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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의 운명 노벨5부 · 계약의 끝과 귀환

EP.29 · 30 / 44

달라진 계절

달라진 계절. 현실로 돌아왔지만 떠날 때와 같은 자리가 아니다.

한글 약 13,295자 · 읽는 시간 약 32분

돌아온 세상은 떠나기 전과 같은 곳이 아니었다. 세상이 변한 게 아니라 읽는 사람이 변했으니까.

엎어지던 계단에서 더는 엎어지지 않았다. 놓치던 버스도 더는 놓치지 않았다. 불운이 사라진 게 아니라, 불운이 오는 길목을 미리 읽을 수 있게 된 거였다.

연이—과제도 이젠 마감 십 분 전이 아니라 이틀 전에 낸다니까. 후후, 이게 임오의 계획성이지.

달라진 건 운뿐이 아니었다. 사람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강의실에서 혼자 밥 먹는 신입생, 억지로 웃는 조교, 화난 척하지만 사실은 서운한 친구. 연이의 눈엔 그들의 겉말 밑, 진짜 마음이 하나씩 읽혔다.

연이—…예전엔 그냥 지나쳤을 텐데. 이제 다 보여. 저 신입생, 밥 같이 먹을 사람 찾는 거. 저 조교, 지쳤는데 티 안 내는 거. …저쪽 세계에서 배운 게, 이쪽 사람들 마음을 읽게 해 줬어.

연이는 혼자 밥 먹는 신입생 옆에 슬며시 앉아 말을 걸었다. 어색해하던 신입생이, 잠시 후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쏟아 냈다. 연이는 재성에서 배운 대로, 그 밑바닥까지 읽으며 다정하게 들어 주었다. 값이 아니라 뜻으로 사람을 대하는 법을, 이쪽 세계에서도 실천하고 있었다.

연이—…이거 좋다. 남 마음 읽어서, 외로운 사람 옆에 앉아 주는 거. 백문 님이 그랬어. 남을 살리는 자는 자기도 산다고. …나 요즘, 저쪽 세계에서보다 더 많이 웃는 것 같아. 남 도우면서.

어느 날은, 조별 과제로 다투던 두 친구 사이에 끼게 됐다. 겉으론 서로 화를 냈지만, 연이의 눈엔 둘 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읽혔다. 청토끼의 굶주림과 닮은, 그러나 훨씬 순한 마음이었다.

연이—…얘들아. 잠깐. 너 아까 '네가 다 하려고 한다'고 화냈지? 근데 사실은 '나도 잘하고 싶은데 안 알아준다'는 거잖아. 그리고 너는 '쟤가 안 도와준다'고 했지만, 사실은 '혼자 다 짊어져서 힘들다'는 거고. …둘 다, 서로한테 인정받고 싶었던 거야.

두 친구가 멈칫했다. 겉말 밑의 진짜 마음을 들킨 것이다. 잠시 후, 둘은 어색하게 웃으며 화해했다. 연이가 재성과 도서관에서 배운 '본뜻 읽기'가, 조별 과제 갈등 하나를 풀어낸 것이다.

연이—…하하. 이게 이렇게도 쓰이네. 청토끼 이기는 데 쓰던 힘을, 조별 과제 화해에 쓸 줄이야. …근데 뭐, 어디서든 쓸모 있으면 됐지. 눌린 마음 읽어 주는 거, 그게 제일 큰 힘이니까.

연이의 일상엔, 이따금 두 세계가 우습게 겹쳤다. 편의점에서 '삑삑' 카드 인식음이 나면 재성의 저울 소리가 떠올라 흠칫했고, 도서관에서 책장을 넘기면 백문의 등불 물고기가 헤엄치는 게 보이는 것 같았고, 강의실에서 교수의 잔소리를 들으면 백문의 수련이 그리워졌다.

연이—…나 진짜 두 세계에 다 발 담그고 사는구나. 편의점 카드 소리에 저울 떠올리고, 도서관에서 등불 물고기 그리워하고. …남들은 모르겠지. 내가 이렇게 두 세상을 오가는 사람인 거. …근데 이거, 외롭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

연이는 강의 노트 한 귀퉁이에, 저도 모르게 재성의 지도를 그리고 있었다. 비겁의 섬, 식상의 섬, 재성의 섬, 그리고 인성의 도서관. 그 옆에, 아직 가 보지 못한 별들의 궁을 물음표로 남겨 두었다. 곧 그 물음표를, 직접 채우러 가야 했다.

연이—…별들의 궁. 자미두수의 세계. 백여덟 별. 그리고 그 여자, 박지은. …거기서 소망이도 찾고, 백문 님 사서인도 되찾고, 네오의 진실도 알게 되겠지. …무섭지만, 기대도 돼. 이 물음표를, 내 손으로 채울 수 있으니까.

친구들은 연이가 어딘가 달라졌다고 했다. '요즘 너 되게 어른스러워졌어', '무슨 일 있었어?' …연이는 그저 웃었다. 며칠 사이 다른 세계에서 계절을 몇 번이나 났다고,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다만 그 경험이, 연이를 조금 더 깊은 사람으로 만든 것만은 분명했다.

* * *

밤마다 연이는 소망이의 원본을 되썼다. 백문의 본필을 쥐고, 호흡을 고르고, 일곱 겹 검은 도장을 한 겹씩. 서두르지 않았다. 급하게 하면 아이가 다친다는 걸, 도서관에서 배웠으니까. 매일 밤 한 겹씩, 소망이의 진심이 조금씩 또렷해졌다.

연이—…소망아. 오늘도 한 겹 벗겼어. 이제 다섯 겹 남았어. …네 진심이 조금씩 보여. '나는 아빠가 접어 준 종이 물고기를 아직 갖고 있다.' …아직 갖고 있구나. 백 년이 지났는데도. 그럼 너, 아직 널 안 놓은 거야. 조금만 더 기다려. 내가 꼭 찾아갈게.

소망이의 원본에서, 어느 밤 아주 흐릿한 좌표 같은 것이 비쳤다. 아직 완전하진 않았지만, 그 아이가 있는 곳의 실마리였다. 「별들의… 가장 깊은… 곳.」 소망이는, 박지은의 별들의 궁 어딘가에 있었다.

연이—…별들의 궁. 소망이가 거기 있어. …그럼 그 여자가, 소망이도 데려간 거야? 백문 님 딸을? …왜? 소망이도 시간을 뺏겼나. 아니면… 소망이도 그 여자 계획의 일부인가.

연이는 이 사실을 백문에게 전했다. 백 년을 찾아 헤맨 딸이, 박지은의 별들의 궁에 있다는 것을. 백문의 답장은 한참 뒤에야, 떨리는 필체로 피어났다. 「…그렇군. 그 아이가 거기에. …연이, 자네가 별들의 궁에 가거든, 소망이도 함께 부탁하네. 부디.」

연이—…네, 백문 님. 소망이도 꼭 데려올게요. 그 여자가 부숴서 가둔 창백한 운명도, 소망이도, 다. 별들의 궁에 갇힌 모든 걸, 제가 다 되살려 나올게요. …이제 갈 이유가 하나 더 늘었네요. 준비, 서두를게요.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연이의 하루는 두 세계로 나뉘어 흘렀다. 낮엔 이쪽 세계에서 강의를 듣고, 외로운 이 곁에 앉아 주고, 친구들 마음을 읽어 줬다. 밤엔 저쪽 세계 소식을 챙기고, 소망이 원본을 되쓰고, 호흡을 골랐다.

연이는 매일 아침 백문에게 배운 호흡 수련을 했다. 들이쉬며 '나는 흔들리지 않는다', 내쉬며 '내 곁의 이름들을 지킨다'. 완성된 사주가, 그 호흡에 깊이를 더했다. 어느 날 아침엔, 눈을 감고 호흡을 고르는 것만으로 손끝에 청록빛이 감돌기도 했다.

연이—…좋아. 힘은 잃지 않았어. 오히려 이쪽 세계에서 쉬면서, 더 또렷해졌어. 급하지도 늦지도 않게, 딱 준비되고 있어. …그 여자가 언제 부르든, 나 이제 갈 준비가 거의 됐어.

밤이면 연이는 방문을 잠그고, 전투 감각도 다졌다. 손끝에서 청록빛 덩굴을 아주 작게 피워 보고, 본필로 허공에 문장을 써 보고, 흔들리지 않는 숨을 연습했다. 이쪽 세계에선 쓸 일 없는 힘이었지만, 별들의 궁에선 목숨이 걸릴 힘이었다.

연이—…재성에선 나무, 인성에선 붓, 그리고 이제 별들의 궁에선 뭘 읽어야 할까. 백문 님이 그랬어. 별 하나하나에도 뜻이 있다고. …그럼 나, 별을 읽는 거야. 자미두수 백여덟 별의 뜻을. 그리고 그 판을 짠 박지은의 마음을.

연이가 눈을 감고 집중하자, 방 안에 아주 희미한 별빛 같은 것들이 떠올랐다. 완성된 사주가, 별의 결을 조금씩 읽어 내기 시작한 것이다. 아직 서툴렀지만, 별들의 궁에서 쓸 새로운 힘의 씨앗이었다.

연이—…느껴져. 별의 뜻. 아직 흐릿하지만. …이 힘이면, 그 여자의 명반도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별들의 판 밑에 깔린, 진짜 마음을. …좋아. 이 정도면, 갈 수 있어. 이제 그 여자가 부르기만 하면 돼.

우체통 새싹은 무럭무럭 자라, 이제 작은 나무가 됐다. 매일 백문의 편지가 피어났고, 루나의 물고기 사진이 헤엄쳤고, 모카의 새 랩이 울렸다. 연이의 방은, 두 세계가 만나는 따뜻한 정거장이 됐다. 쉼과 준비가, 그 방 안에서 조용히 공존했다.

하지만 평화는 조금씩 금이 가고 있었다. 우체통 나무의 잎이 이따금 거뭇하게 물들었고, 밤마다 꿈은 더 또렷해졌고, 꺼진 폰에 명반이 뜨는 일이 잦아졌다. 두 세계 사이에, 검은 것이 점점 짙게 스며들고 있었다. 폭풍은, 이제 문 앞까지 와 있었다.

* * *

어느 밤엔, 우체통 나무가 통째로 검게 시들었다가 간신히 되살아났다. 그 순간, 재성의 모든 채널이 잠깐 회색으로 꺼졌다. 연이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연이—…채널이! 루나! 언니! 백문 님! …답이 안 가. 우체통이 막혔어. …그 여자가, 두 세계 사이를 끊으려는 거야. 나랑 저쪽을 갈라놓으려고.

연이가 필사적으로 우체통 나무에 손을 얹고 청록빛을 흘려 넣자, 검게 시들던 잎이 다시 맑아졌다. 채널도 하나씩 되살아났다. 아직은, 연이의 힘이 그 검은 것을 밀어낼 수 있었다. 아직은.

[ 루나 ] 연이?! 방금 갑자기 채널 다 회색 됐었어! 하늘도 잠깐 이상했어! 별이 검게! 무서웠어! 너 괜찮아?!

연이—…루나! 괜찮아! 나 방금 우체통 되살렸어. …근데 루나, 너 조심해. 그 여자가 두 세계 사이를 건드리기 시작했어. 하늘 이상하면 바로 언니랑 안전한 데로 피해. 알았지? 나 곧 갈게. 정말 곧.

[ 루나 ] 응! 근데 연이 빨리 와… 나 무서워. 하늘이 자꾸 검어져. 별들이 이상해. …언니가 그러는데, 이거 별들의 궁이 재성까지 삼키려는 거래.

연이—…별들의 궁이 재성을. …그 여자가, 나를 부르려고 재성부터 흔드는 거야. 내가 안 가면, 재성을 삼키겠다는. …비겁하지만, 효과적이야. 내가 안 갈 수가 없으니까. …기다려, 루나. 나 이제 진짜 간다.

연이는 방을 정리했다. 언니의 손수건을 목에 두르고, 백문의 본필을 품에 넣고, 루나의 물 조약돌을 손목에 걸었다. 소망이의 원본은 가슴 안쪽 깊이. 그리고 폰 배경화면의 사진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봤다. 웃는 얼굴들.

연이—…이 평범한 방이랑도, 잠깐 안녕이네. 삼각김밥이랑, 자취방이랑, 친구들이랑. …다시 올게. 근데 이번엔, 저쪽 일 다 끝내고 올 거야. 그 여자 문제도 풀고, 다들 지키고, 소망이도 찾고. …돌아올 땐, 진짜 온전히 쉴 수 있게.

연이는 책상에 앉아, 노트에 이렇게 적어 두었다. 「나는 연이다. 값이 아니라 뜻을 읽는 사람. 별들의 궁에서, 나는 미움 대신 이해로, 힘 대신 읽기로 싸울 것이다. 그리고 아무도 잃지 않는 결말을 되쓸 것이다.」 그 문장이, 연이가 매일 밤 되새기는 각오였다.

연이—…준비는 됐어. 이제 앱이 울리기만 하면 돼. …그 여자. 당신도 곧 만나겠네. 미워하러 가는 게 아니라, 읽으러 가는 거야. 당신 밑바닥의 그 텅 빈 구멍을. 그리고 당신도, 당신이 부순 것들도, 다 되살릴 길을 찾으러.

연이는 그 며칠, 늘 옷을 챙겨 두고 잤다. 언제 앱이 울려도 바로 뛰어갈 수 있게. 창밖으로, 도시의 밤하늘이 이따금 검게 일렁였다. 두 세계의 경계가, 점점 얇아지고 있었다. 폭풍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연이—…온다. 이제 곧. …괜찮아. 준비됐어. 언니 손수건, 백문 님 붓, 루나 돌. 다 챙겼어. 그리고 이 완성된 별들이랑, 흔들리지 않는 문장이랑, 두 세계 사람들의 마음. …이번엔, 아무도 안 잃고 다 구할 거야. 그 여자도, 부서진 나도, 소망이도, 다.

하지만 폭풍이 완전히 닥치기 전, 마지막 며칠은 이상하리만치 평온했다. 마치 태풍의 눈처럼. 연이는 그 짧은 평온 속에서, 두 세계를 오가는 일상을 마지막으로 누렸다. 그 하루하루가, 지나고 보면 눈부시게 소중한 날들이었다.

* * *

교수는 연이의 리포트에 이렇게 적었다. 「문장이 달라졌네요. 뿌리가 있는 글입니다.」 연이는 그 평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뿌리가 있는 글.' 백문이 가르친 '뿌리내림'이, 글에도 배어 있었던 것이다.

* * *

점심시간의 벤치. 연이는 이제 습관처럼 폰을 열었다. 앱 알림함은 두 세계를 잇는 우체통이 되어 있었다.

[ 루나 ] 오늘 매출 신기록! 언니가 신메뉴 만들었어. 이름이 「연이빵」이야. 돼지 모양이야. 화내지 마.

연이—…왜 하필 돼지 모양이냐고. 나 이제 엄연히 사람이라니까?

[ 루나 ] 그치만 그때가 제일 귀여웠단 말이야. 반품은 안 받아.

[ 백문 ] 금일 신착 도서 알림. 「재성의 섬 부흥 백서」. 자네 이야기가 3장에 실렸네. 다소 미화되었더군. 그리고 누가 빵을 아홉 개나 먹은 걸로 적혀 있는데, 그건 나일세.

연이—백문 님, 그건 미화가 아니라 그냥 사실이잖아요!

[ 백문 ] …반박할 수 없군. 다만 열 개째는 서비스였으니, 정정을 요청해 뒀네.

연이—…백문 님 진짜 귀여우세요. 백 년 묵은 대사서가 빵 개수로 정정 요청이라니. …아, 나 이 채널 볼 때마다 웃겨서 강의 중에 큰일 나. 교수님이 자꾸 쳐다봐.

[ 루나 ] 연이! 나 오늘 언니한테 물의 힘 보여 줬어! 언니가 울었어! '우리 루나가 언제 이렇게 컸냐'고! 헤헤 나 칭찬받았어!

연이—…루나. 언니가 울었구나. 그럴 만하지. 담보로 잡혔다 돌아왔는데, 동생이 이렇게 강해졌으니. …너 진짜 대단해, 루나. 나 없는 동안 혼자 그렇게 큰 거. 나 너 진짜 자랑스러워.

[ 루나 ] 히히 근데 다음엔 너랑 같이 연습하고 싶어. 빨리 와. 삼각김밥이랑 같이! 나 매일 기다려.

연이—…응, 곧 갈게. 진짜 곧. …근데 루나, 너 요즘 밤에 이상한 거 없어? 하늘이 이상하거나, 별이 검거나. …아니야. 그냥 물어봤어. 너 조심해.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하고.

[ 네오 ] 이상 없다.

연이—'이상 없다'라니. 그게 무슨 답장이야, 진짜. 좀 길게 쓰라니까.

투덜대면서도 연이는 그 짧은 답장을 지우지 않았다. 알림함 별표 폴더에는 네오의 무뚝뚝한 답장들이 하나씩 쌓여 갔다.

두 세계의 우체통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재성의 아침이 열리고, 도서관의 등불 물고기가 헤엄치고, 식상의 무대가 불을 밝힐 때마다, 연이의 폰이 울렸다. 연이는 강의를 들으면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그 알림들을 하나씩 챙겨 봤다.

[ 루나 ] 오늘 물의 힘 연습했어! 이제 물로 물고기 세 마리 동시에 만들 수 있어! 봐봐 (사진 첨부)

연이—…우와, 루나 진짜 늘었네. 물고기 세 마리라니. …답장. '대박! 너 진짜 물의 마스터 되겠다. 다음에 가면 같이 연습하자. 그때 나 지켜 주기로 했잖아 ㅎㅎ'

[ 언니 ] 연이빵이 대박 났어요. 하루 백 개씩 나가요. 돼지 모양이 귀엽대요. 미안해요 ㅎㅎ (그래도 안 바꿀 거예요)

연이—…아니, 왜 다들 나를 돼지 모양으로. …근데 뭐, 잘 팔린다니 됐어. 나 꽃돼지였던 거, 이제 부끄럽지 않아. 그 몸으로 섬 세 개 건넜는데. 오히려 자랑스럽지.

[ 모카 ] 신곡 '연이빵' 완성! '돼지 아니고 사람! 근데 빵은 돼지 모양! 값을 못 매기는 이 귀여움!' 어때?!

연이—…모카 너, 내 굴욕을 랩으로 만들었어?! …근데 은근 중독성 있어. 아, 다들 진짜. 나 없는 동안 재성이 완전 축제네. …좋다. 이 소식들 들으면, 하루가 다 환해져.

하지만 그 밝은 소식들 사이로, 연이는 가끔 서늘한 것을 느꼈다. 우체통 새싹이 이따금 가장자리부터 거뭇해졌다가 맑아지곤 했다. 두 세계 사이에, 무언가 어두운 것이 조금씩 스며들고 있었다. 연이는 그 낌새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애써 일상을 붙들었다.

그리고 그 무렵부터였다. 흰 고양이가 나타난 것은.

저쪽 세계, 재성의 부두. 네오는 두 세계 사이의 문을 오래 들여다보고 있었다. 파수꾼의 온전한 몸으로는 건널 수 없는 문. 하지만 문득,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힘을 다 버린, 작고 무해한 형태라면. 문이 경계하지 않을 만큼 작은 존재라면.

네오—(…파수꾼의 몸으론 못 건너. 그 여자가 감지하니까. …하지만 힘을 다 내려놓고, 그냥 작은 짐승 하나가 된다면. 별자리도 없고 힘도 없는, 흔한 길고양이 한 마리라면… 문이 나를 못 알아볼지도 몰라. 잠깐이라도, 저 아이 곁에 갈 수 있을지도.)

은빛 사자가 몸을 웅크리자, 그 거대한 형체가 작고 하얀 고양이로 접혀 들었다. 파수꾼의 위엄도, 금빛 힘도 다 버린 채. 오직 '저 아이가 잘 있나 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 남긴, 가장 작고 무해한 형태로.

작아진 만큼, 문은 그를 경계하지 않았다. 힘없는 짐승 하나가 슬쩍 문틈으로 스며들었다. 그렇게 네오는, 온전한 몸으론 못 가는 저쪽 세계로 — 작은 흰 고양이가 되어, 몰래 건너갔다. 오직 연이를 한 번 보기 위해서.

처음엔 도서관 앞이었다. 다음엔 편의점 지붕, 그다음엔 벤치 밑. 눈처럼 흰 털에, 어딘가 낯익은 호박색 눈.

연이—…너 또 왔네? 야옹아. 아니, 야옹 씨?

고양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연이가 앉으면 반 걸음 떨어진 곳에 앉았다. 반 걸음. 어디서 많이 본 간격이었다.

연이—…네오?

고양이의 귀가 움찔했다. 그러고는 시치미를 떼듯 세수를 시작했다. 연이는 웃음이 터졌다. 세상에서 제일 서투른 잠입이었다.

연이—저기요 첩보원님, 잠입할 거면 귀부터 숨겨야죠. 방금 확실하게 움찔했거든?

고양이는 못 들은 척 앞발만 더 열심히 핥았다.

연이—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고 알림을 보내면 되잖아, 바보야.

고양이는 세수를 멈추지 않았다. 귀 끝만 아주 조금 붉었다.

연이—좋아, 그럼 최종 테스트. 네가 진짜 네오면 이거 맞혀 봐. 사주에서 나무가 물을 만나면?

고양이는 미동도 없었다. 그런데 연이가 혼잣말처럼 「정답은 수생목, 물이 나무를 살리는 거지」라고 흘리자, 흰 귀가 「그건 기초잖아」라고 핀잔하듯 한 번 까딱였다.

연이—방금 그거! 아는 척했어! 세상에 오행 채점하는 길고양이가 어딨어. 이 정도면 자백이거든?

연이—자, 그럼 결정타. 이거 못 맞히면 인정 안 할게. …청토끼가 회중시계로 처음 덧쓴 조항이 뭐였게?

고양이는 이번엔 정말 미동도 없었다. 오래 시치미를 뗐다. 그런데 연이가 슬쩍 「모르나 보네, 그냥 길고양이였나 봐」 하자, 고양이가 발끈하듯 앞발로 땅바닥에 「도서관 운영 효율화 협약」이라고 긁어 썼다.

연이—…봤지?! 봤지?! 방금 앞발로 글씨 썼어! 그것도 백문 님 계약서 내용을! 야, 이 정도면 자백이 아니라 완전 실토야! 너 네오 맞잖아! 인정해!

고양이는 자기가 방금 글씨를 쓴 걸 뒤늦게 깨달은 듯, 재빨리 앞발로 흙을 덮어 지웠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연이는 배를 잡고 웃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파수꾼이, 세상에서 제일 허술한 첩보원이었다.

연이—…아, 웃겨. 너 재성에선 그렇게 무게 잡더니. 여기선 완전 개그캐야. …근데 그래서 더 좋아. 이런 너, 나만 아는 거잖아. 무뚝뚝한 척하는 속에, 이렇게 허술하고 다정한 애가 있는 거.

그때 벤치 밑으로 비둘기 한 마리가 뒤뚱뒤뚱 걸어왔다. 떨어진 빵 부스러기를 노린 것뿐이었는데.

흰 고양이의 눈빛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세수하던 앞발이 허공에 멈추고, 등이 낮아지고, 시선이 비둘기의 삼시 방향과 퇴로를 동시에 훑었다. 벤치 밑 지형까지 계산하는, 완벽한 전략실의 눈이었다.

연이—…거봐. 비둘기 한 마리 앞에서 작전도를 그리는 고양이가 세상에 어딨냐고. 네오, 그거 직업병이야. 전략실에 너무 오래 있었어.

비둘기가 시시하다는 듯 날아가 버리자, 고양이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세수 자세로 돌아갔다. 다만 이번엔 세수가 조금 어색했다. 명백히, 들킨 자의 세수였다.

연이—사자님, 잠입 요원으로는 낙제점이에요. 귀 하나 못 숨기고, 오행 문제엔 발끈하고, 비둘기한테 전투태세고. 근데 있잖아,

연이—매일 와 줘서 고마워. 도서관 앞, 편의점 지붕, 벤치 밑. 나 다 세고 있었어. 반 걸음씩, 하루도 안 빼고 왔더라.

연이는 폰을 열어 알림 하나를 띄웠다. 「오늘도 이상 없음. 흰 고양이 씨 덕분에.」 그러자 저 멀리 어딘가에서, 벤치 다리를 타고 아주 작은 진동이 전해졌다. 어떤 무뚝뚝한 폰이 울린 모양이었다.

고양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반 걸음 앞서 걷기 시작했다. 집까지 바래다주려는 것이었다. 세상에서 제일 서투른 첩보원이, 세상에서 제일 다정한 경호원이 되는 순간이었다. 연이는 그 반 걸음 뒤를 천천히 따라 걸었다.

연이—…네오. 너 이렇게 작아져서 여기까지 온 거야? 힘도 다 버리고. …그러다 위험하면 어쩌려고. 이 세계엔 널 지켜 줄 것도 없는데. 그냥 앱으로 연락하면 되잖아, 바보야.

고양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걸음을 멈추고, 호박색 눈으로 연이를 올려다봤다. 그 눈에, 앱으로는 전할 수 없는 것이 담겨 있었다. '글자로는 부족했어. 그냥, 네가 잘 있는 걸 두 눈으로 보고 싶었어.'

연이—…바보. 그런 눈으로 보면 내가 어떻게 화를 내. …알았어. 근데 무리하진 마. 위험한 낌새 있으면 바로 돌아가. 알았지? …그리고 이렇게 와 줘서, 진짜 고마워. 화면 너머 말고, 이렇게 진짜로 옆에 있어 줘서.

고양이가 연이의 발치에 살짝 몸을 부볐다. 파수꾼의 위엄으론 절대 못 할 행동이었다. 작은 고양이가 되어서야, 네오는 처음으로 이렇게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할 수 있었다. 연이는 그 작은 온기를 안아 올렸다. 품 안에서, 고양이가 아주 작게 그르릉거렸다.

연이—…어? 너 또 골골거려. 무서운 파수꾼님이. …하하. 나 이거 녹음해서 루나한테 보낼 거야. '네오 실체 2탄.mp3'. …농담이야. 이건 나만 알래. 우리 둘만의 비밀.

연이는 고양이를 품에 안고 집으로 걸었다. 낯선 세계에 몰래 건너온 파수꾼과, 두 세계를 다 아는 소녀. 남들 눈엔 그냥 길고양이를 안은 대학생이었지만, 두 사람에게 이 저녁은 어떤 말로도 다 못 할 만큼 소중했다. 곧 닥칠 폭풍 전의, 마지막 다정한 산책이었다.

* * *

집에 온 연이는 흰 고양이에게 우유를 데워 줬다. 고양이는 처음엔 파수꾼의 위엄을 지키려 도도하게 굴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접시에 코를 박았다. 연이는 그 모습에 한참을 웃었다.

연이—…파수꾼님, 우유 앞에서 위엄 다 무너지셨네요. …아, 이거 진짜 못 참겠다. 너 이렇게 귀여운 애였어? 재성에선 맨날 무섭게 등만 세우고 있더니. …작아지니까 진짜 모습이 나오나 봐.

고양이는 우유를 다 먹고, 연이의 무릎에 자리를 잡았다. 그르릉거리는 진동이, 연이의 손끝으로 전해졌다. 연이는 그 작은 온기를 쓸어내리며, 문득 코끝이 시큰해졌다. 이 다정한 시간이, 오래가지 못할 걸 알았기에.

연이—…네오. 나 알아. 너 곧 돌아가야 하는 거. 그리고 곧, 우리 별들의 궁에서 다시 만나는 거. 거기서 나, 너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되겠지. …근데 있잖아. 그게 뭐든, 나는 이 시간을 기억할 거야. 무릎에서 그르릉거리던 이 작은 너를. 그게 진짜 너니까.

고양이는 대답 대신, 연이의 손에 얼굴을 부볐다. 그리고 호박색 눈으로 오래 연이를 올려다봤다. 그 눈빛에, 곧 닥칠 것에 대한 미안함과,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다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말 없이 오래 함께 있었다.

연이—…있잖아, 네오. 나 이 세계로 돌아와서 알았어. 집이 그리웠던 게 아니라, 지킬 사람이 필요했던 거였어. 근데 지킬 사람은, 다 저쪽 세계에 있더라. …그러니까 나, 곧 갈 거야. 거기가 이제 내 집이기도 하니까. 너희가 있는 곳이.

그때, 창밖으로 검은 비 냄새가 스쳤다. 무릎 위의 고양이가 갑자기 귀를 세우고 몸을 일으켰다. 호박색 눈에 긴장이 어렸다. 두 세계 사이의 문이, 그의 존재를 조금씩 알아채기 시작한 것이다. 힘없는 고양이라도, 너무 오래 머물면 들킨다.

연이—…네오? 왜 그래. …아, 돌아가야 하는 거구나. 그 여자한테 들키기 전에. …벌써. 조금만 더 있으면 안 돼?

고양이는 아쉬운 듯 연이의 손에 한 번 더 얼굴을 부비고, 창가로 향했다. 창밖엔, 두 세계를 잇는 옅은 빛의 틈이 열려 있었다. 돌아갈 문이었다. 고양이는 그 앞에서 잠깐 멈춰, 연이를 돌아봤다.

연이—…가야 하는 거지. 알아. …네오, 와 줘서 고마웠어. 이렇게 작아져서, 힘도 다 버리고, 위험을 무릅쓰고. 그냥 나 보려고. …나 이거 평생 안 잊을 거야. 다음에 별들의 궁에서 만나면, 이번엔 내가 너 지킬게. 꼭.

고양이가 마지막으로 야옹, 하고 아주 작게 울었다. 그건 파수꾼의 무뚝뚝한 '이상 없다'가 아니라, '보고 싶을 거야'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고양이는 빛의 틈으로 사뿐히 뛰어들어, 사라졌다. 연이의 무릎엔, 아직 그르릉거리던 온기가 남아 있었다.

연이—…갔네. …근데 괜찮아. 곧 다시 만날 거니까. 이번엔 진짜로, 별들의 궁에서. …네오. 거기서 무슨 진실이 나와도, 나 오늘 이 그르릉을 기억할게. 무릎 위에서 나한테 다 내려놓던, 진짜 너를.

저쪽 세계, 재성의 부두. 흰 고양이가 다시 은빛 사자로 돌아왔다. 네오는 아직 손에 남은 연이의 온기를 오래 느꼈다. 힘을 다 버리고 얻은 그 짧은 시간이, 백 년을 벼려 온 어떤 순간보다 소중했다.

네오—…연이. 그 진실을 알게 되는 날, 네가 나를 미워하지 않기를. …아니, 미워해도 좋아. 오늘 이 온기 하나면, 나는 어떤 대가도 치를 수 있어. …곧 만나자. 별들의 궁에서. 이번엔,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지킬게.

* * *

흰 고양이는 그 뒤로도 종종 나타났다. 늘 반 걸음 거리에서. 연이는 이제 그 존재가 익숙해져, 강의 끝나면 벤치에서 고양이를 기다리곤 했다.

연이—…네오. 오늘도 왔네. …있잖아, 나 요즘 이 시간이 제일 좋아. 너랑 이렇게 벤치에 앉아 있는 거. 말은 안 통해도, 그냥 옆에 있는 것만으로. …재성에선 늘 쫓기느라 이런 시간 없었는데.

고양이는 대답 대신, 연이의 가방에 얼굴을 부볐다. 가방 속엔 언니의 손수건과 루나의 물 조약돌이 들어 있었다. 고양이가 물 조약돌 냄새를 맡더니, 아는 냄새라는 듯 귀를 쫑긋 세웠다.

연이—…아, 이거 루나 물 조약돌이야. 냄새로 알아? 역시. …루나 진짜 많이 컸어. 물로 물고기도 만들고. 다음에 별들의 궁에서 다 같이 만나면, 너 루나한테 놀라겠다. 겁쟁이 배달 토끼가 이렇게 컸나 하고.

고양이는 물 조약돌 냄새를 오래 맡았다. 마치, 곧 벌어질 싸움에서 그 조약돌이 중요한 역할을 할 걸 예감하듯이. 파수꾼의 본능은, 작은 고양이가 되어서도 사라지지 않았다.

* * *

어느 날은, 고양이가 연이 앞에 낙엽 한 장을 물어다 놓았다. 무슨 뜻인가 갸웃하던 연이가, 문득 웃음을 터뜨렸다. 낙엽 위에 발톱으로, 아주 서툴게 하트 모양이 그어져 있었던 것이다.

연이—…이거 뭐야, 하트?! 네오가?! …아, 진짜. 무뚝뚝한 척은 다 하면서, 이런 건 또. …고마워. 나도, 나도 너 좋아해. 파수꾼이든 고양이든, 다.

고양이는 들켰다는 듯 후다닥 벤치 밑으로 숨었다. 귀 끝이 새빨갰다. 연이는 그 낙엽을 소중히 책 사이에 끼웠다. 두 세계를 넘어 전해진, 세상에서 제일 서툴고 제일 진심 어린 마음이었다.

* * *

어느 밤, 우체통 나무가 특별한 걸 피워 냈다. 편지가 아니라, 움직이는 그림이었다. 재성 사람들이 다 같이 화면 너머로 손을 흔드는, 일종의 영상 편지였다.

빵집 언니가 갓 구운 빵을 들어 보이고, 루나가 물고기를 빚어 보이고, 백문이 지팡이로 축복을 새기고, 모카가 응원가를 부르고, 되찾은 섬 사람들이 「연이! 잘 지내요!」를 외쳤다. 그리고 저만치 구석에, 은빛 사자가 어색하게 서서 앞발을 살짝 들어 보였다.

연이—…뭐야 이거. 다들. …영상 편지까지. …아, 눈물 나. 다들 이렇게. …네오 너도 저 구석에서 앞발 들었네. 하하, 여전히 어색해. …근데 다들, 진짜 보고 싶다. 화면 말고, 진짜로.

연이—…기다려요, 다들. 나 곧 갈게요. 준비 거의 다 됐어요. 별의 뜻도 읽기 시작했고, 소망이 위치도 잡혔고, 힘도 또렷해졌어요. …그 여자가 부르면, 바로 뛰어갈게요. 그리고 이번엔, 모두를 지킬게요. 한 명도 안 잃고.

연이는 영상 편지를 몇 번이고 다시 봤다. 그 웃음들이, 다가올 어둠 속에서 자기를 지켜 줄 등불이 될 거라 믿으며. 하지만 그 영상 편지 끝자락에, 아주 잠깐 — 화면이 검게 지직거리며, 검은 별들이 스쳐 지나갔다. 별들의 궁이, 그 따뜻한 편지마저 엿보고 있었다.

* * *

그런 날들의 밤이었다. 꿈이 이상해진 것은.

꿈속에서 비가 내렸다. 검은 비였다. 우산을 써도 마음이 젖는 비. 박지은의 방 창밖을 적시던 그 비와, 같은 비였다. 그리고 빗속에 얼굴이 지워진 남자가 서서 이쪽을 보고 있었다.

남자는 슬퍼 보였다. 낯설면서도 사무치게 낯익었다. 연이가 손을 뻗으면 남자는 늘 빗줄기 사이로 흩어졌다. 그럴 때마다, 남자의 입 모양이 무언가를 말하는 것 같았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아주 다정하고 슬픈 말이었다.

연이—(저 사람… 누구지. 왜 자꾸 미안한 기분이 들지. …그리고 왜, 저 사람을 보면 네오가 겹쳐 보이지. 얼굴은 없는데, 그 옆에 서 있는 느낌이 네오랑 똑같아. …이 남자, 네오랑 무슨 관계일까.)

꿈은 매번 조금씩 더 또렷해졌다. 어느 밤엔, 빗속의 남자 곁에 어린 여자아이 하나가 서 있었다. 창백하고 아파 보이는, 신미 함에서 봤던 그 소녀. 남자는 그 아이의 손을 차마 놓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세상에서 그 아이 하나만은 끝내 잃지 않으려는 사람처럼.

또 어느 밤엔, 그 남자 뒤로 은빛 사자의 그림자가 어렸다. 얼굴 없는 남자와 은빛 사자가, 겹쳐졌다 떨어졌다 했다. 마치, 하나였다가 둘로 갈라진 것처럼. 연이는 그 광경 앞에서, 이유 모를 눈물을 흘렸다.

연이—(…얼굴 없는 남자랑 네오가, 왜 자꾸 겹쳐 보이지. 하나였다가 갈라진 것처럼. …설마. 설마 저 남자가… 아니야. 그럴 리가. …근데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프지. 왜 자꾸, 내가 저 남자한테 미안하지.)

또 다른 밤엔, 빗속의 남자가 처음으로 소리를 냈다. 아주 멀고 흐릿했지만, 분명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미안해. 내가 널 이 세계로 끌어들였어. 너를 지키려다, 오히려.」

연이—(…나를 이 세계로 끌어들였다고? 저 남자가? …그럼 내가 이 세계에 온 게, 우연이 아니라 저 남자 때문이야? …대체 저 남자는 누구야. 나랑 무슨 관계야. 왜 나를 지키려 했어.)

꿈은 답을 주지 않았다. 다만 조각을 하나씩 더 던져 줄 뿐이었다. 얼굴 없는 남자, 창백한 아이, 은빛 사자, 그리고 '너를 지키려다'라는 말. 연이는 잠에서 깰 때마다, 그 조각들이 하나의 아픈 진실을 향해 모이고 있음을 느꼈다. 별들의 궁에서, 그 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연이—(…저 창백한 아이. 왜 자꾸 나랑 겹쳐 보이지. 그리고 저 얼굴 없는 남자는… 왜 자꾸 은빛 사자처럼, 네오처럼 보이지. …근데 왜, 그 남자가 나를 보면서 미안해하지. 왜 내가 그 남자한테 미안하지. …이 꿈, 뭔가 있어. 그냥 꿈이 아니야.)

연이는 그 꿈을 백문에게 우체통으로 물었다. 「검은 비 속의 얼굴 없는 남자, 그 옆의 창백한 아이. 자꾸 미안해요. 이게 무슨 꿈일까요.」 백문의 답장은, 오래 뜸을 들인 뒤에야 피어났다.

[ 백문 ] …자네가 잃어버린 시(時)의 기억, 그 언저리를 헤매는 꿈일세. 얼굴 없는 남자는… 자네를 지키려는 자의, 버려진 반쪽일세. 은빛 사자와 그 남자는, 실은 하나야. 둘로 보일 뿐. …더는 말할 수 없네. 그 남자의 이름은, 파수꾼의 진실과 얽혀 있으니.

연이—…네오랑 얽혀 있다고. …역시. 꿈에서 그 남자 옆에 서면, 자꾸 네오가 겹쳐 보였어. …백문 님, 그 남자랑 네오가 무슨 관계예요? 왜 제가 그 남자한테 미안하죠?

[ 백문 ] …그건 별들의 궁에서, 파수꾼의 입으로 들어야 하네. 사서는 남의 미완성 원고를 미리 읽어 주지 않아. 다만 이것만 — 그 꿈이 자꾸 또렷해진다는 건, 자네가 그 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일세. 마음을, 단단히 먹어 두게.

연이—…네. …알겠어요. 무섭지만, 도망 안 쳐요. 그 진실이 뭐든, 저 마주할 거예요. …근데 백문 님. 하나만. 그 남자, 지금 살아 있어요?

[ 백문 ] …그건, 나도 모른다네. 백 년 전 사라졌으니. …다만 자네 꿈에 자꾸 나온다는 건, 어딘가 흔적이 남아 있다는 뜻이겠지. 별들의 궁에서, 어쩌면 그 답도 찾게 될 걸세.

연이는 답장을 오래 들여다봤다. 얼굴 없는 남자, 창백한 아이, 그리고 네오. 조각들이 조금씩 하나의 그림을 향해 모이고 있었다. 아직은 흐릿했지만, 그 그림이 완성되는 날, 연이의 여정은 가장 아픈 진실과 마주하게 될 것이었다.

* * *

무거운 꿈과 별개로, 낮의 일상은 계속 흘렀다. 그리고 그 일상에는, 새 식구가 하나 생겨 있었다. 창틀에 앉아 연이를 빤히 보는, 눈이 유난히 파란 흰 고양이.

고양이는 며칠 전부터 자취방 창가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문을 열어 두면 슬쩍 들어와 책상 위 제일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연이가 과제를 하면 노트북 키보드 위에 배를 깔고 누웠다. 마치, 원래 여기 살던 것처럼.

연이—…야. 너 진짜 뻔뻔하다? 남의 방에 처음 온 고양이가 제일 좋은 자리부터 찜하냐. …근데 왜 이렇게 낯이 익지. 그 호박색 눈. 그 도도한 표정. 어디서 많이 봤는데.

고양이는 대답 대신 앞발로 세수를 하곤, 연이를 향해 한쪽 눈을 천천히 감았다 떴다. 그 몸짓이, 어딘가 익숙한 누군가의 '흥' 소리를 닮아 있었다.

연이—…설마. …너, 혹시. …아니야. 그럴 리가 없잖아. 네오는 저쪽 세계 밖으로 못 나온다고 했는데. …근데 왜 자꾸 네가 그 은빛 사자처럼 보이지.

연이는 몰랐다. 힘을 거의 다 잃은 파수꾼이, 세계의 문이 감지하지 못할 만큼 작고 무력한 짐승의 몸을 빌려, 이쪽으로 건너올 수 있다는 것을. 그가 왜 굳이, 매일 이 창가에 찾아오는지도.

고양이는 연이가 삼각김밥을 까면 어김없이 야옹, 하고 지분을 요구했다. 참치마요를 조금 떼어 주면 도도하게 냄새만 맡곤, 결국 다 먹어 치웠다. 그러곤 또 시치미를 뗐다.

연이—…먹을 거 앞에서만 친한 척. 진짜 딱 그 녀석이네. …그래, 네오라고 치자. 네오야. 저쪽 다들 잘 있어? 루나는? 백문 님은? 소망이 소식은 없고? …하, 내가 고양이한테 뭘 묻고 있는 거야.

고양이는 창밖의 밤하늘을 한참 올려다보았다. 별 하나가 유난히 흐린 밤이었다. 그 호박색 눈에, 잃어버린 자기 별자리를 그리는 듯한 쓸쓸함이 스쳤다. 연이는 그 눈빛을, 오래 기억하게 된다.

* * *

점심시간, 벤치. 우체통 앱이 울렸다. 루나였다. 이번엔 수다가 아니라, 사진 한 장. 유리컵에 담긴 물 위로, 작은 물방울 하나가 중력을 거슬러 동그랗게 떠 있는 사진이었다.

[ 루나 ] 언니!! 나 드디어 성공했어!! 물방울 띄우기!! 언니가 알려준 대로 '누르지 말고 흐르게 두라'고 계속 되뇌었더니, 진짜로 떴어!! 언니 언니 나 재능 있는 거 같아 헤헤

연이—…루나. 너 진짜 많이 컸다. 재성에서 눈물로 도장 씻던 애가, 이젠 물방울을 손끝으로 띄워. …물은 억지로 못 다뤄. 네가 그걸 몸으로 안 거야. 무성의 물이 억지로 가두는 물이라면, 네 물은 흐르게 두는 물이야. 그게 훨씬 세.

[ 루나 ] 헤헤 언니가 칭찬해줬다 오늘 일기에 적어야지. 근데 언니, 요즘 물이 자꾸 나한테 말을 거는 것 같아. 빗소리가 슬프게 들려. 강물이 아파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거 그냥 기분 탓이지?

연이—(…기분 탓이 아니야, 루나. 강이 진짜 앓고 있어. 넌 이제 물의 소리를 듣는 애가 됐으니까, 그게 들리는 거야.) …응, 기분 탓일 거야. 그래도 물이 뭐라 하는지 잘 들어 둬. 언젠가 그게, 너를 지켜줄 거야.

연이는 답장 끝에 훈련 하나를 더 붙여 주었다. 「이번엔 물방울을 '지키는' 연습을 해봐. 컵 위에 띄운 물방울을, 누가 톡 쳐도 안 흩어지게. 흐르되 무너지지 않게. 그게 방패의 시작이야.」

[ 루나 ] 방패…! 오 뭔가 멋있다. 알겠어 언니. 나 열심히 연습할게. 언니가 저쪽 오면 짠 하고 보여줄 거야. …빨리 와, 언니. 다들 언니 기다려. 특히 나.

연이—…응. 곧 갈게. 생각보다, 아주 곧.

뒤이어 우체통에 다른 소식들도 도착했다. 루나 언니의 안부였다. 재성에서 회복한 뒤로, 언니의 메시지엔 늘 갓 구운 빵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 루나 언니 ] 연이 학생, 잘 지내죠? 루나가 요즘 물장난이 늘었어요. 아니 물장난이 아니라 '수련'이라고 부르랬죠. 부엌 바닥이 늘 흥건해서 큰일이지만… 그래도 우리 루나가 뭔가에 저렇게 진심인 거, 처음 봐요. 다 연이 학생 덕분이에요.

[ 루나 언니 ] 저쪽 세계가 요즘 좀 뒤숭숭한가 봐요. 밤하늘 색이 이상하다고 다들 그래요. 연이 학생, 무리하지 말아요. …근데 온다면, 오기 전에 꼭 밥 든든히 먹고 와요. 빈속으로 운명이랑 싸우는 거 아니에요. 언니가 빵 잔뜩 구워 놓을게요.

연이—…루나 언니는 여전하시네. 운명이랑 싸우기 전에 밥부터 먹으래. …근데 그 말이, 이상하게 제일 든든해. 알겠어요, 언니. 가면 언니 빵부터 먹을게요. 열 개.

[ 모카 ] 냐옹 선생 나 모카! 요즘 재성 무대 매출 대박이야! 근데 요즘 관객들이 자꾸 하늘 보면서 불안해해. 별이 이상하대. 나 이래 봬도 눈치 백 단인데, 뭔가 큰 게 오고 있어. 연이 너, 준비됐지? 나도 낄 거야. 무대는 내가 접수한다냥.

연이—…모카 너까지. 그래, 다 같이 준비하자. 이번엔 혼자 안 싸워. 너희 다 있잖아.

* * *

그날 밤. 연이는 품속의 종이 물고기를 꺼냈다. 소망이의 원본. 백문의 잃어버린 딸. 되쓰면, 그 아이가 지금 어디 있는지 실마리가 잡힐지도 몰랐다. 연이는 본필을 들었다.

연이—…소망아. 널 되쓰는 게 아니야. 널 찾으려고, 딱 한 줄만 읽을게. 네가 지금 어디서 무서워하고 있는지. …백문 님한테, 꼭 데려다줄게.

본필 끝에서 청록빛 물고기가 헤엄쳐 나와, 허공에 한 줄을 그렸다. 「…별들의 궁, 가장 높은 탑. 창백한 빛 한가운데. 울지 않으려 애쓰는 중.」 그리고 물고기는 스르르 흩어졌다.

연이—…별들의 궁, 가장 높은 탑. 창백한 빛 한가운데라고? …그럼 소망이가, 그 여자가 부숴서 가둔 그 창백한 운명이랑… 같은 자리에 있어? 겹쳐서? …설마 박지은이, 소망이를 그 운명이랑 한 빛 속에 뒀어? …왜?

연이는 소름이 돋았다. 소망이는 백문의 딸이자, 세상에서 가장 순한 이야기. 그런데 그 순한 이야기가, 박지은이 부숴서 가둔 창백한 운명과 한 빛 속에 겹쳐 있었다. 마치, 둘이 원래 한 몸이었다가 억지로 떼어진 것처럼. 아니, 순한 이야기가 그 시들어 가는 운명을 좀 더 오래 붙들어 두길 바란 걸까. 어느 쪽이든, 이상하게 소름 끼치는 자리였다. 왜인지 연이는, 그 겹친 빛이 자꾸만 자기 자신처럼 느껴졌다.

연이—…또 그 여자야. 미워하기엔, 너무 뒤틀린 짓만 골라 해. 가둔 운명 곁에 순한 이야기까지 진열하는 수집가. …백문 님, 조금만 더 기다려요. 소망이 위치 잡았어요. 별들의 궁 꼭대기. 제가 가서, 꼭 데려올게요.

* * *

이튿날 낮. 연이는 강의실에서 문득, 옆자리 학우의 표정을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저 애는 지금 웃고 있지만, 눈은 울고 있다.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구나. 저쪽 세계에서 익힌 '읽기'가, 이쪽에서도 저절로 작동하고 있었다.

연이—(…나, 달라졌네. 예전엔 사람들 표정 뒤를 못 봤는데. 이젠 값이 아니라 뜻이 보여. …이거, 저쪽에서 배운 거야. 두 세계가 나를 통해, 조금씩 이어지고 있어.)

연이는 그 학우에게 말없이 캔커피 하나를 건넸다. 학우가 놀란 얼굴로 받아 들고는, 참았던 눈물을 툭 떨궜다. 연이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냥 옆에 있어 주었다. 백문이 가르친 '읽기'의 끝은, 결국 곁에 있어 주는 일이었다.

연이—…이거면 됐어. 이해한다는 건, 거창한 게 아니야. 상대가 안 무너지게, 옆에 있어 주는 거. 별들의 궁에서도 똑같이 할 거야. 박지은한테도, 그 여자가 부순 것들한테도. …값 대신, 곁을.

* * *

그리고 다시, 밤. 꿈은 이제 거의 매일 찾아왔다. 검은 비, 얼굴 없는 남자, 창백한 아이, 은빛 사자. 조각들은 밤마다 조금씩 더 선명해졌다.

그날 밤 꿈에선, 은빛 사자가 처음으로 울었다. 사자의 갈기에서 별빛이 하나둘 떨어져 나가 검은 비에 씻겨 내려갔다. 얼굴 없는 남자가 그 사자를 끌어안고, 자기 얼굴을 사자의 목덜미에 묻었다. 둘은, 하나처럼 보였다.

연이—(…남자랑 사자가, 진짜 하나야. 갈라진 게 아니라… 원래 하나였어. 별자리를 잃은 사자. 별들의 궁에서 도망친 파수꾼. …네오. 그럼 얼굴 없는 남자가, 네오의 원래 모습이야? 아니면… 네오랑 아주 가까운 누군가야?)

연이는 잠에서 깨어, 창가의 흰 고양이를 봤다. 고양이는 자고 있지 않았다. 호박색 눈으로, 연이를 가만히 보고 있었다. 마치, 그 꿈을 함께 꾼 것처럼. 마치, '아직은 물을 때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처럼.

연이—…너, 그 꿈 알지. …괜찮아. 안 물을게. 별들의 궁 가면, 네가 직접 말해줄 거지? …그때까진, 이렇게 창가에 있어 줘. 그거면 돼.

고양이는 대답 대신, 소리 없이 창틀에서 내려와 연이의 이불 발치에 몸을 말았다. 잃어버린 별자리를 가진 짐승과, 완성된 사주를 가진 사람이, 그렇게 한 방에서 폭풍 전야를 함께 견뎠다.

며칠이 더 흘렀다. 우체통의 회신 간격이 점점 벌어졌다. 루나의 물방울 사진이 오는 텀이 하루에서 이틀, 이틀에서 사흘로. 채널마다 잡음이 끼기 시작했다. 두 세계를 잇던 다리가, 삐걱대고 있었다.

[ 루나 ] 언니… 오늘은 물방울이 자꾸 무너져. 손이 떨려. 하늘이 계속 검어. 언니 나 무서워. 근데 언니 오면 다 괜찮아질 거지? 언니 곧 오는 거 맞지?

연이—…응. 곧 가. 아주 곧. 루나, 무서우면 물방울 대신 그냥 물 한 컵 떠 놓고 봐. 물은 네 편이야. 언제나. …조금만 버텨. 언니 간다.

연이는 답장을 보내고, 폰을 손에 쥔 채 잠들지 못했다. 곧이었다. 아주 곧, 앱이 다시 울릴 것이었다. 이번엔 안부가 아니라, 비명으로.

연이는 어둠 속에서 눈을 뜨고, 지난 몇 달을 되짚었다. 재성에서 언니 아닌 루나의 언니를 구하고, 도서관에서 본뜻을 배우고, 백문을 만나고, 사람이 되고, 소망이를 품에 안고, 루나를 물의 아이로 키웠다. 그 모든 게, 지금 이 밤을 위한 준비였던 것 같았다.

연이—…무섭지 않다면 거짓말이야. 별들의 궁. 자미두수의 왕. 무성. 그리고 그 여자. …근데 이상하게, 도망치고 싶진 않아. 저기에, 내가 되써야 할 이야기가 있으니까. 아무도 안 잃는 결말이.

창밖에서 흰 고양이가 낮게 울었다. 경고처럼, 혹은 재촉처럼. 도시의 밤하늘이 다시 한번 크게 일렁이며, 별 하나가 완전히 검게 물들었다. 소망이가 있는 별들의 궁 꼭대기의, 그 방향이었다.

연이—…시간이, 없어. 저 별. 저건 그 여자가 가둔 창백한 운명의 별이야. 꺼지고 있어. …박지은, 당신이 부숴서 가둔 그 운명이 꺼져 가고 있잖아. 그래서 당신이 이렇게 급하게 나를 부르는 거야. 그것마저 잃기 전에. …알겠어. 갈게. 그 창백한 운명도, 백문 님 딸 소망이도, 다 되살릴 방법을 들고.

연이는 손목의 물 조약돌과 목의 손수건, 품속의 붓과 종이 물고기를 차례로 매만졌다. 세 사람이, 세 마음이, 거기 함께 있었다. 연이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 사실이, 이 밤의 유일한 빛이었다.

그리고 그 꿈의 마지막마다, 방구석의 폰이 꺼져 있는데도 화면이 스스로 켜졌다. 검은 별들이 소용돌이치는 명반이, 화면 가득 떠올랐다. 별들의 궁이, 점점 더 강하게 연이를 부르고 있었다.

제29화 · 달라진 계절 — 끝. 제30화 「앱이 다시 울린 밤」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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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집필 안내

『연이의 운명 노벨』은 Code Destiny가 직접 쓰고 그린 창작 소설입니다.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은 모두 지어낸 것이며, 실재하는 인물·단체와 관계가 없습니다.

이야기의 무대는 사주 명리학의 십성, 자미두수의 열두 궁, 숙요 27수라는 실제 전통 체계에서 가져왔습니다. 다만 그 설정을 서사에 맞게 각색했으므로, 작품 속 묘사를 그대로 점술 지식으로 받아들이지는 말아 주세요. 각 체계의 실제 해석 규칙은 별도의 기능 가이드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본문은 게시 전 편집자가 문장과 흐름을 다듬습니다. 오탈자나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을 발견하면 문의로 알려 주시면 확인 후 고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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