 잠깐 보류할게.

네오—왜지.

연이—저 냄새 앞에선 세계관 떡밥보다 식욕이 먼저야.

네오—떡밥은 물고기를 잡을 때 쓴다. 강은 이미 등 뒤에 있다.

네오는 한숨을 쉬었다.

* * *

배가 안개를 통과하자 식신·상관의 섬이 드러났다. 차갑던 거울 섬과는 완전히 반대였다.

하늘엔 색색의 천이 걸리고, 공중엔 풍선처럼 과일 바구니가 둥둥 떠다녔다. 별 모양 타일이 깔린 길은 발을 디딜 때마다 작은 음표를 튀겼다.

연이—어? (한 발 내딛자 바닥에서 작은 북소리가 났다) 통. 딩.

연이—네오. 여기 바닥이 반응해.

네오—식상 기운이 깔린 길이다. 움직임이 리듬으로 바뀌는 구조군.

연이가 제자리에서 통통 뛰었다. 통딩통딩통딩.

연이—오. 나 비트 찍을 수 있어.

네오—그건 걷는 소리다.

연이—감성적으로 보면 데뷔 전 비트야.

연이—잘 봐, 이게 내 시그니처 무브. (앞발을 뻗다 짧은 다리가 엉켜 앞으로 폭 고꾸라졌다) ……방금 건 안무야.

옆을 지나던 작은 염소가 박수를 쳤다. 리듬 좋은데요.

연이—들었지?

네오는 조용히 시선을 피했다.

* * *

선착장 앞엔 커다란 간판이 서 있었다.

식신·상관의 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오늘의 축제: 먹고 말하고 놀아라.

주의: 지나친 표현은 웃음, 감동, 흑역사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환불 안내: 본 섬에서 발생한 흑역사는 교환·환불·삭제가 불가합니다. 즐거운 축제 되세요.

연이—주의 문구가 마음에 드네.

네오—흑역사도 마음에 드나?

연이—그건 이미 충분히 쌓였어.

첫 골목은 음식 거리였다. 왼쪽엔 달빛 크림빵, 오른쪽엔 별가루 떡꼬치가 김을 올렸다.

구름솜 튀김, 노을빛 탕후루, 리듬 팬케이크, 목소리가 맑아진다는 보컬 사탕까지 늘어서 있었다. 연이는 완전히 넋을 잃었다.

연이—저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고. ……어, 눈이 네 개면 좋겠다.

연이—네오.

네오—안 된다.

연이—아직 말도 안 했는데.

네오—먹고 싶다는 표정이었다.

연이—표정 읽기 금지.

크림빵 가게 주인은 둥근 얼굴의 곰이었다. 꽃돼지 손님은 처음이군.

연이—여기도 첫인사가 그거야?

곰이 당황했다. 미안하네. 이 섬에선 개성이 곧 맛이라서.

연이—개성이 곧 맛?

곰이 크림빵을 건넸다. 말투도 맛, 실패도 맛. 처음 온 손님에겐 첫 입이 무료야.

연이—무료? 네오, 받아도 돼?

네오—대가를 요구하는 기운은 느껴지지 않는다.

연이—무료 첫 입은 확실한 마케팅이지. 좋아, 별점 후하게 줄 준비 됐어.

곰이 크게 웃었다. 맛있는 건 나눌수록 커지거든.

연이는 빵을 받아 한입 베어 물었다.

순간 세상이 조용해졌다. 빵이 먼저 말을 건 것 같았다. 따뜻해. 괜찮아. 일단 먹어.

연이—(눈이 동그래졌다)

크림은 달콤한데 느끼하지 않고, 안쪽 별소금이 단맛을 더 살렸다.

연이—꿀. ……이번 콧김은 내 의지 맞아. 승인.

연이—미쳤다.

연이—이건 운명 세계가 나한테 한 첫 번째 제대로 된 사과예요.

네오—운명 세계가 사과한 것은 아니다.

연이—내 마음속에선 사과했어.

연이—(마지막 한 조각에게) 너는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나한테 안 무례했어. 안 잊을게.

빵을 먹자 몸 안에 따뜻한 기운이 퍼졌다. 비겁의 섬에서 얼었던 마음이 스르르 풀렸다.

먹는다는 건 배를 채우는 게 아니라, 살아 있다는 감각을 되찾는 일이었다.

연이—식신 좋네.

네오—식신은 생명을 부드럽게 잇는 힘이다. 먹고, 만들고, 기르고, 나누는.

연이—그럼 상관은?

* * *

그때 옆 골목에서 소리가 났다. 비켜비켜, 즉흥 말싸움 대회 시작합니다.

작은 무대 위에서 붉은 여우와 초록 앵무새가 마주 섰다.

네 모자 너무 튀어. 네 꼬리보다 낫지. 내 꼬리는 패션. 네 패션은 과식. 관객이 폭소했다.

연이—(빵을 문 채) 저건 뭐야?

네오—상관이다. 틀을 깨고 재치로 뒤집어 밖으로 터뜨리는 힘.

말은 날카로운데 불쾌하지 않았다. 상처 주는 게 아니라 표현을 겨루는 놀이였다.

연이—상관은 좀 위험하지만 재밌네. 나랑 좀 잘 맞을지도.

네오—그럴 것 같아 걱정이다.

그때 갈색 수달 하나가 골목 끝에서 달려왔다. 양손엔 음식 봉투가 잔뜩 들려 있었다.

삐뚤어진 모자, 목엔 낡은 헤드폰. 비켜요오오오.

너무 빨랐다. 연이 앞에서 멈추려다 발이 미끄러졌다.

몸이 빙글 돌았다. 으아아아. 봉투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연이—내 음식은 아니지만 아까워!

네오가 꼬리로 바닥을 쳤다. 탁. 금빛 바람이 일었다.

날아가던 음식들이 공중에서 천천히 멈췄다. 연이가 크림빵을, 네오가 꼬리로 떡꼬치를 받았다. 수달만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다. 퍽.

모카—내 비상식량!

연이—사람보다 비상식량이 먼저야?

모카—이건 그냥 식량이 아니에요. 노바 스테이지 대기 줄 서면서 먹을 전략 물자예요.

연이—전략 물자?

모카—공연 대기는 체력전이니까요.

그 진지함이 조금 웃겼다. 연이가 봉투를 주워 건넸다.

모카—감사합니다! 처음 보는 분들이네요. 관광객?

연이—강제 접속자?

모카—아, 그런 타입. 이 섬엔 별사람 다 와요.

모카—(가슴을 쳤다) 저는 모카입니다.

연이—모카?

모카—언젠가 이 섬 최고의 무대에 설 래퍼예요.

연이—래퍼?

모카—들어보실래요?

네오—우리는 바쁘다.

연이—아니, 들어보자.

모카—나는 모카, 아직 무명 수달, 대기 줄 백 년, 그래도 꿈은 무한.

모카—빵은 왼손, 랩은 오른손, 오늘도 연습해, 데뷔 전 혼돈! yo.

연이도 네오도 잠시 침묵했다.

모카—어때요?

연이—진심은… 엄청 느껴져.

모카—진심이면 됐죠!

네오—호흡 배분과 라임 정리가 필요하다.

모카—너무 정확해서 아파요.

연이—(네오를 째려봤다) 꿈나무한테 좀 부드럽게.

네오—정확한 피드백이 성장에 도움이 된다.

연이—가끔은 성장 전에 회복이 필요해.

모카—괜찮아요. 저 백 년째 데뷔 전이라 멘탈은 튼튼해요.

연이—백 년째? 수달 수명이 그렇게 길어?

모카—운명 세계라서요.

연이—그럼 납득.

네오는 납득하지 말라는 얼굴로 연이를 봤다.

모카—근데 이분은 누구예요?

네오—사주의 강을 지키는 가디언이다.

모카—……사주 가디언? 그런 건 처음 듣는데요?

공기가 아주 잠깐 멎었다. 네오의 꼬리 끝이 딱 굳었다.

연이—오. 또 수상해졌어.

네오—모든 존재가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니다.

모카—저 이 섬 오래 살았는데요. 사주 가디언은 진짜 처음 들어요.

연이—네오. 너 유명한 가디언 아니었어?

네오—유명해야만 가디언인 것은 아니다.

모카—혹시 비밀 조직 같은 거예요?

네오—관찰만 해라. 파고들지는 말고.

연이—그 말 완전 파고들라는 플래그잖아.

네오—이 근처에 깃발은 없다.

모카—수상하지만 멋있네요.

네오—수상하다는 말은 빼라.

모카—그럼 멋있네요.

네오—(잠시) 그건 괜찮다.

연이—칭찬은 또 받네.

모카가 손목의 작은 시계를 보더니 기겁했다.

모카—아! 노바 전야제 시작하겠다! 설마 DEST1NOVA 몰라요?

연이—유명한 애들이야?

네오—식신·상관의 섬 최고의 아이돌 그룹이다. 먹고 말하고 노래하고 춤추는, 모든 힘의 상징이지.

모카—팬이자 미래의 동료입니다.

연이—그건 동료라기보단 팬이잖아.

모카—미래형 동료예요.

모카—근데 두 분은 왜 강제 접속까지 당한 거예요?

연이—(앞발을 내려다봤다) 나… 원래 사람이었어. 몸을 도둑맞고, 되찾으러 섬들을 도는 중이야.

연이의 목소리가 살짝 잠겼다.

모카—(헤드폰을 벗었다) 그거… 무대에 못 서고 백 년 기다리는 거보다 훨씬 무섭네요.

모카—근데 여기까지 온 거잖아요. 그럼 반은 온 거예요.

연이는 눈을 깜빡였다. 위로가 이렇게 훅 들어올 줄 몰랐다.

연이—…너, 라임보다 이게 더 잘 맞는데.

모카—그 말은 상처예요!

연이가 웃었다. 조금 허술하지만 진심인 수달이 이상하게 마음에 들었다.

모카—그러니까 오늘은 놀아요! 전야제 보고 나면 힘 날 거예요.

모카—처음 왔으면 노바 무대는 무조건 봐야 해요. 늦으면 좋은 자리 다 끝나요!

연이—(네오를 봤다) 가도 되지?

네오—목적지 자체가 섬의 중심이다. 가야 한다.

연이—좋아. 합법적으로 놀 수 있다.

네오—놀러 가는 게 아니다.

연이—겸사겸사지.

* * *

모카는 벌써 저 멀리 뛰고 있었다. 빨리요, 늦어요!

연이는 달빛 크림빵을 한입 더 물고 짧은 다리로 열심히 뛰었다. 통딩통딩.

음식 냄새와 음악, 장난과 박수가 섬 전체를 가득 채웠다.

이 섬은 자신을 밖으로 꺼내는 섬이었다. 좋으면 좋다고 말하고, 틀리면 틀린 대로 다시 해보는 섬.

연이—(앞서 뛰는 작은 사자의 등을 보며) 네오 정체는… 나중에 꼭 다시 물어봐야지.

아직 위기는 없었다. 아직은.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정말로 축제였다.

식신·상관의 섬 · 동료 모카 합류. 다음 무대: DEST1NOVA 전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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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집필 안내

『연이의 운명 노벨』은 Code Destiny가 직접 쓰고 그린 창작 소설입니다.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은 모두 지어낸 것이며, 실재하는 인물·단체와 관계가 없습니다.

이야기의 무대는 사주 명리학의 십성, 자미두수의 열두 궁, 숙요 27수라는 실제 전통 체계에서 가져왔습니다. 다만 그 설정을 서사에 맞게 각색했으므로, 작품 속 묘사를 그대로 점술 지식으로 받아들이지는 말아 주세요. 각 체계의 실제 해석 규칙은 별도의 기능 가이드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본문은 게시 전 편집자가 문장과 흐름을 다듬습니다. 오탈자나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을 발견하면 문의로 알려 주시면 확인 후 고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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